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는 ‘투명성을 높여라’ 규정에서 “프로필에 링크와 리트윗을 한 내용이 '보증'을 뜻하지 않는다는 걸 명시하는 말을 포함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NYT 기자의 트위터 프로필에는 직장명과 직위, ‘리트윗은 동의를 뜻하지 않는다’는 말이 적혀 있다.
트위터 갈무리
온라인에서 '제대로' 사과하는 법전 세계 300여 명의 기자를 두고 있는 프랑스 통신사 AFP는 2011년부터 소셜 네트워크 가이드라인을 윤리 규정에 포함해왔다. 2013년에는 소셜미디어 보안 강화에 신경 써 줄 것을 당부하는 내용을 넣어 가이드라인 업데이트 버전을 내놓았다.
AFP 가이드라인 기본 규정은 WP와 크게 다르지 않다. AFP는 기자들이 개인 계정이라 하더라도 모든 콘텐츠는 AFP 스타일북에서 명시하는 공정성과 균형 원칙을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가 자유로운 톤을 장려한다고 해도, 모욕적으로 말하거나 공격적인 언어를 사용해선 안 된다"고도 경고한다. "정부나 국가, 종교를 언급할 때 중립을 유지해라. 또 회사의 중립적인 이미지를 해칠 수 있는 어떤 코멘트도 달지 말라"는 내용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 계정은 실명이며, 기자라는 직업이 드러나야 하고, 리트윗하는 내용은 동의의 뜻이 아니라고 프로필에 적도록 한 것도 판박이다.
다만 계정 관리 부분에서 좀 더 철저한 면이 돋보인다. 예컨대 이런 대목이다. "트위터를 통해 남의 글을 보려는 게 아니라 활발하게 활동하려는 경우엔 매니저에게 알려야 한다. 만약 사적인 소셜미디어 정체성을 꼭 가지고 싶다면, 업무용과 개인용 계정을 따로 만들어라. 그리고 개인용 계정에는 AFP 기자라는 직업과 어떤 연관도 짓지 마라." AFP는 또 "모든 직원의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을 목록화해 보유하겠다"고도 명시한다.
계정 관리가 철저한 만큼 '예외적인 상황'에 대한 대처도 더 철저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온라인 행동 강령'을 보면 "때로 대화는 격한 논쟁으로 번질 수 있다. 저널리스트는 자주 기사나 논평을 통해 비판을 받는다. 만약 그럴 땐 과열된 상태로 반응하는 걸 피하고 냉정한 상태에서 글을 쓸 만큼 시간을 가져라"라고 조언한다. "트위터에 글을 올리거나 코멘트를 하기 전에, 당신의 글들이 공론장에 퍼지고, 저장되고, 검색 엔진에 걸린다는 걸 염두에 둬라"고도 말한다. 온라인상에 남긴 글은 최초 게시자가 삭제하거나 수정해도 온라인상에 어떻게든 기록이 남아 돌아다니기 마련이다.
AFP는 또 "AFP 구성원 중 누구라도 AFP가 소셜 네트워크에서 공격당하는 걸 보면 바로 상사에게 알려야 한다"고 명시해 회사가 SNS 분쟁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AFP는 '정정'이라는 항목을 따로 만들어 온라인상에서 실수를 저질렀을 경우 대처 방법을 안내한다. "트위터와 소셜미디어 포스팅에서는 실수가 발생한다. 잘못된 걸 포스팅한 걸 알자마자, 동일한 플랫폼으로 정정된 정보를 포함해 잘못을 묘사하는 포스팅을 바로 올려라. 정정된 버전을 올리기 전에 트윗이나 포스팅을 지워버리지 마라. 심각한 실수를 했는데 널리 퍼져버렸다면 어떤 것도 지우지 말고, 소셜미디어 팀에 연락하거나 상사에게 알려라." <한겨레>에 이런 가이드라인이 있었다면 안 에디터는 사과글을 두 차례 올릴 필요가 없었을지 모른다.
SNS상에 '사적인 메시지'는 없다영국 공영방송 BBC는 2015년 3월 세 쪽짜리 "직원들을 위한 소셜미디어 가이던스"를 내놓았다. 과거 가이드라인의 수정본이다. BBC에 따르면 BBC는 페이스북에서만 매주 약 3500만 명의 독자들을 접한다. "소셜미디어는 이제 우리 일에서 핵심적이다. 사람들과 연결되고, 유익한 정보를 접하고, 새로운 독자에게 우리 저널리즘을 퍼뜨리도록 돕는다."는 평가는 여느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처럼 BBC 가이드라인에도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
BBC는 자신들이 관리하는 '소셜미디어 활동'을 세 범주로 분류한다. ▲ 사적 계정을 통한 소셜미디어 활동 ▲ 뉴스 생산물의 일부로 수행되는 뉴스 생산자들의 소셜미디어 활동 ▲ BBC 공식 계정을 통한 활동이다. 이 중 이번 리포트에서 관심을 두는 건 첫 번째 경우다. BBC 뉴스란 이름을 걸고 있지는 않지만, 뉴스 취합이나 취재원들과의 접촉 등 일과 관련된 활동이 포함된다. 사적인 소셜미디어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다음과 같다. '바보 같은 짓 하지 마라.' BBC는 이 말을 '유용한 요약'이라 제시한다. "당신은 BBC 저널리스트다. 그에 걸맞게 행동해라"는 충고 또한 유용한 요약의 하나다.
"항상 조심해야 한다. '사적'인 상태라고 해도 소용없다. 다이렉트 메시지(DM, 트위터에서 특정인을 향해 사적으로 던지는 메시지)건 그 외 사적 연락이건 간에 조심해라. 페이스북 포스팅이나 트위터 다이렉트 메시지는 쉽고 빠르게 훨씬 많은 독자들에게 퍼질 수 있다. 당신이 말하고 하는 행동을 누구나 볼 수 있다고 생각해라." "소셜미디어의 비공식성에 속아서 BBC를 악평에 빠뜨리지 마라." 소셜미디어상에서 사적인 대화라고 해도 정치적인 내용이나, 기자로서 객관성을 의심받을만한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지적은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수준까지로 보인다.
그러나 소셜미디어의 특성상 '사적인 대화란 없다'는 가정은 틀린 게 아니다. 특정 언론사 기자라는 이름을 달고 활동하는 이상, 기자 개인의 SNS 활동은 언론사에 대한 인상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당신이 팔로우하거나 친구로 등록한 사람을 모든 이들이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선택이 만들어내는 인상을 고려해라. (중략) 만일 필요하다면 친구와 팔로우 범위를 넓히거나 균형을 맞춰라. 이는 소셜미디어 포스트나 '좋아요'하거나 공유하는 내용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함부로 팔로우, 좋아요, 공유하지 말고 필요하다면 이념성향을 5:5로 맞추라는 규정이 등장하는 이유다. 취재할 때 여당 의견을 들었으면 이에 반대하는 야당 의견을 넣어 '객관성'을 맞추듯이, SNS에서 마찬가지다. 노동조합 페이지에 '좋아요'를 누를 거면 경영자연합 페이지 '좋아요'도 눌러야 '객관성을 위해 노력하는 기자' '양쪽 의견을 모두 확인하는 기자'라는 입지를 취할 수 있다는 논리다. SNS에서 기계적 균형을 강요하는 건 다소 불합리해 보이지만, 객관성을 의심받는 상황에 놓였을 때 유리한 증거가 될 수 있는 건 사실이다.
안 에디터 사례에서 참고할 수 있는 내용도 있다. '차단'에 대한 부분이다. BBC는 "예의를 지켜라. 만일 무례함이나 비판을 경험하면, 되도록 이에 대해 공격적으로 반응하지 마라"라고 조언한다. "누군가를 '차단'하는 건 정말 심각한 수준의 공격이나 스팸, 괴롭힘에나 쓰일 정도의 행동이다. 누가 비판한다고 해서 함부로 차단해선 안 된다"라는 조언도 곁들인다. 안 에디터는 자신의 SNS에 비판 댓글을 단 문 대통령 지지자들을 차단하고 친구에게만 보이는 글을 달아 논란을 키웠다. 누군가를 차단하는 것이 온라인상에서 큰 의미가 있는 행동이란 걸 미리 알았다면 적어도 이에 대한 비난은 피해갈 수 있었을지 모른다.
BBC는 앞서 다른 언론사들처럼 소셜미디어 계정을 회사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음을 가이드라인을 통해 안내한다. "만약 당신이 소셜미디어나 다른 온라인 계정을 가지고 있다면 라인 매니저(line manager)에게 알려라."라고 명시하고 있다. '라인 매니저'는 생소한 단어지만, 맡은 역할은 짐작할 만하다. "라인 매니저는 당신을 비이성적으로 막지 않을 거다. 다만 잠재적 위험에 대해 논의하고 싶어 할거다." 아마도 '소셜미디어상의 부모님' 정도가 아닐까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한편 국내에선 <연합뉴스>가 해외 언론사들을 따라 2011년 '연합뉴스 직원의 SNS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한 페이지 분량의 짤막한 가이드라인에는 '명예훼손을 조심해라' '연합뉴스 기자임을 알려라' 등 해외 언론사들과 비슷한 규정들이 포함돼 있다. 다만 해외 언론사보다는 훨씬 느슨한 편이다. "임직원은 소셜미디어에 올린 게시글이나 콘텐츠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진다." 정도의 광범위한 규정 외에, WP처럼 기자들에게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에 대해 구구절절 경고하는 문구는 없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는 사안에 대해 의견을 밝힐 경우, 자신의 의견이 회사의 의견인 것으로 비치지 않도록 한다"는 논조는 해외 언론사에 비해서는 훨씬 부드럽다. 광고와 편집 간 경계가 위협받는 현실을 반영하듯, 이익단체와의 관련성을 경계하는 규정이 들어간 게 특이하다. "개인적인 이해관계에 의해 특정 상품을 선전 및 추천하거나 특정 인물과 단체를 홍보하지 않는다"라는 규정이 그것이다.
<연합뉴스> 규정에도 역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는 규정이 있다. 예컨대 '정치적 중립' 규정은 "임직원은 자신의 프로필(트위터)이나 개인정보(페이스북)에 정치적 소속이나 정치적 관점 및 입장을 게시하는 것을 피한다."고 명시한다.
"SNS 잘 쓰되, 문제 일으키지는 마" 이중 잣대일까지금까지 언론사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 사례를 살펴본 바와 같이, 해당 가이드라인은 표현의 자유와 충돌한다. 충돌을 비껴간 언론사도 있다. 바로 NYT다. NYT는 다른 언론사들과 달리 공식적인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을 운용하고 있지 않다. 2012년 NYT 에디터 필 코베트는 <포인터(Poynter)>와의 인터뷰를 통해 NYT가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을 비공식적으로만 운용하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했다.
"우리는 기자들에게 소셜미디어가 좋은 도구라며 사용하라고 장려하고 있다. 그러면서 지켜야 할 룰을 줄줄이 정해주는 건 이치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기자들이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걸 장려하는 데도 효과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필 코베트는 또한 "우리 기자들은 필요할 때 소셜미디어 에디터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서 "물론 기자들은 소셜미디어가 공적 영역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NYT 기자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고 조건을 덧붙였다. 기자들 스스로가 각성하는 가운데, 회사에서는 이들이 적절하게 도움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하는 선에 머무는 게 NYT 소셜미디어 방침인 셈이다. 우려와는 달리 "지금까지는 사람들이 이에 대해 사려 깊고 현명하게 잘하고 있다"는 게 필 코베트의 말이다.
대부분의 언론사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은 소셜미디어가 취재 활동을 비롯해 뉴미디어 환경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하는 문구로 시작한다. 2010년 3월 <로이터>는 '로이터 온라인 핸드북'을 펴내며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을 집어넣었다. 이에 따르면 <로이터>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당신이 소셜미디어를 당신의 저널리즘에 활발히 사용하기를 장려하지만, 동시에 당신이 그 위험성에 대해 완벽히 알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나 우리가 힘겹게 지켜온 독립성과 편견으로부터의 자유 또는 우리 브랜드를 위협하는 위험들 말이다." 언론사들은 소셜미디어 활동이 뉴미디어 시대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지만, 정통 매체로서의 신뢰성을 깎는 일이 벌어질까 봐 노심초사하는 상황이다. 특히나 최근에는 가짜뉴스가 범람하면서 소셜미디어상에서 침착함을 유지하는 팩트체커로서 기자들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기자가 힘을 갖는 순간은 철저하게 사실에 근거해 말할 때인 점 또한 모든 기자들이 기억할 만한 사실이다.
"가이드라인 필요하지만, 직접적인 개입은 반대"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에 대한 현직 언론인들의 생각은 어떨까. <단비뉴스>는 6월 17일부터 19일까지 구글 설문지를 통해 현직 기자 2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실명 투표로 진행했으며, 인터넷 매체 3곳, 통신사 1곳, 종합일간지 4곳, 방송사 3곳, 경제지 4곳, 지역신문 2곳 등 다양한 매체 소속 기자들이 참여했다. 응답자들의 경력은 5년 차 이상이 5명, 3~5년 차가 3명, 3년 차 미만이 12명이다. 설문 결과는 다음과 같다.
"귀하가 일하는 언론사에는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이 있습니까?"란 질문에는 '없다'는 답변이 60%를 차지했다(있다 4명, 모른다 4명, 없다 12명). '모른다'는 응답도 20%였다. 아직 언론사 측에서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에 대해 깊이 인식시키고 있지 않은 현실을 드러내는 지표다. "귀하는 언론사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란 질문에는 '매우 필요하다' 1명, '필요하다' 11명, '필요 없다' 6명, '매우 필요 없다' 1명, '모르겠다' 1명이란 결과가 나왔다. 매우 필요하다와 필요하다는 응답을 합치면 60%에 달했다.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높았다.
하지만 해외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에 대부분 포함된 '계정의 실명 사용'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해외 언론사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에서는 기자들의 익명 SNS 사용을 막고, SNS 계정 프로필에 기자 직함을 명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매우 필요하다' 1명, '필요하다' 4명, '필요 없다' 10명, '매우 필요 없다' 3명으로, '필요 없다'와 '매우 필요 없다'는 응답을 합치면 65%에 이른다. 일부 해외 언론사에서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에디터 제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약간 우세했다.
"일부 해외 언론사는 직원들의 소셜미디어를 관리·감독하고 소셜미디어 활동에 대한 조언을 해 주는 에디터를 두고 있습니다. 이를 귀하의 언론사에 도입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매우 필요하다' 0명, '필요하다' 9명, '필요 없다' 8명, '매우 필요 없다' 3명을 기록했다. 필요하다는 입장 중에서는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자본력이 있는 언론사만 가능하다"라는 의견도 있었다.
끝으로 국내 언론사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 제정 흐름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최근 국내 언론사들의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 제정 움직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다소 긴 선택지를 제공했다. 보기는 다음과 같다. '1.소셜미디어도 공론장이고, 기자는 공인에 속하는 만큼 꼭 필요한 조치다.' '2.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이 큰 게 현실이고, 잘못 이용해 손해를 보는 경우가 생기는 만큼 어느 정도 필요한 면이 있다' '3.가이드라인을 제정하면 기자가 소셜미디어를 적극 사용하기 꺼려지므로 불필요한 조치다' '4.가이드라인 제정은 기자의 표현의 자유를 막기 때문에 매우 불필요한 조치다.'
기자들은 이에 대해 '꼭 필요하다' 3명, '어느 정도 필요하다' 9명, '불필요하다' 5명, '매우 불필요하다' 3명으로 응답했다. 결론적으로 필요하다는 의견은 12명, 불필요하다는 의견은 8명으로 필요하다는 의견이 1.5배 많았다. '불필요하다'에 포함된 답변 중에서는 '극단적인 편향성을 보이는 글에 대한 제재는 필요하지만, 일차적으로는 가이드라인 제정보다 교육을 통한 유도가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결과를 종합해보면, 기자들은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이 현실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소셜미디어 에디터'를 지정하거나 실명 SNS 사용을 강요하는 등의 제재를 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