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성리 주민들 "문재인 대통령이 제일 먼저 할 일은..."

마을회관에 모여 방송 지켜봐 "대구경북에 보수 균열이 일어났다"

등록 2017.05.09 22:25수정 2017.05.09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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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주민들이 마을회관에서 빔 프로젝트를 통해 대선 개표를 지켜보고 있다.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주민들이 마을회관에서 빔 프로젝트를 통해 대선 개표를 지켜보고 있다.조정훈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배치되고 있는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주민 20여 명은 9일 오후 7시부터 마을회관에 모여 지상파 3사의 대선 출구조사를 조용히 지켜봤다.

주민들은 당초 마을회관 앞 평화마당에 빔 프로젝트를 설치해 함께 모여서 지켜볼 예정이었지만, 하루 종일 비가 내리자 대부분 가정으로 돌아가고 일부만 마을회관에 남아 개표방송을 지켜보았다.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득표율이 대구와 경북에서 제일 높은 것으로 나타나자 주민들은 한숨을 내쉬며 "지X"이라고 탄식하거나 "그럼 그렇지", "그럴 줄 알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 된다는 출구조사를 지켜보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제일 먼저 할 일은 미국과 재협상을 해서 사드를 철수시키는 것이 우리의 소망"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가 "다음 정부에서 사드 문제를 다양한 외교적 카드로 활용하겠다"고 한 약속에 대해서는 "이미 설치되고 있는 사드를 어떻게 철수시킬지 지켜보겠다. 반드시 철수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주민들이 9일 오후 마을회관에 모여 대선 개표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주민들이 9일 오후 마을회관에 모여 대선 개표상황을 지켜보고 있다.조정훈

김충환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은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임명되면 사드 배치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면서 "외교적인 노력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으니까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TK(대구경북)지역에서 홍준표 후보에 대한 지지가 제일 높은 데 대해서는 "이제까지 보수에 대한 지지가 70%가 넘었는데 많이 빠진 것 같다"면서 "그동안 호남이 우리나라 정치에서 고립되었었는데 이번 투표 결과 TK가 고립된 것 같아 힘들고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희주 사드배치김천시민대책위 공동위원장은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어느 쪽도 눈치를 보지 말고 사드를 강하게 반대해 주었으면 한다"면서 "우리는 계속 사드 반대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아직 개표가 되지 않았지만 홍준표 후보가 TK지역에서 50%를 얻지 못한 것은 보수층의 패배라고 봐야 한다"며 "그만큼 대구경북의 의식도 바뀐 것으로 보아야 한다. 한꺼번에 바뀌기는 어렵지만 앞으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소성리 주민 문영희(66)씨는 "처음에는 문재인 후보를 탐탁지 않게 생각했는데 그나마 다음 정권에서 사드를 해결하겠다고 해 문 후보를 찍었다"면서 "약속을 (그대로) 믿지는 않지만 우리는 사드 철회가 절박하기 때문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 도아무개(76)씨도 "문재인이 약속을 지킬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사드를 막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영댁(73)이라고 밝힌 할머니도 "다른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우리 마을에 배치된 사드만 철수시켜 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사드 무기가 반입된 경북 성주군 초전면 롯데골프장 입구 진밭교 앞에서 60일째 철야기도회를 갖고 있는 원불교 교무들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예측되자 사드 철회에 대한 희망을 나타냈다.
사드 무기가 반입된 경북 성주군 초전면 롯데골프장 입구 진밭교 앞에서 60일째 철야기도회를 갖고 있는 원불교 교무들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예측되자 사드 철회에 대한 희망을 나타냈다.조정훈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롯데골프장 입구에 대선투표일인 9일에도 많은 경찰버스가 배치되어 있다.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롯데골프장 입구에 대선투표일인 9일에도 많은 경찰버스가 배치되어 있다. 조정훈

사드가 반입된 롯데골프장으로 올라가는 입구인 소성리 진밭교 앞에서 60일째 철야기도회를 갖고 있는 원불교 교도들도 "평화를 무기로 대체할 수 없다"며 새로운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홍기연 교무(68)는 "성주는 원불교 2대 종법사가 탄생한 성지이기도 하지만 평화의 성지이기도 하다"면서 "전쟁무기인 사드는 우리나라 어디에도 배치되어서는 안 된다. 평화는 대화로 풀어야지 전쟁무기로 풀 수 없다"고 말했다.

홍 교무는 "다음 정부는 미국의 군사적 거점 대리역할만 할 게 아니라 외교적 수완을 잘 발휘해야 한다"면서 "사드 배치가 아닌 강대국들과 북한을 상대로 한 외교적 역량을 발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4일과 5일 진행된 사전투표에서 전국 최저 투표율을 보였던 대구는 최종 투표 결과 77.4%로 전국 평균 투표율인 77.2%보다 약간 높았다. 하지만 경북은 76.1%로 전국 평균보다 낮은 투표율을 보였다.

대구경북의 이번 투표율은 지난 18대 대선에서의 투표율보다도 낮은 수치이다. 지난 2012년 치러진 대선에서 대구는 79.7%로 전국 평균 투표율인 75.8%보다 높았고 경북도 78.2%로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또 지난 대선에서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에게 몰표를 몰아주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어느 후보도 50% 이상을 얻지 못했다.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대구에서 80.14%를 득표했고 경북에서는 80.82%를 득표했다. 당시 문재인 후보는 대구경북에서 20%를 넘지 못했다.

아직 개표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이번 대선에서는 보수후보인 홍준표 후보가 대구와 경북에서 50%를 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되고 문재인 후보는 2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TK지역에서 홍준표 후보가 과반수 이상 득표를 하지 못하고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에게 표가 분산된 것은 보수의 균열이 시작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TK지역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드 #소성리 #대선 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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