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보이는 이 책방 한 군데에서만 제가 사들인 책은 1만 권이 넘으리라 생각합니다.
최종규
언론사나 단체나 기관에 '홍보하려는 책'을 안 보내는 작은 출판사가 제법 있습니다. 어느 독서단체나 출판 관련 단체에 '홍보하려는 책'을 보내야 하는지 모르는 작은 출판사도 꽤 있어요. 이러한 출판사에서 내는 아름답거나 알찬 책은 언론사·단체·기관·모임·비평가 손에 닿지 않는 바람에 추천도서목록에 아예 못 끼는 일이 흔합니다.
이런 모습을 서른 해 가까이 지켜보면서 저 스스로 '내가 사랑하는 책 1000권' 이야기를 펼치자는 생각을 품습니다. 책과 함께 살아온 제 발걸음인데요, 제 곁에서 저를 지켜보며 저한테 기운을 새로 북돋운 책을 1000권만 뽑아서 이 이야기를 펼쳐 보려고 해요.
저는 고흥 시골에서 '도서관학교'를 하기에 저희 도서관학교에 건사한 책이기도 하지만, 작은 마을에 작은 도서관을 새로 열려고 하는 이웃님이 있다면, 또 작은 마을에 작은 책방을 새로 지으려고 하는 동무님이 있다면, 이 이웃님하고 동무님한테 "이런 어여쁜 책을 갖추어 보시면 어떠할까요?" 하고 말씀을 여쭈어 보려고 하는 책 1000권이기도 합니다.
제가 먼저 사랑해서 읽고 되읽은 책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어버이 곁에서 물려받아 새로운 기쁨으로 읽고 거듭 읽은 책입니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철이 드는 걸음에 맞추어 하나하나 새삼스레 맞아들일 책이기도 합니다.
더 많은 책이 아닌, 사랑스러운 책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더 많은 책이 아닌, 즐거운 책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더 많은 책이 아닌, 고운 책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삶을 사랑하고 살림을 즐기며 생각을 곱게 짓는 길에 동무가 되어 주는 책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베스트셀러 읽기'나 '명작 읽기'나 '스테디셀러 읽기'나 '추천도서 읽기'나 '고전 읽기'나 '인문책 읽기'는 조용히 내려놓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스러운 책 읽기'랑 '즐거운 책 읽기'에다가 '고운 책 읽기'로 한 걸음 새롭게 내딛어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길을 함께 걸어 보시겠어요? 우리 이 책마실을 느긋하게 같이 해 보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