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사인 '병사→외인사' 수정, 주치의 백선하 '수용불가'

[기사보강 : 15일 오후 4시 20분]

서울대병원, 백남기 농민 사인 '외인사'로 변경 지난 2015년 11월 경찰 물대포에 맞아 사망한 고 백남기 농민 사인과 관련 서울대병원측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강의실에서 언론설명회를 열어 사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김연수 서울대병원 부원장이 기자들에게 변경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 ▲**서울대병원, 백남기 농민 사인 '외인사'로 변경**지난 2015년 11월 경찰 물대포에 맞아 사망한 고 백남기 농민 사인과 관련 서울대병원측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강의실에서 언론설명회를 열어 사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김연수 서울대병원 부원장이 기자들에게 변경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권우성

지난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에 때 경찰이 직사한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지난해 9월 25일 사망한 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 내용이 지난 14일 수정됐다. 서울대병원이 사인을 '병사'라고 고집해왔던 게 결국은 정권 눈치보기였다는 게 드러난 셈이다.

서울대학교병원이 15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는 하루 전 다음과 같이 수정됐다.

[수정 전]
1. 사망의 종류 : 병사
2. (가) 직접 사인 : 심폐정지
   (나) (가)의 원인 : <중간사인> 급성신부전
   (다) (나)의 원인 : <선행사인> 급성경막하출혈

[수정 후]
1. 사망의 종류 : 외인사
2. (가) 직접 사인 : 급성신부전
   (나) (가)의 원인 : <중간사인> 패혈증
   (다) (나)의 원인 : <선행사인> 외상성경막하출혈

"유족분들께 진심으로 안타까운 마음 전해"

법적으로 백남기 농민의 사망원인을 따지는 과정에서 사인이 '병사'로 기재된 사망진단서는 경찰의 과잉진압 책임을 덜어주는 구실을 해왔다. 마치 물대포 직사가 아닌 다른 원인이 있었을 가능성을 남겨놓은 이 '의학적 소견'을 근거로 경찰·검찰은 부검을 시도했고, 백남기 농민 죽음의 책임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날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김연수 진료부원장 주재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서울대병원은 "오랜 기간 상심이 크셨을 유족분들께 진심으로 깊은 위로의 말씀과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다"며 "이번 일에 관련된 분들을 비롯하여 국민 여러분들께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하여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망진단서 수정은 지난 1월 백남기 농민 유족이 사망진단서 수정 및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 서울대병원이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이다. 서울대병원은 담당 진료과인 신경외과에 소명을 요구했고, 신경외과는 '사망진단서는 대한의사협회 지침에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7일 의료윤리위원회를 개최, 이같은 내용으로 사망진단서를 수정할 것을 권고한다는 방침을 결정했다.

해당 신경외과 전공의는 이를 받아들여 사망진단서를 수정했고, 수정된 사망진단서가 금명간 유족측에 발급될 예정이다. 애초 이 전공의는 애초 사망진단서 발급 전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씨에게 '사망진단서는 내 이름으로 발급되지만 그 내용은 교수님들이 상의하고 그 내용을 지시한 것이라 그 지시대로 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던 의사다.

고 백남기 농민 주치의 백선하 "환자분 위해 최선 다했다" 고 백남기 농민의 주치의 백선하 교수(왼쪽)가 지난 2016년 10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서울대학교 등에 대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고 백남기 농민의 CT 촬영본을 보여주며 수술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백 농민의 사망 원인이 '병사'가 아닌 '외인사'라고 주장하는 이윤성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눈을 감은 채 백 교수의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 ▲**고 백남기 농민 주치의 백선하 "환자분 위해 최선 다했다"**고 백남기 농민의 주치의 백선하 교수(왼쪽)가 지난 2016년 10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서울대학교 등에 대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고 백남기 농민의 CT 촬영본을 보여주며 수술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백 농민의 사망 원인이 '병사'가 아닌 '외인사'라고 주장하는 이윤성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눈을 감은 채 백 교수의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유성호

"백선하 교수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

하지만 백남기 농민의 주치의였던 백선하 교수는 서울대병원 의료운리위원회의 사망진단서 수정 권고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원장은 "윤리위의 권고 대상은 백선하 교수가 아니라 사망진단서를 작성한 전공의"라며 "백 교수가 외인사라는 진단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백 교수에 대한 징계 여부에 대해 김 부원장은 "아직까지 논의한 것은 없다. (백 교수가) 환자를 돌보는 데에 최선을 다 하는데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등에 백 교수와 함께 출석해 '병사'라고 기재한 사망진단서 작성에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던 서창석 병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9월 최초 작성된 사망진단서가 아홉달 만에 수정된 데에 어떤 정치적인 고려가 있지 않았는지, 감사원이 7월부터 시작하는 서울대병원 기관운영감사에 따른 조치가 아니냐는 질문도 있었다. 이에 대해 김 부원장은 "서울대병원이 어려운 결정을 하는데 정치적으로 할 만큼 무책임한 조직은 아니다. 분명히 알아달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