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고개숙인 국민의당검찰이 국민의당 제보조작 사건 관련 수사결과를 발표한 7월 31일 오후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선후보와 박지원 전 대표,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남소연
"누구 마음대로 다시 시작해?"국민의당의 대국민사과를 전한 <오마이뉴스> 기사에 달린 어느 누리꾼의 일침이다. 이날 국민의당 지도부는 '죄송합니다 다시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 앞에서 국민들에게 사죄를 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국민의당은 이번 일을 계기로 창당초심으로 돌아갈 것이며, 다음달 27일 전당대회도 당을 한층 혁신하는 계기로 만들어나갈 것이다."국민의당 지도부는 사과문 말미에서도 이렇게 다짐했다. '정당 초심'을 강조하면서도 다음달로 예정된 전당대회 홍보를 겸한 셈이다. 자, 백번 양보해,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할 것인가. 창당 당시의 '초심'은 또 무엇인가.
잘 알려진 대로, 국민의당은 창당 초심은 '안철수의 새정치', '민주당의 친문패권주의 반대'와 '호남 홀대론'을 기반으로 한 호남 민심 잡기로 요약된다. 먼저 '안철수의 새정치'는 이번 제보 조작 사건으로 '박살'이 났다.
대선 후보 안철수의 측근 인사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경쟁 유력 대선 후보 아들의 채용 의혹을 조작한 이 사건은 대한민국 정치사의 크나큰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안철수의 새정치의 끝이 이것이었나'하는 참혹함이 먼저였고, 그 뒤로 '안철수의 새정치'에 대한 신뢰는 이미 바닥을 쳤다고 할 수 있다.
당원들의 요구가 중요하겠지만, 당 일각에서 안철수 전 대표가 당 대표 후보로 추대되고 있다는 보도에 헛웃음을 짓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조작 사건이 불거진 뒤 기나긴 침묵을 지키다 사과 기자회견을 했고, 다시 19일 만에 국민들 앞에 선 안철수 전 대표. 이언주 의원은 "그동안 힘들었을 안철수 후보님"이라며 그가 흘렸을 눈물을 대신 흘렸다고 했지만, 그 눈물에 공감하고 응원한 국민들이 도대체 얼마나 됐을까.
호남 민심 이반, 지지율 5%도 어려워국민의당의 '초심' 중 하나일 '친문패권주의'에 대한 반발 역시 힘을 잃은 지 오래다. 최근들어 더 그렇다. 문재인 정부의 내각 인사는 여성 장관 30%를 포함, 측근 인사를 철저히 배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히려 '초심'을 잃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의, 합격점에 가까운 인사를 보며 과거 문재인 당 대표 시절의 민주당의 분당 상황을 복기해내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과연 '친문패권주의'가 실제로 존재했었는지, 혹 당내 주도권을 잡기 위한 내부로부터의 흔들기와 언론의 합작품이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문모닝당'으로 불렸던 국민의당은 '반문'만을 앞세웠고, 그 결과가 바로 문준용씨 특혜 채용 조작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찾아보시라.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당 인사들이 얼마나 '친문패권주의'의 폐해에 대해 목소리를 드높였었는지를. 그랬던 국민의당의 '초심'이 어디로 향할 것인지 진심 궁금해지지 않는가.
호남 민심은 이반된 지 오래다. 지난 7월 28일 한국갤럽이 28일 공개한 정당지지율에 따르면, 국민의당의 호남 지지율은 단 9%였다. 광주·전남의 타 정당별 지지율은 민주당 63%, 바른정당과 정의당 4%, 한국당 1% 순이었다. '호남 자민련'은커녕 지역 정치를 구심 삼을 지지율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전체 정당 지지율을 보면 더 참혹하다. 갤럽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50%, 자유한국당 10%, 바른정당 8%,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각각 4%로 조사됐고, 없음/의견유보는 24%였다. 진보정당을 표방한 정의당과 같은 4%요, 자유한국당은 차치하더라도, 40석인 국민의당의 의석수에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 바른정당보다 두 배나 뒤지는 셈이다. 7월 31일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에서도 국민의당은 지난해 2월 창당 이후 최저인 4.9%를 기록했다. 5개 정당가운데 꼴찌였다.
자타공인 국민의당의 정치적 기반은 '호남'이다. '민주주의 가치'에 가장 민감하다고 평가 받는 호남 민심이 과연 이번 제보조작 사건의 검찰 수사 발표에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까. '다시 시작하겠다'는 국민의당의 대국민사과에 감동했을까. 호남은 둘째 치더라도 국민들은 5% 지지율에서 오락가락하는 국민의당에 신뢰를 보내고 있을까. 이언주 의원의 눈물이 문제적인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국민의당을 향한 민심 "누구 마음대로 다시 시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