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목마을 조형물 공모 방법 두고 '논란'

주민들 “작가와 작품 중심의 사업 돼야”... 당진시 “사업 실현을 위해 업체 중심 공모”

등록 2017.08.04 16:04수정 2017.08.0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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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목마을 전경
왜목마을 전경최효진

당진시가 왜목마을에 설치하려는 상징조형물 사업 공모에 들어갔다. 하지만 왜목 마을 주민들이 업체를 중심으로 선정하는 협상공모 방법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당진시는 주민들의 우려는 기우이며 제대로 된 조형물을 만드는 이번 사업의 진행에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국비 회수 시기인 2년이 다되도록 사업 과정이 지연된 부분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25일 당진시는 '왜목마을 해안가 상징조형물 디자인 제작 및 설치'에 대한 공모에 들어갔다. 조형물 사업은 19억 원의 사업비가 들어가며 해안가 도로 100m 이내의 위치에 30m 이내의 조형물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지역정체성과 관광사업 경쟁력을 확보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목적이다. 당진시가 공고한 입찰제안서를 살펴보면 디자인, 실시설계, 제작, 시공업체를 일괄 선정해 순차를 정한 후 개별 협상을 통해 낙찰자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왜목마을 주민들은 이와 같은 공모 방법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왜목 마을이 있는) 교로2리에서는 상징 조형물 사업이 업체 중심으로 흘러가자 긴급 대책 회의까지 지난 3일 열었다. 주민들의 주된 우려는 '이번 공모가 업체 중심으로 계약이 이루어진다면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왜목 주민은 "이번 입찰을 통해 좋은 작품이 나올 가능성이 높지 않다. 작품과 작가가 주가 되어도 좋은 작품이 나올지 우려스러운데 업체가 중심이 된다면 작품에 집중해 사업이 추진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주민들의 우려가 전해지자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당진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올해 안에 업체 계약을 해야지만 국비 10억을 반납하지 않고 사업에 투입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작품 혹은 작가 중심의 공모는 절차가 복잡하며 작품 구현 단계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사업 성공을 위해서도 업체 중심의 공모가 이루어져야 한다. 공공기관 99%가 선택하고 있는 낙찰 방법인 '협상에 의한 계약'을 선택한 것 역시 현 상황에서 최선의 작품을 선정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0년의 주민숙원 사업, 당진시 실수로 다시 '한세월'

태안유출사고에 대한 피해 보상 사업으로 '당진시 유류피해민대책 총연합회'(이하 대책위)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랜드마크 관광보조 사업을 추진해 왔다.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상징 조형물 설치에 관련된 사업 추진을 위해 노력했고 사업계획서를 해수부에 제출했다. 이런 노력 덕에 결국 2015년 12월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국비 10억 원, 도비 3억 원, 시비 7억 원이 2016년도 예산에 편성되었지만 당시 담당부서의 실수로 사업 예산 과목을 구분하지 않고 소위 '통'으로 예산안을 제출해 당진시의 추경 심사를 통해 겨우 세부 과목으로 나누어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2016년 상반기를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지나가 버린 것이다.


여기에 더해 담당부서의 팀장이 바뀌면서 겨우 10월이 되서야 당진시장과 담당공무원, 지역대표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왜목마을 상징조형물 설치를 위한 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를 겨우 꾸리게 된다. (2015년 하반기부터 담당 팀장 3명, 담당 주무관 역시 3명이 업무를 맡았다. 잦은 담당자 교체가 사업 일관성을 잃게 된 주요한 이유로 보인다. 업무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자문위는 기본설계용역을 실시하게 되고 논의 끝에 2017년 1월에 '작가 중심의 공모'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여기서 사업 진행은 또 다시 불확실한 이유로 6개월이 지연됐다. 이런 저런 준비 끝에 공모가 시작되기 직전인 7월 초순이 오게 된다.


7월 초순까지 당진시가 준비한 공모방식은 디자인을 공모해 작품을 선정 한 후 선정된 작가와는 별개의 업체에 조형물 설치 계약을 한다는 2단계 방식이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주민들은 이에 반발했다. 우선 디자인 공모 선정자에게 지급할 상금이 1,000만원밖에 편성되지 않았다. 20억짜리 조형물을 설치하면서 가장 중요한 디자인 작가에게 1천만 원의 수고비를 책정한 것이다.

시장과의 면담 자리에 참석한 주민 대표 중 한 사람은 "김홍장 시장은 그 (1천만원의 상금이 책정된 것)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듣고 있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시장은 주민들에게 상금을 올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고 작가중심의 공모에 대해서도 재차 동일한 입장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시장과의 면담이 이루어지고 10여일이 지난 7월 25일 왜목마을 상징조형물 설치 관련 공모가 공식적으로 발표됐다. 사업은 작가 공모 절차도 없이 작품을 포함해 모든 것을 업체 중심의 계약으로 하는 '협상의 의한 계약'으로 낙찰자 선정 안이 공고됐다. 7월 1일자로 새로 부임한 팀장이 당진시장과 자문위의 의견을 뒤집은 것이다.

담당 팀장은 "작품 공모 상금의 경우 결코 작은 액수가 아니었다. 또한 주민들이 원하는 완성도 있는 조형물을 선정하는 작업도 새로운 방법으로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관계 공무원들은 (국비 회수 기한) 남은 시간이 없기 때문에 공모 방법을 바꿨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원 방안과 새 방안이 나온 시일은 단 10일 차이 뿐이다. 또한 여지껏 사업 진행이 늦춰진 가장 주요한 이유가 당진시의 관계 공무원들의 문제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런 해명을 주민들이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은 오랜 기간 왜목마을에 상징조형물을 설치하기를 염원해 왔고 노력해 왔다. 주민들은 20억을 들인 조악한 작품이 아니라 왜목과 당진을 상징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작품의 설치를 원하고 있다. 지난 약 10년간의 주민들의 노력과 염원에 당진시가 과연 호응을 할 수 있을지 주민들은 우려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당진신문에도 송고한 기사입니다.
#당진시 #왜목마을 #상징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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