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의 풍경은 마치 영화 '섬'의 한장면 같았다.
김종수
총각 주변에는 낚시를 좋아하는 친구나 지인들이 많다. 때문에 총각 역시 낚시터에 함께 갈 일이 많았는데 언젠가부터 피하게 됐다. 어딘가를 함께 가는 것은 좋지만 낚시 자체는 총각과 잘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름 적응해보려고 했지만 별반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시간이 갈수록 지루하기만 했다. 낚싯대를 걸쳐놓고 잔잔한 물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차라리 이 시간에 다른 일을…'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친구는 낚시의 매력에 대해 일상생활에서 찌들었던 스트레스를 잔잔한 물과 함께 버릴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 친구는 성격이 무척 급한데 낚시를 할 때 만큼은 차분하기 이를데 없다. 하지만 사람이 다 같을 수는 없다. 나는 낚시터에 오게 되면 성격이 더 급해진다. 재미도 없고 답답해서 외려 스트레스가 더 쌓이기 때문이다.
매운탕의 매력?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보면 입맛도 뚝 떨어지거니와 매운탕이야 식당에서 사먹으면 된다. 외부에서 남자들이 주먹구구로 끓이는 매운탕이 얼마나 특별한 맛이 있겠는가. 나름 낚시의 재미를 느끼며 양념처럼 매운탕 맛을 즐겨야 하는데 메인에 흥미가 없으니 나머지 것에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
이렇듯 총각은 낚시와는 인연이 없는 캐릭터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 생일에 놀러간 낚시터,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총각이 낚시를 싫어하는 이유 중 또 다른 하나는 재미로 생명체를 죽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영향을 끼쳤다. 총각도 고기를 먹고 거창한 불생론자는 절대 아니지만 아무래도 낚시는 식량을 해결하겠다는 의미와는 다른 경우가 대부분인지라 성향상 잘 맞지 않는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총각의 개인적 성향일 뿐이다. 낚시를 하시는 분들을 절대 나쁘게 보는 것은 아니니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고등학교 동창인 병탁이는 시멘트 몰탈 일을 하는 친구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공사현장 바닥을 책임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병탁이는 장거리를 돌아다니는데 거침이 없다. 총각 같으면 피곤해서라도 일이 끝나면 집에서 쉴텐데 병탁이는 등산을 다니거나 친구를 만나러 먼 곳도 마다하지 않는다.
움직임에 있어서 병탁이는 매우 활동적이다. 겨울에 등산이 하고 싶었던 병탁이는 한라산을 홀로 찾아갔다. 아쉽게도 폭설주의보가 내려서 등산이 금지가 되어있었는데 병탁이는 근처 숙소에 짐을 풀어놓고 기다리는 것을 택했다. 다음날 등산금지가 해제되자 기다렸다는 듯 눈으로 가득한 한라산을 올랐던 의지의 친구다.
그런 병탁이는 친구들을 만날 때도 시간만 되면 바로 움직인다. 병탁이와 총각이 사는 곳은 자동차로 3시간 정도 걸린다. 마음 먹지않는 이상 자주 보기가 힘든데 병탁이의 부지런함 덕분에 우리는 자주 만난다. 경기도 화성에 사는 병탁이는 친구들이 "저녁에 술 한잔 할까?"라고 하면 아무런 망설임 없이 내려온다.
아무리 차로 움직인다고 하지만 왕복 6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리임을 감안했을 때 총각으로서는 마음을 먹지 않는 이상 힘겨운 일이다. 요새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총각은 장거리 운전을 좋아하지 않는다. 서울이라도 가려고 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다. 금액도 계산해보면 더 저렴하거니와 이상하게 차속에서 잠을 잘 자는지라 총각은 버스 뒷자석에 머리만 붙이면 금새 도착지에 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