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서 같이 놀 수 있는 이들과 상상을 현실로

[인터뷰] 2017 부평문화 상상테이블 참가자들

등록 2017.06.15 14:51수정 2017.06.15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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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에 살거나 부평에서 직장을 다니는 20~30대 청년 7명이 모여 테이블을 펼쳤다. 바로 '2017 부평문화 상상테이블'이다.


지난 5월 29일 저녁, 부평아트센터 2층 호박홀에서 그들의 월 1회 모임이 있다고 해, 찾아갔다. 그들의 '유쾌·상쾌·통쾌'의 세계에 합류하니 젊어진 듯했다. 상상테이블을 기획하고 추진하고 있는 7명 중 이날 모임에 참가한 5명, 그리고 부평구문화재단(이하 재단) 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눴다.

재단은 지난해 6월 지역 예술가·생활문화 활동가·청년기획자들을 모아 재단에 바라는 바를 듣는 워크숍을 진행했다. 그 과정으로 상상테이블이 마련됐다. 재단 관계자는 "지난해 워크숍 때 나온 의견을 당장 정책에 반영하거나 수용하긴 어려워 올해는 프로젝트 형식으로 청년들을 모아 사업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재단은 정예지 '청년인력소' 대표를 중심으로 청년들을 모았다. 그렇게 모인 7명이 상상테이블을 기획하고 운영한다.

"지역에서 같이 놀 수 있는 사람을 만나 행복해"

  ‘2017 부평문화 상상테이블’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멤버들. 왼쪽부터 정예지, 이선빈, Famous B, 강헌구, 신희숙씨.
‘2017 부평문화 상상테이블’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멤버들. 왼쪽부터 정예지, 이선빈, Famous B, 강헌구, 신희숙씨.김영숙

자칭 동네가수이자 싱어송라이터인 강헌구씨는 2014년 1월 서울 홍대에서 활동을 시작해 지난해 말 '열우물길'이라는 싱글앨범을 발표했다. 자신이 살고 있는 부평구 십정동이 재개발되는 게 속상해 만든 노래란다.


"인천에서 태어나 초·중·고교를 졸업하고 지금도 인천에 사는데 홍대로 공연하러 다니는 게 멀다고 느꼈어요. 서울은 누릴 수 있는 문화예술이 많은데 인천은 별로 없더라고요. 인천에서 활동하고 싶어서 이 프로젝트에 참가했습니다."

정예지씨가 싱글앨범의 뮤직비디오도 참 좋다고 귀띔해줬다.


헌구씨는 상상테이블에 참가해 제일 좋은 게 지역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 것이고, 이들과 같이 놀면서 미래를 꿈꿀 수 있어서라고 했다. "다들 그렇지?"라고 헌구씨가 멤버들을 둘러보며 묻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서예가이자 동양화가인 예지씨는 자칭 '우주의 아이돌'이란다. '아이돌'보다는 '돌+아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자유분방해 보였다. 청년시절이 가기 전에 진한 족적을 남기고 우주의 아이돌이 되고 싶어 청년인력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는 예지씨는 "기관의 지원을 받으려면 절차가 복잡하고 입맛을 맞춰야하는 게 싫어 단체를 만들고 일을 저질렀다"고 했다. 청년인력소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데 필요한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데 목적을 뒀다. 올해 초 시작해 매달 한 번씩 '네트워크 파티'를 연다. 참가비 1만 원을 내면 참가할 수 있다.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에서 기획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신희숙씨는 재단에서 청년들이 하는 프로그램에 관심이 생겨 참여했다.

"일하는 단체에서도 기획을 하고 있지만, 내 이름으로 아이디어를 생산해 실행해보지는 못했어요. 이번에 그걸 할 수 있는 기회라 흔쾌히 함께 했습니다."

멤버 중 막내인 조하늘씨는 래퍼다. 예명은 'famous B'다. 부평구 뫼골문화회관 1층 카페에서 고등학교 때 아르바이트를 하다 헌구씨를 만났다.

"인천에서 랩을 하고 있고 지금은 앨범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작은 음악회에서 공연하고 있고요. 형(=헌구씨)이 상상테이블을 제안했는데 재밌는 걸 만들 수 있겠단 생각에 참여했습니다. 저는 혼자 작업하는 스타일이에요. 홍대 등, 다른 곳에서 공연하면 나만 그런지 그때만 친하고 말더라고요. 그래도 유일하게 내가 사는 곳에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어요. 제가 지금 활동하는 팀과 헌구형이죠. 지역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생각들을 하는 게 필요했는데 상상협의체를 만났습니다."

처음에 자신을 '실어증 스타일이라 말을 잘 못한다'고 소개한 래퍼 'famous B'는 청산유수로 자신을 소개해 멤버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현재 뫼골문화회관 1층 카페 '쉼표'에서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오후에 열리는 작은 음악회에서 공연하고 있다.

고교 2학년부터 랩을 했는데 그때 예명은 '보기 좋게'라는 뜻의 순우리말 '뱌오'였다.

"저도 발음이 어려워요. 원래 내 음악스타일은 진지한 가사들과 어두운 주제가 많았어요. 지금 팀을 만나고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내가 추구하는 것들을 잡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서 이름도 'famous'에 뱌오의 'B'를 붙였습니다."

이날 참가한 5명 중 마지막으로 자신을 소개한 이선빈씨는 자신을 예비 문화예술교육 기획자로 소개했다. '가장 평범한 사람'이라고 본인을 소개하자, 다른 멤버들이 '뭐가 평범하냐?'고 항의했다. 선빈씨는 한복을 직접 만들어 입고 50일 간 유럽 도시 10여 개에 다녀왔다. '한복이 평범하다는 걸 알리고 싶어서'였단다.

"유럽여행을 다녀온 후 취업을 준비했는데 쉽지 않아 포기할 즈음에 한복 관련 창업을 생각하다 청년인력소를 알았어요. 저는 기획을 해본 적도 배운 적도 없어요. 문화예술교육 기획을 하고 싶고 배우고 싶어 함께 했습니다."

"이번 생은 망했어요. 여름 환생학교로 오세요"

올 초 상상테이블에 함께 할 사람들이 모였다. 첫 회의는 1월 22일이었고 네 명이 모였다. 처음에는 예지씨와 복합문화공간 '어느 사이' 조윤상 대표를 중심으로 청년들을 모았다.

"원래 7명이 개인으로 준비하려 했어요. 저도 월간 단위로 문화기획을 하고 싶었는데 지원 비용으로는 프로젝트를 하기 어려워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같이 하자는 제안에 처음 고민했던 아이디어를 뒤집었어요."

예지씨의 말에 선빈씨도 보탰다.

"한복 관련 프로그램을 기획해보려고 참가했는데 혼자서 하려고 하니 고민에 진척이 없더라고요. 부평풍물축제도 있어서 한복으로 뭘 하는데 한계를 느꼈고 저도 한복에 구속되고 싶지 않아 고민하던 때에 헌구씨가 같이 하자고 불러줬습니다."

헌구씨는 2월 회의 때 자신뿐만 아니라 갈피를 잡지 못하던 멤버들에게 여럿이 같이 하자고 제안했다.

"혼자 하는 게 재미가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개인 프로젝트를 못 잡은 멤버들에게 프로젝트를 같이 해보자고 연락했습니다. 이것도 제대로 안 되면 전 이 프로그램에서 빠지려고 생각했어요."

희숙씨와 5월 회의에는 참가하지 않은 조윤상 대표, 이선영 에듀케이터는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고 헌구씨의 제안에 예지씨와 선빈, 하늘씨가 공동 프로젝트를 함께 하기로 했다. 프로젝트명은 '여름환생학교'. 그리곤 열흘에 한 번씩 만날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됐고 사업에 추진력이 생겼다.

여름환생학교는 높은 청년 실업률과 청년빈곤 등으로 의욕과 자존감이 떨어진 청년들이 주체가 돼 자신을 돌아보고 서로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공감해 열정을 회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기획했다. 기획자들은 연애·결혼·주택구입 등 많은 것을 포기한 청년들이 가장 먼저 회복해야 하는 것은 의욕과 자존심이라고 강조했다. 선빈씨와 예지씨가 결정된 과정 얘기를 들려줬다.

"누구는 캠프 형식으로 하자, 누구는 파티, 누구는 워크숍 분위기로 하자고 하다가 이 모든 걸 하나로 모아 파티처럼 즐기면서, 워크숍과 캠프의 내용을 담자고 의견을 모았어요."

"처음에는 하루 종일하는 게 힘들 것 같았는데 토론을 해보니 재밌더라고요. 제가 처음에 제안하고 같이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과정이 신났어요."

환생학교는 6월 17일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7시까지 9시간 동안 진행된다. 세부 내용으로는 오전에 학교에 입학해 묵언수행으로 '맞춤상복 만들기'를 하고 난 후 참가자들과 환생학교에 참여한 배경과 자신이 환생해야하는 이유를 소개한다. 핵심 프로그램은 오후 4시경에 진행하는 '실실실 돌아다니기'이다.

"초상실, 화장실, 환생하실 등 방 세 개를 돌아다녀야 해요. 비밀장치를 마련했는데 참가자들이 울다가 웃을 정도로 준비했습니다. 화장실에서는 안 좋았던 것을 태워버리는 의식을 하고 마지막 환생하실에서는…"

예지씨가 자세히 설명하려하자 멤버들이 비밀이라고 말을 아낀다. 마지막 '환생하실'에서 여름환생학교의 하이라이트인 환생을 경험한 후 토크쇼로 마무리한다. 신생아로 환생했으니 토크쇼를 옹알이로 하겠다고 한다.

"우리가 너무 쉽게 죽고 싶다는 얘기를 하는데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그 말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른 채 가볍게 사용했다는 걸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참가자들이 환생학교에서 여러 생각을 할 수 있게 준비했습니다. 몸이 건강하면 그것만으로도 열심히 살 수 있다는 걸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퇴근길 직장인 위한 '어쩌다 공연' 만족도 높아

 지난 5월 24일 부평구청역 지하에서 열린 ‘어쩌다 공연’의 한 장면.
지난 5월 24일 부평구청역 지하에서 열린 ‘어쩌다 공연’의 한 장면.김영숙

2017 부평문화 상상테이블은 테이블이 크게 5개로 구성됐다. 여름환생학교와 ▲ 문화로 배우자·놀자 ▲ 독립잡지 <퇴근 01호> ▲ 찾아가는 상상탐구생활 서울·인천 ▲ 퇴근길 국악콘서트 '어쩌다 공연'이다.

대부분 6월부터 시작하는 프로젝트고, '어쩌다 공연'만 지난달 24일 부평구청역 내 상설공연무대에서 진행했다. 이 공연을 기획한 희숙씨는 퇴근길에 익숙한 국악 한 소절을 만나 국악의 진정한 매력을 느끼게 해설이 있는 국악공연을 만들고자 했다.

"국악은 즐기기 어려운 장르라고 생각하는데 제대로 알려주면 국악의 매력에 빠질 수 있어요. 직장인들이 시간 내서 공연 보기 힘드니까, 퇴근 후에 접근하기 쉬운 곳을 고민하다 지하철역을 선택했습니다. 최대한 해설을 많이 하면서 공연을 진행하려 했어요."

희숙씨는 기획뿐 아니라 공연 해설도 했다. 이를 위해 자료를 찾고 공부도 했다. 공연이 끝나고 설문조사 등으로 관객의 반응을 모으니, 만족도가 90% 이상 나왔다. 재단 관계자는 적은 예산과 재단에서 따로 홍보하지 않았는데도 많은 관객이 참여한 것에 뿌듯해 했다.

상상협의체 멤버들은 상상테이블과 다른 공모 사업의 차이로 '정산하지 않는 것'을 꼽았다. 지원 사업은 지원금을 사용할 때 제약이 많고, 영수증 증빙 등 사후 처리도 신경 쓸 일이 많은데, 상상테이블 사업은 예산은 적지만 자유롭게 추진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도 좋았지만 매달 회의하면서 인간적인 관계가 형성되고 자발성이 발휘돼 사업이 빛이 나는 게 좋다고 했다.

"혼자 고민하는 게 아니라 편한 관계에서 친구를 사귀고 네트워크가 확장되고 있는 게 중요합니다. 더 이상 지역의 인재들이 빠져나가지 않고 우리가 사는 곳에서 모일 수 있게 더 다양한 프로그램이 생기고, 지역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곳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시사인천>에 실림
#부평문화 상상테이블 #부평구문화재단 #어쩌다공연 #여름환생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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