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처럼? 박근혜 변호인단의 이상한 작전

[박근혜 2차 공판] 미리 합의한 절차에 거듭 이의 제기.. 재판 지연 의도인가

등록 2017.05.25 14:53수정 2017.05.25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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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대통령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2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2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이희훈

'시간이 없다'던 변호인단은 정작 재판 시간을 빼앗고 있었다.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2차 공판 심리를 좀처럼 진행하지 못했다. 미리 합의한 증거조사방식에 이의를 제기한 변호인단 때문이다.

'알았다'더니 '안 된다'는 변호인단

재판부는 지난 2일 열린 1차 준비기일 때부터 '신속한 심리'를 강조해왔다. 이 사건은 수사기록 등 관련자료 분량이 12만 쪽에 달하고, 박 전 대통령 혐의가 18가지에 달하는 만큼 쟁점도 많다.

그런데 형사소송법에 따라 1심 판결은 박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 6개월이 끝나는 10월 16일 전에 나와야 한다. 이 때문에 재판부는 불필요한 절차를 줄이기 위해 박 전 대통령 혐의와 관련 있는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다른 재판 기록을 증거로 채택, 살펴보자고 제안했다.

당시 검찰과 변호인단은 이 방식에 모두 동의했다. 25일은 그에 따라 최순실씨의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공판 조서를 조사하기로 한 날이었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 변호인 이상철 변호사는 시작부터 이의를 제기했다.

"(재판부가) 증거조사를 하겠다고 했는데, 이해가 안 가서 한 번 더 확인해 보려고 말씀드린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공소사실 인부와 증거신청 등이 이뤄진 다음에 증거조사에 들어가는데, 아직 그 절차를 완료 못한 상태에서 증거조사부터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받아들이기 어렵고, 하더라도 조금 천천히 다음 기일을 잡아서 하는 것에 이의 없다. 정식으로 이의신청한다."


유영하 변호사는 또 다른 절차를 문제 삼았다. 그는 이미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5월 29일 주진형 전 한화증권 대표를 부르는 것이 필요하냐고 했다. 하지만 당시 조서를 증거로 채택하는 데에 동의하냐는 재판부의 질문에는 "반대신문이 보장되지 않은 증인은 저희가 신청할 수 있고, 검찰이 제출한 조서 등을 부동의했기 때문에 추가소환 가능하다"고 답했다.

또 "저희가 기록만 파악되면 진행에 조금도 불편함 없도록 할 테니 여유를 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검찰 제출 자료의 증거채택여부에 동의할지 여부도 여전히 미뤘다. 유 변호사는 "추호도 이 사건을 끌거나 재판을 연기할 의도가 전혀 없다(이상철 변호사)"고 했지만 재판 절차를 두고 끊임없이 의견을 개진하는 박 전 대통령 변호인들의 모습은 탄핵심판 대리인단과 닮아 보였다.


절차 문제 삼는 데만 1시간... 재판부는 이의 기각

박근혜 첫 재판 입장하는 유영하 변호사 뇌물혐의로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가 23일 오전 박 전 대통령의 첫 재판이 열리는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하고 있다.
박근혜 첫 재판 입장하는 유영하 변호사뇌물혐의로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가 23일 오전 박 전 대통령의 첫 재판이 열리는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하고 있다.이희훈

검찰은 반발했다. 이원석 부장검사는 "입증 계획을 45분간 얘기하고 있다"며 "당연히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위한) 절차를 충분히 보장해야 하지만 이 사건은 특이하다"고 지적했다

"12월 2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뒤 헌법재판소가 검찰 수사기록을 보내달라고 요청해서 당시 수사기록 사본 전체를 제출했다. 법정에 계신 변호사님들은 탄핵심판 절차에도 관여했고 이후 특검과 검찰에서 수사한 기록도 탄핵소추 대리인단과 변호인단 모두 기록 사본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

재판부도 변호인단의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김세윤 부장판사는 "최순실 피고인의 재단사건(공판기록) 서증조사를 하겠다고 미리 말했는데 (변호인단도 증거채택에) 동의했다"며 "동의하지 않더라도 증거능력이 있는 증거라 조사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이 사건은 증인만 몇백 명이 될 수도 있으니 입증계획 등을 다 짠 다음에 증거조사를 하는 것은 무리"라며 "서증내용을 설명하는 절차부터 하는 게 변호인이 시간 확보하는 데도 타당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검찰에게 증거목록을 한글파일로 달라는 유영하 변호사의 발언을 제지한 뒤 증거조사를 시작했다.
#박근혜 #최순실 #뇌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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