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코끼리와 춤을누구나 마음속에 코끼리 한 마리쯤 키우지 않나요?
사계절
그러다가 <당신의 코끼리와 춤을>을 만났다. 이 책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덴마크에 사는 세 자녀의 부모 뒤치다꺼리 모험담쯤 된다. 아이들이 부모를 걱정하는 거꾸로 뒤집힌 상황. 덴마크, 북유럽. 자유의지를 관철시키는 아이들의 뒤죽박죽. 다시 삐삐다.
삐삐와 다른 점이라면 이 책은 덴마크 풍속여행기를 겸한다는 것이다. 덴마크, 코펜하겐이 던지는 이미지야 사람마다 제각각이겠지만 나 같은 사람에게는 대체로 그 톤이 밝은데 이 책에서는 그 풍경이 마냥 밝고 명랑하지만은 않다. 마약, 재활원, 폰섹스, 매춘부가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그것도 미성년자들과 함께.
또, 삐삐가 부모의 부재로 시작된 독립성을 세상으로 확장한 이야기라면 <당신의 코끼리와 춤을>은 부모의 부재를 복원하기 위해 독립성을 발휘하는 이야기다. 삐삐를 기준으로 잡는다면 이는 퇴행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삐삐라고 일평생 엇나가는 삶으로 자유의지를 발휘했을 것 같지는 않다.
세상과 어느 정도의 타협을 했다면 피뇌 3형제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그런 맥락에서 삐삐가 돈, 괴력, 독립성을 한 몸에 지니고 있었다면 3형제는 좀 더 세련된 형태로 그 능력이 변화 혹은 분화된 것으로 보인다.
같은 듯 다른 삐삐와 피뇌 3형제의 이야기가 정확하게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경직에 대한 조롱과 풍자다. 힘의 역전, 나이의 역전을 통해 권력 있는 어른들과 그들의 악취에 대고 강력한 방귀를 뀐다. 어른 골탕먹이기를 멋지게 성공한다. 아이의 눈으로 본 어른의 세상은 늘 비뚤어져 있고 위태롭다.
마냥 천국인 세상은 어디에도 없기에 그렇기도 할 테지만 이는 북유럽 뿐 아니라 인류 공통의 통과의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속된 세상에 맞게 미처 자신을 깎아내지 않은 미성숙의 인간이 고통을 겪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네 곰도 인간으로 합류하기까지 쑥과 마늘을 삼키는 고통이 있었다고 하지 않던가.
이렇게 책이 지닌 무게는 가벼운 듯하면서 무겁다. 하지만 톤은 처음부터 끝까지 밝다. 밝은 톤 사이사이 무거운 심이 박혀 있다고나 할까. 따라서 이 책을 가볍게 보고 싶은 자 경쾌하게 읽을 것이요 무겁게 보고 싶은 자 한없이 느리게 읽게 될 것이다.
당신의 코끼리와 춤을
페터 회 지음, 이남석.장미란 옮김,
사계절,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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