▲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에 반대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주민 김학림(80)씨가 9일 오후 초전중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조정훈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하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의 주민들도 9일 투표에 참여했다.
이날 오후 1시 20분쯤 소성리 주민 4명이 한꺼번에 초전면 제2투표소인 초전중학교에서 투표를 했다. 지난 4일과 5일 주민 다수가 사전투표를 마쳤기 때문에 이날은 투표하는 인원이 많지 않았지만 열기는 높았다. 이들은 "다음 대통령은 평화를 위해 사드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백광순(74)씨는 "우리는 제일 중요한 게 사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우리 소성리 주민뿐 아니라 성주 주민들은 모두 사드가 가고 평화가 오기를 기대할 뿐"이라고 말했다.
백씨는 "다른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사드는 안보를 지키는 데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나 역시 우리 지역이 아니었다면 찬성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성주에 배치된다고 하니 공부도 하고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연휴에 자식들이 모였는데 내가 지나가는 헬기를 보고 하늘을 쳐다보며 손을 내젖고 욕을 하니까 놀라더라"면서 "헬기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저리고 화가 치민다. 소성리 사람들은 한 사람도 정상적인 사람이 없다"고 최근의 상황을 설명했다.
김학림(80)씨는 "우리 소성리 주민들의 소망은 첫째도 사드 철회, 둘째도 사드 철회다"면서 "이제까지 우리 지역 정서에 맞는 후보에게 투표했는데 이번에는 사드를 해결해줄 후보에게 투표를 했다"고 말했다.
정조자(73)씨도 "비행기(헬기) 소리만 들어도 노이로제 걸릴 것 같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사드 무기 싣고 오는 것 아닌지 겁이 난다"면서 "이번에는 사드 처리해줄 사람을 찍었다. 반드시 사드를 해결해주는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지난 4일 사전투표를 마친 이석주 소성리 이장은 "다음 대통령은 국민들의 마음을 잘 읽어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면서 "과거 정부가 불법으로 들여놓은 사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은 투표가 끝난 오후 8시부터 마을회관에 모여 투표 결과를 함께 지켜보며 사드 반대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들은 또 새로운 정부에 사드 배치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줄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