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5·6호기백지화부산시민운동본부가 17일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신규원전 건설 중단과 노후 원전 폐쇄 공약 이행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정민규
원자력 공학자들은 한국수력원자력(주)가 원전을 가동해서 얻는 이익을 공유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원전가동으로 생산된 전기 1kWh 당 얼마의 돈을 책정해 연간 수천억 원의 원자력연구기금을 조성, 원자력 공학자들이 속한 대학과 원자력학회·원자력연구원에 연구 명목으로 돈을 배분한다.
10조 원가량의 영업 이익을 남기는 한전으로부터 두둑한 정산금을 받은 한국수력원자력(주)는 1000억~2000억 원의 원자력연구개발 자금을 직접 운용하면서 원자력 관련 대학들에게 연구 명목으로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의 돈을 배분한다. 원자력 관련 학과만이 아니라 인문학 관련 학과에도 지원하고 있다.
원자력 전문가 230명의 성명을 이끈 주최단체들 중에서 주관을 맡은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는 2016년 11월 4일에 출범했는데 한수원으로부터 3년간 약 70억 원가량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4월 7~8일에는 '원자력 지속성 강화 및 탈핵 대응 워크숍' 같은 행사를 열면서 원자력 산업의 홍보를 자처하고 있다.
센터를 이끌고 있는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이 워크숍에서 ▲ 원자력 정책 관련 워크숍·세미나 등 대국민 활동 확대 ▲ SNS 및 각종 매체를 통한 원자력 정보 확산 ▲ 사실에 입각하고 유용한 원자력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해 오해에 의한 불안 해소 기여 등 원자력 바로 알리기 활동에 적극 나서기 등을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의 역할로 제시했다. '연구'보다는 '홍보'에 방점이 찍힌 행동이다.
원전 관련 기술 연구를 위해 쓰인다고 책정된 국민 세금은 연간 수천억 원에 달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원전 안전은 최저 수준이다. 원전 수출의 주력 모델이라는 APR1400은 다른 나라들의 같은 제3세대 원전 노형과 비교해서 중대사고 대처설비가 부족해 유럽 입찰 시 설계를 변경하기도 했다.
원전 설계가 국내용과 수출용이 다른 것이다. 미국, 프랑스, 캐나다 등은 노후원전을 수시로 또는 10년마다 점검하면서 과거와 현재의 기술기준을 비교해서 원전설비를 업그레이드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을 하면서 업그레이드는 물론 과거 기술 기준과 비교도 이뤄지지 않았다. 40년 전 기술기준을 그대로 적용해서 가동하고 있다.
25기의 원전을 가동 중이고 40년의 원전 역사를 가지고 있다면서 독자적인 기술 기준 하나 없어서 미국과 캐나다 기술기준 준용하고 있는 게 우리나라 원자력안전법의 기준들이다. 그것도 바로 업그레이드 하지 않아 10년 이상 뒤처진 것들도 있다.
도대체 연간 수천억 원씩 책정된 연구개발 비용은 어디에 쓰이는 걸까. 더구나 연구자와 납품업체, 용역업체, 한수원과 규제기관 그리고 그들 퇴직자들이 뒤엉켜 약자인 비정규직을 억압하고 원전안전을 방기하면서 돈잔치 하는 현장은 차마 목도하기 어려울 정도다.
원자력 연구의 중추 역할을 하는 국책연구기관인 원자력연구원에서 자행된 위법 행위는 또 어떠한가. 핵폐기물을 불법으로 매립하고, 소각하고, 방출하고, 하수구에 흘려보내고, 방사능 방출 경보가 울리는 경보기를 끄고, 수치를 조작했다. 이들이 다름 아닌 이런 원자력공학자들이었다. 원자력학회를 비롯한 이들 단체들은 이에 대한 어떤 반성적인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
한수원 노조가 탈원전 정책을 반대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좋은 모습은 아니다. 원전 현장에서 정작 한수원 정규직 노동자들은 방사능 피폭을 가장 적게 받는 이들이다. 한수원 정규직 대신 방사능 피폭에 더 노출되면서 정규직이 해야 할 일을 대신 해왔지만 정규직 급여의 1/3도 못 받아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지위확인 소송을 했다는 이유로 가차없이 해고될 때 한수원 노조는 무엇을 했을까.
원자력계로부터 협찬금을 받고 광고성 기사, 광고성 영상을 내보내온 신문과 방송은 또 어떠한가. 사실상 기사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2012~2013년까지 원자력문화재단의 신문협찬기사 실태자료를 보면 신문 기고의 경우 건당 30만~45만 원 선에서 거래됐다. 돈을 받고 지면을 할애해주는 식이다.
<조선일보>가 2012년 4월 20일 자에 '원전강국 코리아' 기획기사를 내보냈는데 원자력문화재단은 이 신문사에 5500만 원을 협찬했다. <조선일보>의 천병태 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 인터뷰는 1100만 원이었다. 그런데 협찬했다는 표시는 없었다. 원자력문화재단은 2012~2013년 홍보차원에서 14개 신문사에 3억6000만 원을 썼다.
2010년 4월 KBS 교양 프로그램 1대100에서는 한수원 직원 92명이 출연했다. 원전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식의 문제가 출제됐다. 한수원은 이 프로그램에 4억 원을 협찬했다. SBS 생활경제, EBS 다큐프라임, YTN, MBN 원자력 특집 등에도 5억여 원이 쓰였다(관련 기사 : <미디어오늘>,
신문과 방송의 '원전사랑', 돈 때문이었다).
원전을 둘러싼 이익 공유체들이 자신의 이익이 줄어들까 염려하면서 행동에 나선 것은 무척 노골적이고 염치 없는 행동이다. 이를 비중있게 다루는 언론사 역시 균형감각을 잃었다.
월성 1호기 폐쇄와 신고리 5·6호기 중단... 시민들이 다시 나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