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병들이 점호장으로 뛰어가는 모습.
공군 공감
'실내 교육'은 이른바 '꿀'로 통한다. 바깥에서 교육을 받으면 모래 바닥에 구르고 얼차려 받기 일쑤인데, 실내에선 강당에 앉아 그저 교관의 말을 경청하면 되기 때문이다. 응급 처치를 이론으로 교육하던 시간이었다. 교관은 교육을 이어나가는가 싶더니 질의응답을 갑자기 받겠다고 나섰다. 이른바 '농땡이' 시간이 된 셈이다. 정작 중요한 교육 시간은 가벼이 넘어가는 형국이었다.
훈련병들은 그동안 억누른 표현을 주체하지 못하고, 앞 다퉈 손을 흔들어대며 발산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훈련소 안에서 교관에게 질문할 거리가 얼마나 있겠는가. 대개 질문은 뻔했다.
"군 생활, 어떻게 해야 편하게 지냅니까?""꿀 보직은 뭡니까?""어느 자대가 좋습니까?""헌병 보직이 헬(지옥)이라는 데 사실입니까? 방공포병이 육군 24개월이라는데 사실입니까?"질문이 수렴하는 지점은 명확했다. 어떻게 해야 몸 편히 군 생활을 지낼 수 있는지에 훈련병의 관심이 쏠렸다. 답도 하나로 수렴했는데, 교관의 답은 시시하게 보이면서도 단호했다. 선임이 누구냐에 따라 군 생활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자대, 특기 아무리 잘 받아도 사람 잘못 만나면 꽝이란 얘기였다.
"자세한 건 여기서 말할 수 없고..."대답을 이어가다 교관은 뜬금없이 '군대는 퍼포먼스'라고 했다. 보여주기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훈련 소감을 작성하는 과정만 봐도 일맥상통한다. 또 군 내부에 병폐가 여전히 잔존하지만, 해결에 나서려고 하기보단 침묵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외부의 시각에선 군대가 질서 정연한 조직으로 비쳐져도 내부는 부조리에 침묵하는 경우가 더러 있고 그만큼 허점도 있다고 했다. 이것에 대해 "자세한 건 여기서 말할 수 없고..."라며 구체적인 언급은 피한 채, 두루뭉술 넘어가더니 교육은 이것으로 끝맺음했다.
차차 이야기를 풀겠지만, 사람 잘못 만나면 꽝이란 교관의 말을 이제 보니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이었다. 사람만큼 중요한 게 자대이고 특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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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 보내는 편지인데... "힘들다는 말은 쓰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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