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꽃재 마을의 집들이다.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마을로도 유명하다.
이재환
'예술이 꽃피는 재미난 마을'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줄여서 예꽃재 마을이다. 충남 아산시 송악면 강장리에 있는 예꽃재 마을에는 일반 직장인은 물론이고, 공예, 성악, 요가, 풍물기획단 단장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함께 모여 산다.
마을에는 32가구 12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친환경 주택단지로 조성된 마을은 충청남도 친환경 에너지 자립 마을 1호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 마을은 지열을 이용해 난방과 온수를 데우고, 태양열로 전기를 만들어 쓴다.
이 마을에서는 그 '흔한' 화석연료도 사용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마을 주민 박진영씨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은 우리 마을이 지닌 가장 큰 장점"이라며 "전기를 사용하는 양보다 태양광으로 발전하는 양이 더 많아서 전기요금도 기본요금인 2천4백 원만 내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 김미연씨도 "35평 정도가 되는 집에 겨울 난방비가 15만 원 정도가 나온다"며 "겨울 동안 상당히 따뜻하게 지내는데도 일반 아파트에 비해 난방비가 훨씬 적게 드는 편"이라고 말했다.
예꽃재 마을 주민들은 지난 2015년 마을에 입주한 이후, 마을 안에서 동아리 활동도 하고 차도 마시며,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고민도 함께 나누고 있다. 그래서일까. 예꽃재 마을에는 유난히 공동 시설이 많다. 주민 공동소유의 땅에는 아이들을 위한 작은 도서관과 공방도 갖추고 있다. 내부 인테리어로 사용된 의자와 탁자 등의 집기들은 마을에 사는 '아빠(남성)'들이 직접 만들었다.
'곱하기 32' 건물에서는 마을 주민들의 동아리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건너편에 있는 '나누기32' 건물에는 '카페 담북'을 차려 놓았다. 주민들뿐 아니라 마을을 찾은 방문객들이 담소를 나누며 정을 '뜸뿍' 나누라는 의미에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마을에 입주한 32가구가 서로 나누고 곱하면서 누구나 한 번쯤 꿈꾸던 귀촌 생활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예꽃재 마을은 공중파 방송에도 여러 차례 소개가 됐다. 한국에너지공단으로부터는 친환경적 에너지를 활용한 우수사례 마을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마을에서 불과 500m 정도 떨어진 곳에 육가공공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 작은 마을의 평화가 깨지기 시작했다. 예꽃재 마을 주민들은 최근 강장리 주민의 일원으로 육가공공장설립을 반대하는 집회와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