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6월 12일 시민 학생들의 명동성당 농성을 지지하는 천주교 사제단이 '나라를 위한 특별미사'를 마친 후 행진하는 모습
경향신문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우리 학교 바로 옆에 있는 명동성당에서 큰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어요. 함성 소리 같은 거 말이에요.
처음엔 학교 가는 길이 무서웠어요. 학교 근처 길거리엔 행인들보다 더 많은 경찰들이 지키고 서 있었거든요. 아주 낯설고 험악한 모습으로 말이에요. 경찰들이 학교 안까지 들어와 이것저것 살피고 갔어요. 학교 앞 골목에선 검문도 심하게 하더라고요.
언니 오빠들이 집에도 안 가고 성당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모양이에요. 경찰에 포위되다 보니 안에는 먹을 게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조심스레 들려왔어요. 학생들이 자기 도시락을 담장 너머로 보내주고 있다는 소문이 선생님들 몰래 퍼져 나가고 있었어요. 저도 엄마한테 도시락을 하나 더 싸 달라고 해야겠어요.
최루탄 총소리가 한낮의 뜨거운 소나기처럼 쉬지 않고 들려왔어요. 언니 오빠들의 얼굴 위로 조금씩 힘든 모습이 스칠 때면 나도 따라 마음이 무거워져 가기만 했어요. 지금 저분들의 고생이 우리의 앞날을 바꿔줄 수 있을까요? 내일은 어떤 모습의 태양이 떠올라 우리를 밝게 비춰줄까요?
대학 앞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30대 사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