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6일 오전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으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장비를 실은 트레일러가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불과 열흘 전만 하더라도 트럼프 행정부는 전혀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방한에 동행한 백악관의 외교정책 보좌관은 4월 16일 "5월 초에 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있기 때문에 (한국의) 다음 대통령이 이 문제를 결정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4월 14일 백악관 고위 관료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기만전술이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국민들에게 역정보를 흘리면서 황교안 권한 대행 정부와 함께 은밀하고 기습적으로 사드 배치 작전을 모의 중이었던 셈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에 정확한 정보 제공했을까?문제는 사드 배치 절차의 불투명성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본질적인 문제는 과연 미국이 한국에 사드와 관련된 정확한 정보와 용도를 제공했는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근혜-황교안 정부가 내놓은 사드에 대한 정보는 이 무기를 만든 록히드마틴의 홍보자료 수준을 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정부 문서들과 전현직 관료들의 발언을 살펴보면, 사드의 효용성 및 X-밴드 레이더의 용도에 대해서 숱한 의문을 품을 만한 내용들이 있다.(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졸저 <사드의 모든 것> 참조)
대표적으로 마이클 헤이든 전 미국중앙정보국(CIA) 국장의 발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올해 4월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연설에서 북핵 문제는 중국엔 "치통"에 해당하고 미국의 전략은 "그 치통을 더 악화시키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사드 배치로 이 일을 해냈다."
그는 특히 한국에 배치되는 "X-밴드 레이더는 중국의 만주 일대까지 들여다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사드는 중국과 무관하다"던 박근혜-오바마 정부의 입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사드는 그 배치 절차뿐만 아니라 그 성능과 용도까지도 흑막에 가려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문재인 정부와 함께 사드 자체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조사에 착수한 문재인 정부를 직간접적으로 압박하지 말고, 오바마-박근혜 시기의 잘못된 결정을 되짚어 봐야 한다. 이게 "민주적 가치를 공유한다"는 동맹국의 도리이다.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스스로 밝힌 것처럼 "국민의 힘(people's power)"로 탄생한 정부이다. 이에 따라 미국이 한국을 군사전략의 전초기지나 현금자동지급기(ATM)로 취급했다가는 한국 국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이 점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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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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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김관진·한민구의 기망과 미국의 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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