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문철
일요일 오전 농민들이 가족과 함께 손모내기를 하러 단양군 적성면 하리 유기농 논에 모였다. 30개월 아이부터 칠순 어르신까지 30여 명이 논에 천막을 치고 둘러앉아 논물 들어가는 소리 들으며 소박한 잔치를 벌였다. 광주에서 후원 온 백남기우리밀 국수, 유기농 우리콩 두부, 아침부터 준비한 메밀 김치 부침개, 수육, 단양 읍내 재래시장에서 튀겨 온 흙마늘 치킨에 막걸리까지.
모내기는 원래 왁자지껄한 잔치판이 제격이라 모내기는 제껴놓고 음식 나누며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먼저 가졌다. 한분 한분 돌아가며 단양군농민회 창립의 의미와 앞으로 단양군농민들의 삶을 낫게 하기 위해 바라는 바를 이야기 했다. 시군 단위로 농민이 앞장 서서 농민의 목소리를 모아 지역농정에 반영하기 위해 단양군농민회가 해야 할 역할이 막중함을 다같이 공유했다.
박남진 단양군 친환경농업인연합회장은 30년이 넘도록 농사를 지었지만 날이 갈수록 살기 팍팍하고 빚만 늘어간다며 탄식했다. 송원배 단양사과협동조합장은 농산물 가격 보장이 되어야 농민들이 농사 지어 먹고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광직 군의원은 단양군농민회의 목소리를 조례 제정을 비롯한 군 농정에 반영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전농 충북도연맹 김남운 정책위원장은 옥천군의 사례를 참고하여 친환경학교급식운동을 전개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새참이라기 보다 잔치상에 가까운 음식과 이야기를 풍성히 나누고 나서 모내기를 하지고 다들 아우성이다. 바지를 걷어부치고 다같이 논에 들어가 손모내기를 했다. 논에 처음 들어가보는 아이들이 신기하게도 모내기를 잘 한다. 농사꾼 유전자가 아이들에게 있는 것 같다. 안기원 전농 충북도연맹 총무부장이 가장 열심이다. 다섯 살 꼬마 농부가 야무지고 진지한 표정으로 온 몸에 논흙을 묻혀가며 모를 심는 모습이 신기하고 기특했다.
봄 이라기보다 여름에 가까운 일요일 오전 한 때, 모내기라기 보다 천렵에 가까운 야외 놀이와 이야기 마당. 이렇게 단양군농민회 창립기념 모내기 행사가 세 시간이 넘도록 이어졌다. 농민들은 풍년보다는 농민들이 웃고 살 만한 세상을 기원하며 가을 추수 때 다시 모이기로 약속하고 다시 각자의 농토로 되돌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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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단양에서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는 단양한결농원 농민이자 한결이를 키우고 있는 아이 아빠입니다. 농사와 아이 키우기를 늘 한결같이 하고 있어요. 시골 작은학교와 시골마을 살리기, 생명농업, 생태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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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 농민이 웃고 사는 세상을 위한 손모내기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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