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사이드 미러사이드 미러 교체가 불가능해 본드로 붙였습니다.
고성혁
비가 내린다. 산골의 토방에 앉아 안개처럼 내리는 비를 보며 멀리 떨어진 세상을 생각하다가 다시 빈들에 날리는 낙엽 같은 너를 떠올린다. 삶을 살면서, 내가 너와 같은 '철면피'의 노고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다니. 너를 영영 떠나보내는 한낮의 대로변에서는 눈시울이 붉어져 돌아서야 했다.
너를 보다가 문득 너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사진을 찍었다. 코끝이 찡하더니 눈 안이 눈물로 그렁그렁해졌다. 그동안의 많은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강산이 두 번 변한다는 세월, 내게 실로 소중했던 시간들을 함께 해 준 고마움으로 내 안에 안타까움이 절절해지다 나중에는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아내를 힐끔 쳐다봤더니 그 사람도 눈가가 붉어져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낡은 차량과의 이별, 코끝이 찡해졌다1995년 8월 28일.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이다. 무려 21년 11개월이 넘게 동고동락했다. 그 날이 눈에 선하다. 나는 너의 첫 모습을 보고 기쁨에 넘쳤다. 너와 함께 할 수 있는 스스로가 대견했으며 한편으로 너를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가졌다. 아이들은 그때 야구와 농구를 좋아하는 초등학생이었고, 어머니는 하루 한 통의 막걸리를 마시며 그런 아이들을 돌보고 계셨다.
그런데 2017년 7월 지금, 우리 곁엔 아무도 없다. 어머니는 2004년에 돌아올 수 없는 아주 먼 곳으로 가셨고 아이들은 독립해 곁을 떠났다. 우리 부부는 또 어떤가. 환갑이라니. 우리에게는 절대 오지 않을 것만 같던, 불가항력의 노년이 도래했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는 말은, 어떤 면에서 우리의 굳은 약속과 맹세가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를 가르쳐 줄 뿐 아니라, 거스를 수 없는 도도한 강물의 흐름을 통해 시간 앞에 무릎 꿇어야만 하는 실체적 존재의 미약함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