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오후 이 계단을 내려 가듯이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나갔다
정수권
한줌의 재가 되어서 한지에 싸여 조그만 오동나무 상자에 넣어졌다. 밖으로 나오니 남모르는 어느 집의 어린 강아지 한 마리가 함께 지내던 또 다른 주검의 강아지를 따라와서 아무것도 모르고 천진하게 뛰어다녔다. 그 옛날의 우리 보롱이를 보는 듯해 가슴이 찡했다.
돌아오는 길에 딸은 집으로 보내고 그동안 살면서 여러 곳을 다녔지만 보롱이가 가장 많이 뛰어 놀고 귀엽다고 아이들에게 사랑도 많이 받던 유엔묘지가 있는 평화공원으로 갔다. 여전히 사람들이 많았다. 아내와 내가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을 때 아들이 상자를 앞세워 천천히 한 바퀴 돌아오자 그제야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해졌다. 바람도 한결 시원했다.
하루라도 빨리 동물의료보험제도 검토해주길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반려동물에 대한 복지를 공약했고 유기견을 청와대로 데려가면서 관심이 높아졌다. 반려동물 인구 천만 시대를 맞아 그동안 오랜 시간 직접 개를 키워보니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정서적으로도 핵가족 시대의 단조로운 집안 분위기가 좋아지는 등의 여러 가지 좋은 점이 많았다. 그러나 반려견이 어리고 건강할 때는 잘 모르나 세월이 지나 나이가 들면 사람처럼 생각보다 의료비용이 많이 든다.
예를 들어 보롱이의 몇 가지 사례를 보면 어느 날 산책을 나갔다가 벌에 쏘였을 때 병원에서는 혈압이 떨어져 쇼크로 죽을 수도 있다며 해독제를 놓았는데 그 비용이 십만 원이 훨씬 넘었다. 그리고 만약에 고령으로 하지 못했던 백내장 안과 수술을 했다면 수백만 원이 들었을 것이며 실제로 보롱이 신장절제 수술도 이백만 원 이상이 들었다. 그 외 입원비 약값 등이 더 들어 경제적 부담이 크다.
어떤 사람들은 강아지를 위해 너무 과한 것 아니냐고 하지만 함께 한 생명을 어떻게 하겠는가.
(지난번 수술시 병원에서 나눈 대화 내용이다)
의사: 다행히 한 쪽 신장이 생각보다 괜찮으니 수술하면 남아 있는 신장으로 얼마간 살아 갈 수 있습니다.
나: 수술해 주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의사: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나: 그런데, 수술비는 대충 얼마나...
의사: 백만 원 조금 더 듭니다.
나: 알겠습니다.
(며칠 후 원무과에서)
나: 얼마입니까?
원무과; 이백 몇 십 만원입니다.
나: ?
원무과: 수술비만 그 정도이고, 부대비용을 합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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