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열린 '친일잔재 청산과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 한반도 평화와 자주통일 경남대회'에서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의 유족인 정용병(67, 남해), 김수웅(73, 거창)씨가 무대에 올라 피해자 증언하고 있다.
윤성효
아버지가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로 끌려가는 바람에 '유복자'로 태어났던 아들은 "정부가 지금이라도 나서서 유골이라도 찾아 달라"고 호소했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위로의 편지를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피해자의 유족인 김수웅(73, 거창)씨와 정용병(67, 남해)씨가 21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열린 "친일잔재 청산과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 한반도 평화와 자주통일 경남대회"에서 증언하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노총·민주노총 경남본부로 구성된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 경남건립 노동자추진위원회'가 마련한 집회였다. '2017 경남노동자 통일선봉대' 등 노동자와 시민들이 참여했다.
김수웅씨의 아버지(김규철)는 해방을 몇 달 앞둔 1944년 강제징용으로 사할린에 끌려갔다가 돌아오지 못했다. 김씨는 아직도 아버지의 유골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그는 "제가 어머니 뱃 속에 있을 때 아버지는 장작을 사서 가지런히 해놓고는, 곧 돌아올테니 아이들과 잘 있으라는 말을 하고 사할린으로 끌려갔다고 한다"며 "그런데 해방이 되어도, 해방 70년이 지나도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먹인 김씨는 참여정부 때 사할린에서 지냈던 '위령제'를 언급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때, 각 시도에서 몇 명씩 뽑혀 사할린에 가서 위령제를 지냈다"며 "저는 그동안 아버지라는 말을 한 번도 하지 못 했는데, 그때 아버지라 부르면서 실컷 울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할린에 가서 들었는데, 패망한 일본은 배가 와서 자국민들을 태워 가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태우고 갈 배가 오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은 부두에서 기다렸고,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배가 올 수도 있어 그곳을 떠나지 못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위령제를 지낼 수 있도록 해준 노무현정부에 감사 드린다. 아무도 강제징용에 대해 말하지 않았고, 유족 편은 아무도 없었는데 참여정부만 그랬다"며 "이번에 양대 노총이 노동자상을 세운다고 하는데, 우리한테는 큰 선물이다. 이제는 여한 없이 마음 놓고 살 수 있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에 바라는 게 하나 있다. 지금이라도 유골이라도 찾아 유족 품에 안겨주었으면 한다"며 "이제 우리나라도 대국이 되었으니, 일본과 싸워 꼭 이길 것이다"고 말했다.
정용병씨는 "아버지는 국내에서 강제징용을 당했다는 이유로, 그동안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다"며 "이번에 노동자상이라도 세울 수 있게 되어 다행이고,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씨 아버지(정문조, 1913~1952)는 일제 때 강제로 국내에 있는 진남포탄광에 끌려갔다. 정씨 역시 유복자였다. 그는 "아버지는 어느날 새벽 건장한 청년한테 끌려갔다. 2년 동안 소식이 없다가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왔다"고 했다.
그는 "아버지가 일제 강제징용에 간 사실은 분명한데, 일본 땅이 아니고 국내 탄광에 갔다는 이유로 보상에서 배제되었다고 하니 더 분하다"며 "명예회복을 위해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