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2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이희훈
'시간이 없다'던 변호인단은 정작 재판 시간을 빼앗고 있었다.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2차 공판 심리를 좀처럼 진행하지 못했다. 미리 합의한 증거조사방식에 이의를 제기한 변호인단 때문이다.
'알았다'더니 '안 된다'는 변호인단재판부는 지난 2일 열린 1차 준비기일 때부터 '신속한 심리'를 강조해왔다. 이 사건은 수사기록 등 관련자료 분량이 12만 쪽에 달하고, 박 전 대통령 혐의가 18가지에 달하는 만큼 쟁점도 많다.
그런데 형사소송법에 따라 1심 판결은 박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 6개월이 끝나는 10월 16일 전에 나와야 한다. 이 때문에 재판부는 불필요한 절차를 줄이기 위해 박 전 대통령 혐의와 관련 있는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다른 재판 기록을 증거로 채택, 살펴보자고 제안했다.
당시 검찰과 변호인단은 이 방식에 모두 동의했다. 25일은 그에 따라 최순실씨의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공판 조서를 조사하기로 한 날이었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 변호인 이상철 변호사는 시작부터 이의를 제기했다.
"(재판부가) 증거조사를 하겠다고 했는데, 이해가 안 가서 한 번 더 확인해 보려고 말씀드린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공소사실 인부와 증거신청 등이 이뤄진 다음에 증거조사에 들어가는데, 아직 그 절차를 완료 못한 상태에서 증거조사부터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받아들이기 어렵고, 하더라도 조금 천천히 다음 기일을 잡아서 하는 것에 이의 없다. 정식으로 이의신청한다." 유영하 변호사는 또 다른 절차를 문제 삼았다. 그는 이미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5월 29일 주진형 전 한화증권 대표를 부르는 것이 필요하냐고 했다. 하지만 당시 조서를 증거로 채택하는 데에 동의하냐는 재판부의 질문에는 "반대신문이 보장되지 않은 증인은 저희가 신청할 수 있고, 검찰이 제출한 조서 등을 부동의했기 때문에 추가소환 가능하다"고 답했다.
또 "저희가 기록만 파악되면 진행에 조금도 불편함 없도록 할 테니 여유를 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검찰 제출 자료의 증거채택여부에 동의할지 여부도 여전히 미뤘다. 유 변호사는 "추호도 이 사건을 끌거나 재판을 연기할 의도가 전혀 없다(이상철 변호사)"고 했지만 재판 절차를 두고 끊임없이 의견을 개진하는 박 전 대통령 변호인들의 모습은 탄핵심판 대리인단과 닮아 보였다.
절차 문제 삼는 데만 1시간... 재판부는 이의 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