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열린 '육군 사단장 폭행 및 가혹행위 폭로 기자회견'을 주최한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종훈
현역 육군 사단장이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공관병·당번병·운전병 등에게 지속적으로 폭언과 폭력 행위를 일삼아 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피해 신고가 있었지만 육군본부는 "신체접촉은 있었으나 폭행은 인정되지 않는다"며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26일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수 장병으로부터 육군 제39사단 문병호 사단장(소장)이 휘하 장병들에게 폭언, 가혹행위, 사적지시를 가했다는 제보를 입수했다"며 각 사례를 소개했다.
문 소장은 육사 43기로 지난 2014년 준장으로 진급한 뒤 불과 1년여 만에 소장으로 승진했다. 군내에선 인사관련 핵심보직을 두루 거친 육사 출신 엘리트로 알려져 있다. 문 소장은 지난 2015년 11월 경상남도 일대에 주둔한 육군 39사단 사단장으로 취임해 현재까지 재임 중이다.
문 사단장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제보자들은 대부분 공관병과 당번병, 운전병으로 그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공관병은 보통 군내에서 연대장, 사단장 등 대령 이상의 고위급 지휘관의 관사를 관리하는 병사를 칭하며, 당번병은 주로 영관급 이상의 지휘관이나 고위급 장교의 전령 업무 등을 위해 두는 병사를 일컫는다.
별다른 이유 없이 공관병 뺨 때려... 대학원 과제 조사도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문 사단장은 지난 3월 31일 자정 무렵 술을 마신 뒤 공관으로 휘하 간부들을 데리고 들어와 공관병에게 술상을 차려올 것을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문 사단장은 특별한 이유 없이 술상을 차리고 공관에서 대기 중인 공관병의 목덜미와 뺨을 때리는 등 폭행을 가했다.
이 뿐이 아니다. 문 사단장은 공관 내 난초 관리와 대학원 입학시험 과제 등을 사적인 업무를 장병들에게 지시했다. 제보자들은 지시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문 소장으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는 "문 사단장은 간부인 전속부관에게도 담배를 필 때 재떨이를 들고 옆에 서있게 했으며, 관사로 짜장면을 배달시켜 놓고 전속부관이 음식을 철가방에 넣어오지 않았다며 '내가 노가다꾼이냐? 이거 나보고 쳐 먹으라고 갖다 주는 거냐?'는 등 폭언을 퍼부었다"고 밝혔다. 또 "전속부관이 전화를 대신 받아 건네면 통화가 끝난 뒤 핸드폰을 집어던지는 일도 다반사였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군인권센터는 문 사단장이 민간인과의 사적 만남을 위해 수시로 운전병에게 관용차로 자신을 목적지까지 태울 것을 지시했으며, 보일러 단말기를 조작할 줄 몰라 새벽 1시에 공관병을 안방까지 불러다가 보일러 온도를 높이라며 폭언을 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보였다고도 했다.
"폭행 인정 안 돼"라던 육군 "조사해 엄중 처리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