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관병에 술상 차리게 한 뒤 빰 때린 사단장

군인권센터 "현역 육군 사단장, 휘하 장병에 폭력"... 육군 "조사해 엄중 처리"

등록 2017.06.26 16:14수정 2017.06.2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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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열린 '육군 사단장 폭행 및 가혹행위 폭로 기자회견'을 주최한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6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열린 '육군 사단장 폭행 및 가혹행위 폭로 기자회견'을 주최한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김종훈

현역 육군 사단장이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공관병·당번병·운전병 등에게 지속적으로 폭언과 폭력 행위를 일삼아 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피해 신고가 있었지만 육군본부는 "신체접촉은 있었으나 폭행은 인정되지 않는다"며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26일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수 장병으로부터 육군 제39사단 문병호 사단장(소장)이 휘하 장병들에게 폭언, 가혹행위, 사적지시를 가했다는 제보를 입수했다"며 각 사례를 소개했다.

문 소장은 육사 43기로 지난 2014년 준장으로 진급한 뒤 불과 1년여 만에 소장으로 승진했다. 군내에선 인사관련 핵심보직을 두루 거친 육사 출신 엘리트로 알려져 있다. 문 소장은 지난 2015년 11월 경상남도 일대에 주둔한 육군 39사단 사단장으로 취임해 현재까지 재임 중이다.

문 사단장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제보자들은 대부분 공관병과 당번병, 운전병으로 그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공관병은 보통 군내에서 연대장, 사단장 등 대령 이상의 고위급 지휘관의 관사를 관리하는 병사를 칭하며, 당번병은 주로 영관급 이상의 지휘관이나 고위급 장교의 전령 업무 등을 위해 두는 병사를 일컫는다.

별다른 이유 없이 공관병 뺨 때려... 대학원 과제 조사도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문 사단장은 지난 3월 31일 자정 무렵 술을 마신 뒤 공관으로 휘하 간부들을 데리고 들어와 공관병에게 술상을 차려올 것을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문 사단장은 특별한 이유 없이 술상을 차리고 공관에서 대기 중인 공관병의 목덜미와 뺨을 때리는 등 폭행을 가했다. 

이 뿐이 아니다. 문 사단장은 공관 내 난초 관리와 대학원 입학시험 과제 등을 사적인 업무를 장병들에게 지시했다. 제보자들은 지시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문 소장으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는 "문 사단장은 간부인 전속부관에게도 담배를 필 때 재떨이를 들고 옆에 서있게 했으며, 관사로 짜장면을 배달시켜 놓고 전속부관이 음식을 철가방에 넣어오지 않았다며 '내가 노가다꾼이냐? 이거 나보고 쳐 먹으라고 갖다 주는 거냐?'는 등 폭언을 퍼부었다"고 밝혔다. 또 "전속부관이 전화를 대신 받아 건네면 통화가 끝난 뒤 핸드폰을 집어던지는 일도 다반사였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군인권센터는 문 사단장이 민간인과의 사적 만남을 위해 수시로 운전병에게 관용차로 자신을 목적지까지 태울 것을 지시했으며, 보일러 단말기를 조작할 줄 몰라 새벽 1시에 공관병을 안방까지 불러다가 보일러 온도를 높이라며 폭언을 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보였다고도 했다.


"폭행 인정 안 돼"라던 육군 "조사해 엄중 처리할 것"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육군 39사단 '충무부대' 사단장 문병호 소장은 공관병과 당번병, 운전병 등에게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육군 39사단 '충무부대' 사단장 문병호 소장은 공관병과 당번병, 운전병 등에게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다.육군39사단 페이스북 캡처

피해 사례에 등장한 공관병의 경우 전역 뒤 피해 사실을 국민신문고에 신고했지만 조사에 착수한 육군본부는 폭행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결론 내고 문 소장에 대해 징계 등의 조치는 하지 않았다.

육군본부 관계자는 신고자에게 "복수의 장병들로부터 똑같이 폭행이라고 인정할 만한 진술들이 나오지 않았다"며 "신체적 접촉은 있었지만 정확하게 폭행인지 아닌지는 사실 확인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군인권센터는 "육군본부가 문 사단장의 가해 행위 여부를 수사하지도 않았고, 징계위원회에도 회부하지 않은 채 구두 경고 조치로 이 사건을 마무리하려 했다"며 "육군 내 지시 등을 총괄하는 총 책임자인 장준규 육군 참모총장이 휘하 간부들을 통해 문 사단장의 비위 행위를 덮으려 든 것으로 보인다. 군의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 행위로 군의 자정 기능이 사실상 마비돼 있음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군인권센터는 문 사단장의 가혹 행위 및 육군의 감찰 과정 전반에 대한 수사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군인권센터의 가자회견 내용에 대해 육군은 즉각 해명에 나섰다. 이날 오후 육군본부는 입장문을 내고 공관병 폭행 의혹에 대해 "당시 민원인이 제기하였던 사안에 대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육군은 해당 사단장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엄중히 경고했다"고 밝혔다.

육군본부는 이어 "군의 고급 지휘관이 지녀야 할 언행의 엄중함을 깊이 인식하면서 민원인이 이미 제기한 사안을 포함해 군인권센터에서 추가로 제기한 사안에 대해 신속하게 추가 확인 조치하고 조사결과에 따라 엄중히 처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39사단 #사단장 #문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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