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꽉 다문 황교안 국무총리18일 오전 광주광역시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 및 제창 거부에 항의하는 뜻으로 참석자들이 모두 일어나 노래를 함께 부르는 가운데, 황교안 국무총리(사진 가운데)는 일어나긴 했지만 입을 다문 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않고 있다.
권우성
"지난 1997년 5·18 기념일이 정부 기념일로 제정되면서 '임 행진곡'은 기념곡이 됐다. 이후 이명박 정부인 2008년까지 행사 때마다 참석자들이 함께 부르는(제창) 기념곡의 자리를 이어왔다. 그러나 이듬해인 2009년 기념식부터 '제창'이 아닌 '합창'으로 바뀌었다. "노래가 북한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됐다", 가사 가운데 "'임'이 북한의 최고 지존을 지칭한다"는 등 일부 보수단체가 딴죽을 걸고 나선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에 이은 박근혜 정권에서도 제창은 허용되지 않았다. 광주와 전남 등 지역의 여론은 들끓었다. 행사의 주체여야 할 5·18 기념단체 등 관계자는 기념식 행사에 참석하지 않거나 별도로 갖는 등 광주와 전 정권의 갈등이 8년째 이어져 오던 터였다. 지난해 박 전 대통령은 지역의 강한 반발을 의식해서인지 여야 원내대표 회의 후 "'제창'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한 바 있다. 그러나 11일 사표가 수리된 박승춘 처장이 맡고있던 국가보훈처가 '반대의견이 적지않다'는 이유를 내세워 진척이 없었다. 당시 국가보훈처는 "'임 행진곡' 제창에 대한 찬반 의견이 첨예하다"고 밝혔다. 그즈음 한 여론조사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찬성(55.2%)이 '반대(26.2%)'를 압도했다. 이와 관련, '제창'에 부정적인 당시 정부와 국가보훈처가 '여론을 호도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샀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제창'되는 게 당연하다"는 이 제목의 사설에서도 박승춘 처장은 주인공이나 다름없다. 2011년 임명된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의 이러한 '마이웨이'는 사실 박근혜 정부 들어 그 위세를 더해갔다. 육사 27기 출신인 그는 앞선 2012년 제18대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보훈처는 18대 대선 직전 '나라사랑교육'의 일환으로 당시 이명박 정권을 비호하고 박 후보를 지지하는 듯한 교육을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해마다 논란을 빚는 가운데서도 박 처장이 박근혜 정부에서도 고개를 빳빳이 들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했다. 작년까지 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의 합창을 고수했다. 앞선 2015년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을 반대하는 보도자료까지 냈다.
국정 농단 사태를 거치면서, 청와대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좌파 척결'에 혈안이 됐던 사실이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국정 역사교과서를 강행하고, 광범위한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실행해 옮겼던 박근혜 정권. 이명박 정권에 이어 그들에게 '임을 위한 행진곡'이란, 색깔론을 지피고 국민을 분열시키기 위한 하나의 거대하고 상징적인 수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지난 3월, 광주 찾은 문재인 후보의 한 마디"박승춘 전 보훈처장은 말도 안 되는 몇몇 극우보수 논객들의 이상한 얘기를 국민들의 한편의 여론이라고 호도하면서 광주와 이 노래를 불렀던 많은 5.18 관계자들, 그리고 또 민주주의를 열망했던 분들에게 색깔을 입혔고요. 또 정치적으로 이용했다고 저는 봅니다.(중략)제가 알기로는, 이 노래 자체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불리워졌는가를 모르시는 분은 아마도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5.18과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이걸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그 이유밖에는 없어요."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광주문화재단 김종률 사무처장의 말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작곡가이자 대학가요제 출신이기도 한 그는 '김일성 찬양가'가 아니냐는 극우보수 세력의 논리에 대해 굉장히 억울해 했다. 단지 북한에서 이 노래를 불렀다고, '김일성 찬양가'라고 하는 건 논리에 전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게 논리가 안 되는 게 이 노래는 1982년도에 작곡이 된 겁니다. 황석영씨가 백기완 선생의 <묏비나리>라는 시에서 가사를 따와서 제가 작곡을 직접 한 사람입니다. 그 후로 아마 9년인가 10년 후에 황석영씨가 북한에 좀 갔던 모양이고 그때 또 윤이상씨가 곡을 좀 차용해서 쓴 모양입니다. (중략) 그런 논리면 우리도 여기서 아리랑 부르면 안 되죠. 그러면 그것도 종북주의자고 그렇게 되는 겁니다."그리고, 이 '임을 위한 행진곡'이 지상파 방송을 통해 전국에 울려 퍼졌다. '대통령 후보 문재인'을 통해서다. 지난 10일 SBS 방송된 SBS 특집 다큐 <2017년 대통령 선거 광장에서 소통을 말한다>에서는 광주 유세에 나선 문재인 후보가 광주 시민들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장면이 방송됐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결코 들을 수 없었던 지상파에서 듣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지상파에서 듣는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5.18 정신을 헌법에 새기겠다고 약속드렸습니다. 5.18 민주항쟁을 모욕하는 그 어떤 말도 그 어떤 행동도 용서하지 않겠습니다."지난 3월, 광주를 찾은 문재인 후보는 이렇게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5.18 민주화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공식 기념곡으로 제정하는 등 5.18 관련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5.18 진상규명위원회' 구성 및 법 개정도 약속했다. 한 발 빠른 박 처장의 사표 수리는 이러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올해 5.18 기념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 왔다. 고 노무현 대통령 이후, 대한민국 대통령이 5.18 기념식장을 찾아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들 앞에서 광주시민들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모습을 목도할 수 있을 듯하다.
윤영찬 국민 소통수석은 12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와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할 것을 관련 부처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이 이렇게 새로워지고 있다. 아니, '비정상의 정상화'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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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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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춘 전 처장 '미소'와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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