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재의 다른 글 월요일, 스승의 날 아침은 조용했다. 언제나처럼 아침 방송 조회가 8시 45분에 진행되었고 학생회장은 주생활 목표를 발표했다. 평온하고 일상적인 월요일의 시작이었다. 포스트잇과 연필과 지우개가 올려진 내 책상은 금요일 퇴근 때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해마다 교권이 추락하네, 선생은 있고 스승은 없네 같은 소식을 어지럽도록 들어서 그런지 교무실 분위기는 무덤덤했다. 케이크 한 조각 나누어 먹지 못한다고 아쉬워하고, 치사하게 꽃도 못 받게 한다고 투덜거리는 몇 마디가 있긴 했어도 그러고 끝이었다. 오히려 반가운 건 조퇴 소식이었다. '오후에 수업이 끝난 선생님들께서는 네이스에 조퇴 상신하시고 스승님들 찾아뵈세요.' 교무부장님이 보낸 쪽지에 쾌재를 불렀다. 따지고 보면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지 교사의 날이 아니지 않은가? 삶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고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게 하는 그 무엇, 그 누구도 스승이 될 수 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학교 선생 한답시고 내가 스승인 줄 알고 은근히 대접을 기대하는 마음이 우습게 느껴졌다. 그런데 잠시 뒤 마음의 안정을 흔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큰사진보기 ▲연필로 본을 떠서 가위로 잘라 만든 펠트 카네이션이준수 3교시는 수학 시간, 첫 번째 문제를 풀려고 하는데 상윤이가 허리 뒤에 뭘 감추고 다가왔다. "이거 학생대표라서 드리는 거예요." 어디서 들었는지 학생대표 얘기를 먼저 꺼냈다. 컵스카우트에서 각 반 대표 애들을 불러서 펠트지로 카네이션을 만들었다고 했다. 다른 친구들이 모두 보는 공공장소에서 학급대표가 꽃 주기. 이렇게 하면 꽃을 받아도 된다고 했다. 방금 전까지 교사가 꼭 스승은 아니지 않냐며 내면을 다잡고 있었는데 막상 보들보들한 카네이션을 받고 나니 의자가 공중으로 붕 떠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금방 목소리가 높아져 상윤이에게 물었다. "이거 학교 선생님들 다 주는 거 맞지?" "네, 선생님도 주고 급식실에도 가고, 행정실 선생님한테도 주고, 또 누구더라..." 상윤이가 긴가민가한 듯이 말을 늘어뜨리자 카네이션 제작에 참여했던 스카우트 대원들이 거들었다. "그거 우리 학교에 있는 어른들 다 드렸어요. 엄청 많이 만들었어요." 실제로 그랬다. 교무실에 계시는 계약직 교무행정사 선생님, 행정실장님과 주무관님들, 급식 조리원분들, 학교 안전지킴이, 청소 용역업체 소속 미화 도우미분들... 학교에 계신 모든 분들이 펠트 카네이션을 받으셨다. 교육이 어디 분필 하고 칠판으로만 되는 것인가? 아이들이 딛고 다니는 복도, 하루에 수차례 드나드는 화장실, 학교 앞 횡단보도 모두가 배움터다. 그 배움터를 지키며 제 역할을 다 하는 분들은 모두 스승이 될 자격이 있다. 밥 먹으러 가면서 급식 조리사님께 인사를 건네니 다홍색 카네이션처럼 밝게 웃으셨다. 올해 스승의 날 카네이션은 꼭 필요한 자리에 잘 꽂혔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스승의날 #카네이션 추천2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10만인클럽 10만인클럽 회원 이준수 (leejs12345) 내방 구독하기 <지구를 구하는 가계부, 미래의창 2024>, <선생님의 보글보글, 산지니 2021> 을 썼습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정수기와 텀블러만 챙겨도 캠핑이 확 달라집니다 구독하기 연재 로또교실 다음글28화속상한 'B급 선생'... 교원성과급은 '분열'이다 현재글27화카네이션이 꽂혀야 하는 자리 이전글26화귓병 걸린 담임을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유 추천 연재 와글와글 공동육아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박병춘의 산골 통신 다리 위에서 결혼식을? 어느 신혼부부의 특별한 이벤트 백화골 팜스테이 ‘한국이 좋아서’ 한식에 빠진 미국 청년, 이걸 다 만들어봤다고? 난생처음, 달리기 러닝화 계급도,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SNS 인기콘텐츠 나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유서 광화문 나온 이재명 "이재명은 죽지 않는다"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단독] 경북대 교수들, 19일 시국선언 "윤석열은 해고"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낙동강에 푸른빛 독, 악취... 이거 정말 재난입니다 [단독] 김태열 "명태균이 대표 만든 이준석,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AD AD AD 인기기사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3 남편 술주정도 견뎠는데, 집 물려줄 거라 믿었던 시댁의 배신 4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5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카네이션이 꽂혀야 하는 자리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이 연재의 다른 글 29화"병원에서 폐렴이래요"라던 학생, 그에게 '약'이 된 수업 28화속상한 'B급 선생'... 교원성과급은 '분열'이다 27화카네이션이 꽂혀야 하는 자리 26화귓병 걸린 담임을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유 25화'성과급' 입금된 날, 어색해지는 교무실 풍경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