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1997년에는 중학교 교사였던 부인이 경기도에서 경상북도로 학교를 옮기는 와중에 초등학생 아들을 학교에 계속 다니게 하기 위해 주민등록을 친척집으로 옮겼고, 2004년에는 후보자 가족이 미국으로 파견을 가게 되면서 6개월가량 우편물 수령을 위해 세입자 아파트로 주소지를 옮겼다고 한다. 법률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주민등록법상의 허위신고가 되지만, 부동산 투기 목적 등의 '악성 위장전입'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는 게 청와대의 인식이다.
캠프 내부에서도 논란 됐던 '고위공직자 원천 배제' 문제는, 문 대통령이 선거 과정에서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는 고위공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해야 한다"(12월 13일 국민성장포럼 기조연설)는 선언적인 약속을 해버린 것이다. 문 대통령이 현장에서는 '위장전입' 대신 '위장취업'이라고 발언했다는 지적도 있지만, 민주당 선대위는 대선공약집에 고위공직 배제 사유가 '위장전입'이라는 것을 문서화했다.
문 대통령이 천명한 '고위공직자 원천 배제'는 당시 캠프 내부에서도 논란거리가 됐다.
캠프 메시지팀이 만든 연설문에는 '원천 배제'가 아니라 '배제'로 써있었는데, 대통령이 현장에서 '원천 배제'라고 한층 강도 높은 표현을 택했다는 후문이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후보자가) '원천 배제'라는 말을 썼는데, 그 때문에 집권 후 필요한 인적 자원들을 모을 때 제약이 되지 않겠냐는 우려가 있었다"고 전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6일 오후 기자들을 만나 "우리가 만약 인수위를 거쳤다면 '5대 기준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국민들에게 설명드릴 기회가 있었을 텐데, 인수위 없이 필요한 인사를 진행하다보니 뛰면서 신발 끈을 매야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고위관계자는 "청와대가 관련된 내부 기준을 마련해갈 것이고, '미니 인수위'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도 논의해주시면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야당과 국민들의 이해를 당부했다. 대통령의 공약과 국정운영 원칙이 충돌하지 않도록 세부적인 기준을 마련하겠으니 당장 내놓은 공직후보자들에 대해서는 너그럽게 봐달라는 주문이다.
그러나 야당에서는 비판적인 반응이 많았다. 최종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 않고 비서실장을 대신 내세우는 모양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 일색이었다.
"인사 발표는 대통령이 직접하고 변명은 비서실장을 앞세워 어물쩍 넘어가려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태도"(자유한국당 정용기 수석대변인), "국민의 공감을 얻기보다는 더욱 더 실망하게 하는 궤변 수준의 해명"(국민의당 최명길 원내대변인), "직접 해명하고 솔직하게 용서를 구하는 것이 소통하겠다는 대통령의 올바른 모습"(바른정당 오신환 대변인)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뒤로 숨는 건 과거 대통령들과 똑같아지는 것"보름 남짓의 '짧은 허니문'을 누린 문재인 정부가 지금부터 시험대에 올랐다는 의견도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비서실장 뜻이 대통령의 뜻", "여론 추이를 좀 더 지켜보자"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지만, "결국 대통령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현실론도 없지 않다. 외부 전문가들도 '문재인다운' 돌파를 주문했다.
정두언 전 의원은 <오마이뉴스>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실수는 후보 시절에 너무 강한 어조로 공직자 인선 원칙을 얘기한 것"이라며 "어쨌든 본인이 직접 털고 가야지, 안 그러면 앞으로 인사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전 의원은 "문재인답게 '5대 원칙'을 지키기 어려운 현실을 인정하고 가야한다. 앞으로 인사 뿐만 아니라 공약에서도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도 비슷한 주문을 했다.
"국민이 생각하는 최상의 눈높이에 맞는 인사를 하는 게 원칙이겠지만, 그런 사람을 찾으려면 아무 이력 없는 사람으로 찾아야 한다. 대통령의 기준과 원칙, 신념은 변함없지만 그런 생각을 현실에서 적용하기 어렵다는 걸 인정하고 국민들에게 설명하는 수밖에 없다."이 대표는 "국민들이 궁금해 하고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건 대통령이 직접 이야기하고 설명해야지, 자꾸 뒤로 숨는 건 과거 대통령들과 똑같아지는 것"이라며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새 정부의 트집을 잡고 싶은 기류가 있겠지만, 국민들은 훨씬 더 한 난장판도 많이 봤기 때문에 대통령이 열심히 하려는 의지·동기만 충분히 설명하면 받아들이자는 여론도 높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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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이냐 현실이냐, '첫 시험대' 오른 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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