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머리통처럼 커진 하지감자
최오균
감자는 나처럼 '못생긴' 식품이기도 하다. 울퉁불퉁한 모양과 우중충한 색깔이 볼품없다. 스페인 정복자들이 페루 안데스 산맥에 유럽으로 감자를 들여왔는데, 한때 유럽에서는 싹을 틔우는 감자의 작은 점들이 당시 무시무시한 병이었던 천연두의 마마 자국처럼 생겼다고 해서 '악마들이나 먹는 식품'이라고 터부시하기까지 했다.
오죽했으면 못생긴 사람들을 두고 감자처럼 생겼다고 했을까? 하지만 이토록 퉁명스럽게 생긴 감자는 인류의 긴 역사 속에서 배고픔과 기근을 해결해준 구황작물이기도 하다. 이제 감자는 벼, 밀, 옥수수와 함께 세계 4대 작물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할 정도로 매우 중요한 식량이다. 세계인의 주식으로, 또한 현대인들이 즐기는 패스트푸드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감자는 도대체 어떤 식물인가? 한마디로 말하면 감자는 뿌리식물이 아니다. 감자는 가짓과에 속하는 쌍떡잎식물로 한해살이 줄기식물이다. 흔히 감자와 고구마가 둘 다 땅속에서 자란다는 점에서 사촌지간 정도로들 여기지만, 감자는 가지, 토마토, 고추, 토란, 돼지감자 등과 같은 가짓과 식물에 속한다. 반면에 고구마는 메꽃과 식물로 뿌리식물에 속한다.
감자는 잎줄기에서 땅속으로 뻗은 굵은 줄기 마디로부터 땅속으로 철사처럼 가느다랗고 하얀 '기는줄기'가 뻗어 나와 그 끝이 비대해지며 '덩이줄기'를 형성한다. 감자는 이 덩이줄기의 끝에 양분을 저장하며 점점 뚱뚱해지면서 둥글게 변한다.
감자는 씨앗이 아닌 줄기라는 영양기관을 통해서 영양생식을 하는 줄기식물이다. 태아가 탯줄을 통해 양분을 빨아들이며 점점 커지는 이치와 같다. 우리가 먹는 통감자는 뿌리가 아닌 줄기라는 것이다.
아내에게 감자가 줄기라고 말했더니 "감자가 줄기라니요, 그게 뿌리지 무슨 당치도 않은 억지 말씀을 하세요?"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학술적으로 감자는 하얀 줄기를 통해 영양을 빨아 먹는 줄기식물이다. 하지만, 나 역시 감자가 뿌리라는 아내의 생각과 별다름이 없다. 덩이줄기는 괴경(塊莖)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덩이줄기의 오목하게 팬 자국에서 작고 어린 싹이 돋아난다.
아침 식탁에 오른 햇감자의 맛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