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기념식, 눈물 닦는 대통령과 국회의장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회의장이 18일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5·18 민주화운동이 어언 37주년을 맞는다. 한국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이자,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민주화의 획기적인 디딤돌이 된 5·18 민주화운동이 다행히도 이제야 역사의 제자리를 찾는 듯하다.
수많은 시민들이 희생된 민주화운동이자 민중항쟁이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왜곡되고 그 가치가 축소됐다. 심지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엔 기념식에서 부르던 제창곡까지 권력이 개입해 통제하는 형태가 반복됐다. 이 바람에 정작 중요한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무고한 시민들을 향한 무차별 발포 명령자와 헬기 기총소사 책임자 규명 및 처벌 등이 37년여 동안 답보 상태로 이어져 온 때문에 희생자 가족들은 물론 광주시민들의 한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다.
오월, 광주시민 분노 더욱 부추긴 이명박-박근혜 정권 다행이 새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맞는 올 37주년 기념식은 역대 최대 규모의 국민 개방 행사로 치러져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올해부터 다시 제창할 수 있게 되면서 광주 시민들은 물론 지역언론이 무척 고무된 분위기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정부 기념일로 지정된 1997년부터 2008년까지 기념식에서 줄곧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됐다. 그러던 것이 2009년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부터 합창으로 바뀌고 말았다.
당연히 기념식 의미도 크게 퇴색됐다. 매년 오월이면 광주 시민들의 분노를 되레 더 부추겼다. 또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단이 부르면 원하는 참석자만 따라 부르는 방식으로 바뀌어 5·18 단체와 시민들은 이에 반발하기도 했다.
이런 맥락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업무지시를 통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 방식으로 부르도록 하면서 많은 시민들은 반갑고 다행스런 일이라고 하고 있지만 여전히 아쉽고 찜찜한 대목이 남아 있다.
서울언론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지나친 호들갑 '눈살'대부분 서울 언론들은 5·18 기념식에서 그동안 제대로 맘껏 못 부르던 노래(임을 위한 행진곡)를 이제는 제창으로 부르게 되면서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환원된 것처럼 연신 반기는 분위기다.
5·18 기념식에서 제창하던 노래를 10여년 만에 다시 부를 수 있게 돼 다소나마 위상을 회복하게 된 것은 무척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광주 시민들과 희생자 가족들은 민주화운동 37년이 지난 지금도 가슴에 응어리진 한을 다 풀지 못하고 있다. 진상규명이 여전히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통해 자신이 오히려 '광주사태의 제물이 됐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발포 명령까지 부인해 광주 시민들과 희생자 가족들의 분노를 더하게 했다. 이런 와중에 극우 세력들은 아직도 5·18 당시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펼치면서 숭고한 민주화운동의 희생정신을 훼손하고 있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5·18 당시 광주 전일빌딩(옛 전남도청 앞 빌딩)에 헬기 사격이 가해졌으며 M60 기관총 탄흔이라는 사실을 밝혀내자 진상규명에 대한 목소리가 거세다.
광주시는 5·18 당시 신군부가 사전 계획 아래 1980년 5월 27일 새벽 전남도청 진입 과정에서 전일빌딩에 헬기 사격을 가했다는 증거 자료를 공개했다. 하지만 헬기 사격을 누가 직접 명령했는가에 대해서는 밝혀내지 못했다. 당시 수많은 광주시민들이 무참하게 살상당한 전남도청 앞 발포(1980년 5월 21일)를 누가 명령했는가에 대해선 지금도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광주·전남 언론들, "전일빌딩 헬기 사격, 진상규명" 한 목소리때마침 5·18 37주년을 맞아 광주·전남지역 언론들은 진상규명 촉구에 한 목소리를 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기념행사를 대대적으로 부각시킨 다른 지역 언론들의 의제와는 다르다.
<광주일보>는 17일 사설에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국가 차원에서 5·18 헬기 사격 전모 밝혀야'란 제목의 사설에서 신문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전일빌딩에 대한 계엄군 헬기 사격이 육군본부의 작전 지침이었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런 뒤 사설은 "국가 차원의 조사권을 가진 규명위원회를 꾸리고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과정에서 5·18 발포 명령자와 헬기 기총소사 책임자 처벌 등 완벽한 진상 규명을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전남일보>도 '37주년 맞은 5·18, 새 정부의 과제'란 사설에서 같은 주문을 했다. 사설은 "광주시는 최근 5·18 당시 신군부가 사전 계획 아래 5월 27일 새벽 전남도청 진입 과정에서 전일빌딩에 헬기 사격을 가했다는 증거 자료를 공개했다"면서 "문 대통령이 기념사를 통해 국가 차원의 진상 규명 등에 대한 구체적인 의지를 확실하게 표명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무등일보>도 이날 '오늘 37주기 '5·18 정신'을 다시 확인한다'란 제목의 사설에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사설은 "5·18이 민주주의의 '으뜸 지침'이 되려면 선결 과제가 있다"면서 "여전히 베일 뒤에 숨어있는 최초 발포 명령자 및 지침, 군 헬기 사격의 지휘 책임자, 정확한 희생자 숫자 등과 관련한 철저한 규명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다른 지역 언론들과는 달리 광주지역 언론들은 5·18 37주년 기념식을 맞아 의제가 분명했다.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하나로 일치됐다. 그것은 바로 '미완의 진상규명'이다.
민중항쟁의 숭고했던 정신을 되살리고 기리기 위해 매년 실시하는 기념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지 못하도록 한 지난 정권과는 달리 이제는 제창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미완의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질 때, 5·18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이들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세력들도 비로소 올바른 인식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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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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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한다고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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