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해방촌을 조명한 '수요미식회' 91화
수요미식회 캡처
최근의 맛집 프로그램 중 가장 공신력이 있다고 평가되는 <수요미식회>는 어떨까? 다른 맛집 프로그램보다 깊이 있는, '이유 있는' 추천인 것만은 확실하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서 추천하는 집이라고 다 훌륭한 것만도 아니다.
<수요미식회> 추천 맛집의 경우 '많은 미식가들이 인정하는 집'으로 참고하면 좋다. "대다수의 미식가들이 인정하는 집이면 맛집인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미식가,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집들 중 그닥 납득이 안 가는 곳도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지레 "나는 미식가가 아닌가보다"라며 자신의 미각을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 자신의 주관과 입맛을 믿어보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많은 경험과 공부에서 쌓인 입맛일수록 한 명의 주관에 설득력이 생기겠지만, 그게 주관이든 객관이든 내 입맛을 믿어야 나만의 맛집 리스트가 생기지 않겠는가. 그런데 미식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어렵다. 단순히 입맛이 주관적이라고 하기엔 객관적으로 잘 만든 음식과 못 만든 음식이 있고,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이렇게 보니 이게 맞고, 저렇게 보니 저게 맞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입맛에 대한 확신, 그 확신을 뒷받침하는 경험과 공부는 소중하지만 그것이 독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수요미식회>는 이런 확실한 주관, 경험과 정보를 토대로 쌓은 객관, 더불어 주관이 오만이 되지 않는 밸런스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하나의 참고 리스트가 된다.
온오프라인 신문의 기사는 개중 공신력이 있는 편이다. 오래된 맛집, 특히 을지로 등 옛 신문사가 모여있는 전통의 회사원 먹자골목 등지의 맛집에 특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중년 남성이 쓰는 기사가 많고 때문에 꼰대기질도 왕왕 보여 걸러 들어야 한다.
양식보다는 한식에, 한식이 아니라면 일식소개가 잘 되어있는 편이다. 전통의 노포, 오래된 오피스타운 근처의 맛집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지방이나 국도 근처의 맛집은 신문사가 아니면 그 정보를 잘 찾기 힘들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정보를 찾는 데도 좋다. 최근에는 기자도 세대 교체가 이루어지며 전보다 다양한 장르의 음식이 소개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잡지가 있다. 잡지에서 소개하는 맛집과 신문사에서 소개하는 맛집은 약간 장르가 갈린다. 물론 기획에 따라 겹치는 것도 있지만 잡지에서는 주로 화제가 되는 '신상 맛집'을 많이 다룬다.
새로 생겼다 혹은 화제성이 있다 하면 여기저기 잡지에 나오기 때문에 잡지에 나오는 맛집 또한 무조건 믿을 것은 못된다. 그렇다고 쓸모가 없냐하면 그건 아니다. 잡지는 새로 생긴, 혹은 트렌디한 '뉴 레스토랑'에 대한 정보를 알기 좋다. 물론 SNS가 소개할 수 있는 속도가 훨씬 빠르기는 하지만 SNS야말로 가장 공신력이 없는 매체기에 잡지가 큰 거름망으로 한 번 걸러주는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까 잡지에 소개되었다고 하면 적어도 하나쯤은, '소개할 만한'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맛도 형편없고 서비스도 형편없다면 적어도 돈이라도 많이 발라 놓았다든가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곳이라는 소리다. 물론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곳도 있다. 이 역시 가봐야 안다.
많은 이들이 잡지, 혹은 신문에 소개되는 맛집의 경우 "돈 받고 기사 써주는 것이 아니냐"고 의심부터 한다. 하지만 우리가 웬만큼 아는, 시간이건 명성이건 오래도록 쌓은 메이저급의 신문사나 잡지라면 맛집 소개를 돈 받고 해주는 일은 없다.
기자와 자신과의 취향이 다르든가, 기자가 식견이 부족하든가, 본인의 식견이 부족하든가, 아니면 기자와 레스토랑 관계자가 친분이 있다 등이 변수가 될 뿐이다.그러니 무조건 불신하는 자세는 피하는 편이 새로운 맛집을 참고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물론 돈을 받고 기사를 써주는 경우도 있는데 대부분 영세한 언론사다.
맛집 가이드북은 믿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