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묘 아래 있는 조각은 뭐지?

[이란 역사문화기행 24] 낙쉐 로스탐 마애 부조

등록 2017.05.23 13:43수정 2017.05.23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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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묘 아래 새겨진 사산시대 부조

 낙쉐 로스탐 마애 부조
낙쉐 로스탐 마애 부조이상기

낙쉐 로스탐에서 눈여겨 봐야할 또 다른 문화유산은 사산시대 마애부조다. 모두 8개 정도의 부조가 있다. 그 중 두 개는 서쪽에 떨어져 있고, 6개는 아케메네스시대 영묘 아래 위치하고 있다. 이들 부조는 사산제국시대 황제들의 서임이나 전투에서의 승리를 표현하고 있다. 영묘의 조각에 비해 고부조로 이루어져 있고, 인물 중심이어서 영묘보다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이들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이 다리우스 1세 영묘 아래 있는 세 개의 부조다. 이 중 왼쪽에 크게 표현된 것이 로마황제를 사로잡는 샤푸르 1세다. 오른쪽에 아래 위로 표현된 두 개의 부조가 바흐람 2세 전투도와 바흐람 3세 전투도다. 아르타크세르크세스 1세 영묘 아래에는 호르무즈드 2세 전승도가 있다. 다리우스 2세 영묘 아래에는 샤푸르 2세 전승도가 있다.

그리고 다리우스 2세 영묘와 크세르크세스 영묘 사이에 나르세 대관식 부조도가 있다. 이 부조에서 나르세는 아나히타로부터 황제의 권한을 부여받는다. 그러므로 이들 부조는 샤푸르 1세(240-270)부터 바흐람 2세(274-293), 나르세(293-302), 호르무즈드 2세(302-309)를 거쳐 샤푸르 2세(309-379)까지 이어진 사산시대의 위대한 역사를 보여준다. 이 시기에 사산제국은 로마와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며 중동지역 전체를 지배했다.  

샤푸르 1세 전승도와 바흐람 2세 기마전투도

 샤푸르 1세 전승도
샤푸르 1세 전승도이상기

이들 부조는 역사적인 사실을 표현하고 있어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 이중 가장 먼저 새겨진 부조가 샤푸르 1세 전승도다. 샤푸르 1세는 244년 로마와의 1차 전투에서 로마황제 고르디아누스 3세를 사살하고 필리푸스의 항복을 받았다. 261년 로마와의 2차 전투에서는 로마황제 발레리아누스를 사로잡았다. 샤푸르 1세 전승도는 이 두 가지 사실을 하나의 그림에 담고 있다. 

부조에서 말을 타고 오른손을 들고 있는 사람이 샤푸르 1세다. 그 앞에 서서 손을 들고 서 있는 사람이 사로잡힌 로마황제 발레리아누스다. 그리고 말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사람이, 항복해 평화협정 체결을 요청하는 필리푸스다. 사살한 고르디아누스는 표현되지 않았다. 황제의 뒤에는 조로아스터교 최고성직자 키르티르(Kirtir)가 서 있다.


 바흐람 2세 전투도
바흐람 2세 전투도이상기

바흐람 2세 전투도는 당시 사산제국의 적인 로마제국과 싸우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바흐람 2세는 재임하는 동안 로마와 끊임없이 전투를 벌인다. 그는 로마황제 디아클레티아누스에 의해 아르메니아 지역을 빼앗기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 부조는 바흐람 2세의 용맹한 모습을 보여준다.

바흐람 2세가 말을 탄 채 창으로 적장을 찌른다. 적장도 창을 들고 이를 막는다. 승패가 나지는 않은 모습이다. 위쪽의 부조는 쓰러지는 적장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일부 학자는 이 부조를 바흐람 2세의 아들로 함께 전투에 참여한 바흐람 3세의 전투 모습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얼굴부분의 마모가 심해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    


나르세와 호르무즈드 2세는 어떤 황제였을까?

 나르세 대관식
나르세 대관식이상기

나르세는 샤푸르 1세의 셋째 아들로 조카와 손자뻘인 바흐람 2세와 3세의 뒤를 이어 황제가 되었다. 그는 바흐람 2세 때 아르메니아를 다스리는 왕이었으나 세력을 키워 바흐람 3세 때 쿠데타를 통해 황제가 되었다. 이곳의 부조는 나르세의 대관식 장면을 보여준다. 부조에서 아나히타가 왕권을 상징하는 고리를 나르세에게 준다. 왕관을 쓴 나르세가 이것을 받는다. 나르세 뒤에는 왕자인 호르무즈드 2세가 서 있다.

그러나 나르세는 통치기간 내내 로마황제인 디오클레티아누스와 싸우며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그것은 쿠데타로 인해 내부적으로 지지기반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나르세로부터 왕권을 이어받은 호르무즈드 2세 역시 아르메니아 지역을 탈환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아르메니아는 301년 기독교를 국교로 선포하는 등 사산제국과 점점 멀어져 갔다.

 호르무즈드 2세 전승도
호르무즈드 2세 전승도이상기

이곳에 새겨진 호르무즈드 2세 전승도는 적장을 물리치는 모습을 가장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호르무즈드 2세가 긴 창으로 적장을 찔러 말과 함께 거꾸로 떨어지게 한다. 황제의 뒤에는 창을 든 장군이 서 있다. 이 부조는 바로 땅 위에 새겨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완전한 상태로 남아 있다. 부조의 가로 세로 길이는 8.4m, 4m이다.

사산제국이 다시 전성기를 맞은 것은 샤푸르 2세 때다. 그는 호르무즈드 2세의 아들로 309년에 등극해 무려 70년이나 왕권을 행사했다. 그는 사산제국의 10대 황제로 많은 업적을 남겨 샤푸르 대제라 불린다. 그는 메소포타미아와 아르메니아 지역을 탈환하기 위해 337년에서 350년까지 로마와 큰 전쟁을 벌인다. 그러나 이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한다.

 샤푸르 2세 전승도
샤푸르 2세 전승도이상기

로마와의 두 번째 전쟁은 358년부터 363년까지 5년 동안 계속되었다. 사산제국은 두 번의 전쟁을 통해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대한 통치권을 얻게 되었고, 아르메니아에 대한 지배권도 되찾게 되었다. 그러므로 이곳에 있는 샤푸르 2세 전승도는 샤푸르가 적장을 물리치는 장면으로 보여준다.

샤푸르 대제는 말위에서 창으로 적장의 목을 찌른다. 적장의 창은 부러지고, 말은 주저앉는다. 샤푸르 대제의 뒤로 말을 탄 또 다른 장군의 모습이 표현되어 있다. 이 부조는 가로 7.6m, 세로 6m 정도의 공간 중 일부분만 차지하고 있다. 전체면적의 1/4 정도에만 부조가 새겨져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전승도가 미완성임을 알 수 있다. 낙쉐 로스탐에는 이처럼 미완성으로 남아있는 벽면이 두 개나 더 있다.

신전처럼 보이는 건물은?

 본 카네
본 카네이상기

이들 영묘와 부조를 보고 나면 이들 앞에 세워진 직육면체 건물로 향하게 된다. 이 건물의 이름은 본 카네(Bon-Khaneh)다. 중심건물(Main House) 또는 바탕건물이라는 뜻이다. 조로아스터교 불의 사원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영묘가 조로아스터교 신앙에 의거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건물은 죽은 자들의 영혼이 천국으로 가도록 축원하는 의미로 지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본 카네는 높이가 12.77m, 건물 바닥의 폭과 너비가 7.3m로, 아래 위로 긴 타워형이다. 건물 바닥 아래 3단의 기단이 있다. 기단이 높이가 1.35m이니, 기단으로부터 계산하면 건물의 높이가 14.12m가 된다. 이 건물로 들어가는 문은 아래에 있지 않고 중간쯤 있다. 그러므로 문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만들었다. 계단은 모두 30개이며, 계단 하나의 높이는 26㎝이다. 그러나 계단은 반 이상 훼손되어 13개 정도만 남아 있다.

 신전으로 오르는 계단
신전으로 오르는 계단이상기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3층으로 된 창문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다. 문안으로 들어가면 안쪽에 가로 세로 각각 3.74m인 공간이 있다. 건물을 자세히 보면, 3단의 기단부, 3층 창문으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조로아스터교에서는 3이라는 숫자를 중시함을 알 수 있다. 이 건물에서는 암벽에 묻힌 황제들의 장례 또는 제사의식이 진행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영원의 불을 보관하는 장소로 사용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 건물은 돌의 재질이나 건축기법으로 보아 아케메네스시대 다리우스 1세에 의해 처음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영묘에 나타나는 톱니형태의 처마와 슬라브 형태의 천정이 이 건물에서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와 유사한 건물이 파사르가데에 있는데, 그것은 아이에 다네(Aye Daneh)로 불린다. 아이네 다네는 공경하는 곳(Worship Place)이라는 뜻으로, 키루스 1세 때 만들어진 신전 건물이다.

 파사르가데의 술레이만 신전
파사르가데의 술레이만 신전이상기

사람들은 이것을 술레이만 신전이라 부르기도 한다. 우리는 이것을 파사르가데에서 자세히 살펴볼 예정이다. 우리는 이제 키루스 1세가 페르시아라는 제국을 건설하고, 수도로 삼은 파사르가데로 간다. 파사르가데는 페르세폴리스로부터 50㎞쯤 떨어져 있다. 그러므로 여유 있게 1시간 정도면 도착할 것이다. 왜냐하면 길이 구불구불하고 해발도 200m 이상 높아지기 때문이다.
#낙쉐 로스탐 마애 부조 #샤푸르 1세 전승도 #바흐람 2세 기마전투도 #나르세 대관식 #샤푸르 2세 전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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