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총리 독일국민들이 메르켈총리를 지지하는 이유를 물으니 ‘귄위적이지 않고 합리적이라서…’라는 상식적인 답이 주저없이 돌아왔다.
정기석
대안 사회는 '사회적 자본'과 '사회 안전망'으로 무엇보다 현대 신자유주의 천민자본주의의 표본이자 신식민지 반봉건사회 같은 '헬조선' 한국에서 마을이나 공동체는 해묵은 난제다. 한국사회의 평균적인 시민들은 '오로지 '먹고 사는 문제'. '안전하게 사는 문제'에 진력하고 매진하느라 남을 돌보거나 보살필 시간도, 여유도 거의 없다. 그런 처지와 형편에서 마을공동체사업이나 사회적 경제를 시작하거나 참여하는 건 실로 어려운 일이다. 마음은 있어도 몸이 잘할 수 없다.
특히 생업과 생활의 공간이 분리, 격절된 도시에서는 일상의 대부분을 생업 현장에서 탕진하느라 삶의 터전인 마을은 그저 숙소 또는 수용소의 모양과 기능으로 전락하고 있다. 그래서 마을이나 공동체사업현장에 가서 속을 들여다보면 세 부류의 사람들만 유독 눈에 띈다. 마을공동체사업을 생업 삼아 하는 전문 활동가, 어쨌든 '먹고살 만한' 이른바 중산층들, 그리고 다른 기회나 대안이 차단된 이른바 '삼포 세대'의 청년들이다. 정작 마을공동체의 주력으로 참여하고 활동해야 할, 공동체의 돌봄과 보살핌이 절실한 중하위 계층의 주민들, 시민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먹고 사는 일터'에 오로지 매달려 있기 때문에 마을공동체를 기웃거릴 시간도, 힘도 없다.
그런 주민, 시민들과 함께 공동체사업을 모두 함께, 잘하려면 법, 제도, 정책을 개발하기 전에, 공동체 사업계획서를 쓰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먹고 살아야 한다'는 강박증, 두려움, 공포심으로부터 주민과 시민들은 우선 해방시켜줘야 한다. 그러자면, 먹고사는 전장의 경쟁 상대인 이웃을, 친구를, 타인을 서로 믿지 못해 공동체에 다가가지 못하는 것이니, 우선 서로 믿고, 서로 약속한 규범을 잘 지킬 수 있도록 '사회적 자본'부터 키우고 공유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나 정부가 시민과 국민을 돌보고 보살피지 않아서, 내가 스스로와 처자식까지 돌보고 보살피느라 남 따위는 쳐다볼 여유나 이유가 없으니, 그래서 나도, 너도, 우리 모두 불안하고 위험하니 튼튼한 '사회안전망'부터 구축해야 한다. 기본소득제로 상징되는 '사회안전망'이 일단 구축되면, 공동체 구성원마다 서로 믿고 남을 도울만한 생활의 여유가 생겨 신뢰, 협동, 연대, 규범, 네트워크 같은 '사회적 자본'은 저절로 생성, 축적될 것이다. 그런 사회적 자본이 만들어지면 마을공동체는, 사회적 경제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저절로 발생하고 진화할 것이다. 지금처럼 국가나 정부가 마치 생색내듯 돈 몇 푼씩 나눠주며 훈련시키듯 다그치거나 감독하거나 평가하지 않아도 자생적으로, 자조적으로, 자치해나갈 것이다.
그러니까 1단계로 사회안전망(무상교육, 무상의료, 사회주택, 고용안정, 기본소득 등), 2단계로 사회적 자본(생활기술 학교, 공유재 은행, 협동경영 조합, 공동체 융합 플랫폼 등), 3단계로 법·제도·정책(마을공동체, 사회적 경제, 커뮤니티 비즈니스, 도시재생, 귀농 등)의 순서와 단계로 '공동체사업'의 설계도와 추진전략도 새로, 다시 그릴 필요가 있다. 앞으로 수십 년이 걸리든, 수백 년이 걸리든, 그 길이 '불량사회 한국, 불행사회 한국'에서 탈출, 마침내 '사람 사는 마을공동체'로 들어가는 옳고 바른 외길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