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심경환씨가 사는 부산 동구 범일동의 모습. 슬레이트 지붕을 머리에 인 단층주택들이 즐비한 가운데, 너머엔 대기업 브랜드의 중산층 아파트 단지가 한눈에 들어와 대조를 이룬다. 세간 사람들은 범일동을‘시간이 멈춘 마을’이라 불렀다.
심경환
가난의 파도는 경환씨의 집에도 밀려들었다. 네 식구인 가족의 한 달 수입은 경환씨 월급에,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여동생이 벌어오는 돈 130만 원을 더해 230만 원에 불과하다. 내일모레면 칠순을 앞둔 경환씨 아버지는 공사장 일용직 노동자지만, 나이 탓에 통 일감 구하는 게 벅차다. 어머니는 시각장애 1급이다. 2004년 한쪽 눈이 갑자기 아프다며 통증을 호소했다. 병원을 전전했다. 고통의 원인을 알 수 없었다. 끝내 시력을 잃었다. 오래 지나지 않아 반대편 눈으로도 앞을 볼 수 없게 됐다.
생계가 어려워지자 부모님은 급한 대로 신용카드를 통해 대출을 받아 버텼다. 600만 원의 빚이 생겼다. 10년째 밀린 빚만큼 회사의 독촉도 끈덕지다. 사설 대부업자들도 줄기차게 이들을 잡고 늘어졌다. 공과금, 통신비, 식료품비, 약값을 내다 통장이 바닥나자, 사채에 손을 뻗은 게 화근이었다. 아버지는 시도 때도 없는 전화 공세에 시달렸다.
빚은 가파르게 불어나는데 소득은 턱없이 적었다. 전기료·수도료·통신요금 고지서를 두고 벌벌 떨었다. 어떻게든 아껴야 했다. 그런데 요새 어머니의 몸이 부쩍 여위었다. 영양실조가 의심된다. 부모님의 병치레는 금전적 부담을 동반한다. 경환씨는 가족을 부양하면서 예기치 않게 돈이 빠져나가는 상황이 두렵다.
나아질 듯하면서도 나아지지 않는 상황. 발버둥 치는데 서 있는 자리는 그대로다. 그는 장차 캠퍼스 강단에서 사회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고 싶다. 오랜 소망이다. 하지만 중졸이다. 아직 검정고시를 치르지 않았다.
"최소한 고졸이라도 맞춰야 하죠. 가방끈이 짧아서 하루빨리 늘려야 돼요."경환씨의 마음 한 구석엔 '자립'에 대한 간절한 소망이 자리 잡았다.
"여기서 계속 살려니 토할 것 같아요. 늦어도 내년까지 종잣돈을 모으고, 2년 뒤에는 완전히 나가야겠단 생각을 하는데, 그게 생각대로 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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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과 '중졸'의 굴레… "계속 살자니 토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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