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어린이집에서 놀이에 열중인 아이들(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이민선
한마디로 '기분 나쁜 충격'이었다. '그래도 교육기관인데, 교육자라는 자부심으로 일하는 줄 알았는데!'라는 아쉬움이 뒷머리를 후려쳤다. 제보자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아이들을 위해 세금으로 지원한 보육료가 줄줄 샌다는 소식이었다.
경찰 조사에서도 경기도 내 일부 유치원이 교재 등을 납품하는 회사와 짜고 '백머니(뒷돈)'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원시적인 '삥땅' 수법이었다. 실제 납품가 1만 원짜리 교재를 1만 2천 원이나 1만 5천 원에 납품받고는 그 차액을 현금이나 개인 통장으로 돌려받았다.
[관련 기사]
세금이 원장 호주머니로, 뒷돈으로 새나간 보육료 '백머니' 제공을 대가로 치부를 한 유아 교재 회사에서 회계를 담당했던 사람이 한 말이니 믿지 않을 수 없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삥땅 수법'이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백머니(뒷돈)'로 유치원 신축·증축 공사를 수주할 계획도 세웠어요."유치원에 제공하는 '백머니' 액수가 도대체 얼마나 되기에 이런 계획까지 세운 것일까! 기자가 믿기 힘든 표정을 짓자, 그는 사업 설명회를 하기 위해 만든 듯한 'PPT(Presentation)' 자료를 내밀었다. '유보 통합대비 유아 학교 신축 증축 제안서'였다.
'원장님은 개인 경비 필요 없이 대출금은 정부 지원금으로 상환 가능합니다.''매달 법인을 통하여 대출금액을 상환합니다.' 제안서에 적힌 글이다. 제안서는 혀를 차게 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 건축 회사를 협력업체로 끌어들여 신축·증축 공사를 수주하게 하고는 교재, 비품 등을 납품해 '백 머니'를 발생시켜, 그 돈으로 대출금을 갚아 준다는 계획이었다. 여기에는 업무를 분담할 협력 건축사와 자금 담당 회사까지 적시돼 있었다.
이 방법으로 실제 어린이집을 설립하려 한 정황도 있다. 어린이집 신축 계획서(PPT)와 설계 도면이다. 계획서에는 설계·시공 일정표와 예상 수입 규모 등이 적혀 있는데, 이 설계도대로 어린이집을 지어서 원아 249명을 모집·운영하면 원장은 월 8550만 원을 벌 수 있다.
"대출금 상환 힘들지 않아요", 이게 무슨 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