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주민센터 마을코디 박예순 주무관이 주민들을 만나기 위해 마을로 들어서고 있다.
이희훈
지난 28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북동 북정마을 경로당. 마당 툇마루에 앉아 더위를 식히고 있던 할아버지 두 분의 얼굴에 반가운 손님을 맞은 양 갑자기 화색이 돌았다.
"안녕하세요. 어르신. 요새 왜 그렇게 안 나오셨어요?""에유, 더워서 어디...""어젠 비도 와서 시원했는데 좀 나오시지.""비가 오니까 또 못 나온 거지.""아, 그랬구나. 그래도 좀 나오시면 좋을텐데...""알았어. 나올게. 나온다구."
마치 할아버지와 손녀딸의 정겨운 대화 같은 이 광경은 경로당 공예교실에 나오길 권유하는 동주민센터 공무원과 마을 어르신들의 대화다. 자꾸 나오라고 하니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이다.
권유하는 공무원은 성북동 주민센터 '마을코디' 박예순 주무관(39). 마을사업을 담당하는 성북구 6명의 마을코디 가운데 1명이다.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의 과정에서 피폐해진 마을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는 사업이 마을사업이라면, 그 일을 전담하는 사람이 마을코디다.
성북동은 일부 부유층이 살고 있는 지역을 제외하면 '서울에 아직도 이런 곳이 있었나' 할 정도로 개발이 안 된 곳이 많다. 특히 북정마을은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린다.
낙후된 지역이 많다 보니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과 옛 모습을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여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주말이면 카메라를 둘러맨 사람들이 얼마 안 가 사라질지도 모를 모습을 담기 위해 몰려드는 곳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