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문철
단양마늘은 하지 앞 일주일 전부터 6월 말까지 캔다. 일기가 좋지 않으면 7월 초까지 넘어간다. 장마 기간과 겹쳐서 장맛비 예보라도 있으면 온 마을이 마늘 캐고 메주콩 심느라 전쟁을 치른다. 비라도 걸리면 땅이 질어 마늘을 캐낼 수가 없고, 시간이 지체돼 마늘 대라도 삭았다가는 마늘 대를 잡고 뽑아낼 수가 없어 애써지은 마늘 수확에 큰 낭패를 본다. 여섯 해 전인가 하필이면 그 해에 마늘을 2000평 가까이 심었다가 장맛비가 너무 쏟아져 낭패를 본 적이 있다.
올해는 하지 일주일 전에 마늘을 캐내고 이어짓기로 메주콩까지 다 굴리고는 장마를 맞았다. 첫 수확 큰 농사를 무사히 넘긴 데다 메주콩도 넉넉한 비를 맞고 싹이 잘 텄으니 한 고비는 넘겼다. 장마기간에는 땅이 질어 밭에 못 들어가니 건조장에 걸어놓은 마늘을 크기별로 골라 놓고 가을에 씨마늘 할 마늘은 따로 빼놓는다.
경운기로 마늘 캐고 트럭으로 건조장에 실어 날라 걸어놓는 힘쓰는 일은 내 일이고 마늘 선별은 어머님 일이다. 딱 300평만 마늘을 심으니 마늘 고르는 일은 어머님 혼자서 하우스에 앉아 라디오 들으며, 트로트 노래 들으며 하신다. 골라낸 마늘 중 상처가 난 마늘이나 잔 마늘은 따로 모아 껍질을 까서 단양장날 가지고 나가신다.
어머님은 어제 종일 이웃집 팔순 할머니와 내일 장에 가지고 나가실 마늘을 까셨다. 두 분이 손이 헐어가며 깠는데도 5키로가 채 되지 않는다. 저울에 무게를 달아 포장하는 어머님이 한숨을 내쉰다.
"시장 장사꾼들이 얼마나 싸게 파는지...""에휴, 이래 까서 가지고 가봐야 품값도 안 나와. 시장 장사꾼들이 얼마나 싸게 파는지. 그리고 장에서 유기농 알아주는 사람이 어디 있나?"
"장에서 값이 얼마나 해요?"
"이래 500그람(g) 달아서 5000원. 이거도 잘 안 팔려."
"이상하네요. 요즘은 주부들이 마늘 까는 거 귀찮아 해서 깐마늘이 잘 팔리고 값도 통마늘보다 좋다던데요."
"장에선 안 그래. 장사꾼들이 워낙 싸게 팔아서 거기에 맞춰야지." 생협 쇼핑몰에 들어가서 깐마늘값을 봤다. 한 생협에 값이 싼 난지형 깐마늘 300그램이 6000원 정도다. 값이 비싼 단양과 의성 친환경 한지형 마늘은 아직 없다. 건조 기간이 지나야 하니 8월 초에나 판매할 듯하다.
지난주 정선군에서 만난 유기농 마늘 농민은 정선군 친환경 학교급식에 생산 전량을 깐마늘로 1킬로그램에 1만9000원에 납품한다. 내 통마늘 직거래 가격이 킬로그램당 평균 1만5000원 선이다. 깐마늘로도 킬로그램에 1만 원인 건 너무 했다. 답답해서 어머님께 말씀 드렸다.
"어머님, 그거 장에 내지 말고 인터넷에 올려 볼까요? 그래도 제값 받고 팔아야죠?""이거, 양이 얼마 되지도 않는 걸. 장에 마늘 달라는 단골이 있어서 그냥 깐 거야. 그리고 마늘 까서 못 팔아. 시장 장사꾼들은 기계로 깐대. 나야 손으로 하니까 종일 까도 조금이고 손이 아프고 헐어서 안 돼."난 이렇게 말하겠다... "작고 못 생긴 마늘이 맛있다"
농사를 50년 넘도록 지으며 농산물 지고 장에 물건 팔아 다섯 자식 길러낸 어머님이다. 칠순이 넘어 장에 나가시는 것이 돈 욕심 때문이 아닌 걸 잠시 잊었다. 단양장에서 어머님 깐마늘 사드시는 단골손님들이 이런 사연이나 알고 드시길 바랄 뿐이다.
참고로 슈마허가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했는데 난 이렇게 말하겠다. "작은 마늘이 맛있다." 작은 마늘이 싸고 큰마늘이 비쌀 이유가 없다. 마늘 까는 거 편하다는 거 빼고는. 또 이렇게 말하겠다. "못 생긴 마늘이 맛있다." 잘 생겼다고 더 맛있는 거 아니다. 즉 크다고 땟깔 좋다고 흠 없다고 비쌀 이유가 없다. 그리고 자연은 공장이 아니다. 대중소 규격품 찍어내지 않는다. 안되는 걸 되게 하려니 인위의 사술이 들어간다. 농약이니, 비료니, 비대호르몬제니, 깔약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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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단양에서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는 단양한결농원 농민이자 한결이를 키우고 있는 아이 아빠입니다. 농사와 아이 키우기를 늘 한결같이 하고 있어요. 시골 작은학교와 시골마을 살리기, 생명농업, 생태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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