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方理學之祖(동방이학지조)라는 글씨가 선명한 임고서원 입구의 송탑비.
경북매일 자료사진
우리는 포은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학창시절 역사 공부를 열심히 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앞서 서술된 글을 끝까지 읽지 않더라도 위에 등장하는 '옛이야기'가 누구에 관한 것인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더불어 '망해가는 왕조'가 고려란 것도, '새로운 왕조'가 조선이란 것도, 포은 정몽주를 유혹한 권력집단의 핵심 인물이 훗날 조선의 3대 임금 태종이 되는 이방원(1367~1422)이란 것 역시 쉽게 눈치챘을 것이다.
이방원 앞에서 점잖게 읊조린 시가 '단심가(丹心歌)'라는 것도 대부분의 사람이 이미 알고 있다. 왜냐? 이 에피소드는 이미 수십 차례 영화와 TV 드라마로 만들어져 한국인에게 소개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적 영상을 통해 알고 있는 포은의 모습이 그의 진면목일까"라는 질문이 던져진다면 우리는 어떤 대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피상적이고 표피적인 정몽주의 몇몇 모습만을 보고 있는 건 아닐지.
취재를 위해 만난 임고서원 충효문화수련원 이원석(53) 교학부장은 "기울어가는 나라를 살리기 위해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충절을 지킨 지조 있는 신하였고, 3년 시묘살이를 두 차례나 한 지극한 효심의 소유자였으며, 고려 때 사람들이 '세상의 전부'라고 인식하던 명나라와 일본을 도합 7차례나 다녀온 탁월한 외교관"이라고 포은을 설명했다.
임고서원은 영천시 임고면 양항리에 위치한 사액서원(賜額書院·왕이 편액을 내린 서원)으로 포은의 위패를 봉안하고 있다. 서원 입구에서 '東方理學之祖(동방이학지조)'라 쓰인 거대한 빗돌과 만났다. 이 송탑비는 포은이 '동쪽 나라 성리학의 대학자'임을 알리는 표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