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8일 '향림도시농업체험원'이 개장하면서 도시농부들의 일손이 바빠졌다.
조호진
서울 은평경찰서 뒤편 야트막한 동산 아래에는 전원이 있습니다. 불광동 주택 골목을 5분가량 걸어가면 나타나는 2만5천m² 규모의 '향림도시농업체험원'(아래 향림원). 도심 속 농촌입니다. 이곳에는 논밭과 각종 과수, 수생식물이 자라고 있습니다. 이 땅의 주인은 서울시로, 은평구가 관리하고 'S&Y도농나눔공동체'(대표 문대상)가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은평구와 향림원은 올해 210두락을 도시농부들에게 분양했습니다. 1두락은 10㎡입니다.
산새 소리가 들리는 향림원 정자에 앉아 있으면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오뉴월 더위를 식혀줍니다. 텃밭에선 상추와 가지를 비롯해 도라지, 야콘, 완두, 쑥갓, 감자, 블루베리 등의 작물이 자랍니다. 주말이면 가족을 동반한 젊은 도시농부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김을 매고 물을 줍니다. 도심에선 좀처럼 누리기 힘든 특권입니다. 도시농부들은 텃밭에서 직접 키운 유기농 상추와 가지 등을 따가지고 돌아갈 뿐만 아니라 잃어버린 '고향'을 가슴에 한가득 품고 귀가합니다.
특권을 누리는 이들은 젊은 도시농부만이 아닙니다. 어린이들과 장애인, 노인 등 소외계층도 함께 누립니다. 어린 농부들은 흙장난하다 벌레와 개구리와 놀고, 노인들은 텃밭에서 노동의 기쁨을 맛봅니다.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도시 노인들은 오갈 곳도, 할 일도 별로 없지만 향림원에선 유능한 경험자로 존중받습니다. 도시농부로 인생이모작에 성공한 향림원 문대상(73) 대표가 그렇습니다. 지난달 17일 문 대표를 만나 도시농부의 행복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9급공무원→부이사관 '극적' 승진 이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