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하는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참여정부 시절 ‘황우석 연구논문 조작 사건’ 책임 문제로 부적절한 인사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박기영 신임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과학기술계 원로 및 기관장과의 정책간담회’에서 고개 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권우성
박기영 본부장은 참여정부 당시인 지난 2004년부터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지내면서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에 연루돼 지난 2006년 1월 물러났다.
박 본부장은 "황우석 사건 당시에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기에 아무 말하지 않고 매맞는 것으로 사과를 대신했고 그 이후에도 제대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고 싶었으나 기회를 만들지 못하여 지난 11년간 너무 답답했고 마음의 짐으로 안고 있었다. 그간 여러 번 사과의 글을 썼었으나 어느 곳에도 밝히지 못했다"고 뒤늦은 사과 배경을 밝혔다.
다만 박기영 본부장은 "과거의 잘못을 뼈저리게 알고 있다"면서도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과학기술혁신체계,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 "일할 기회를 준다면 혼신의 노력을 다해 일로써 보답하고 싶다"고 사퇴 요구를 사실상 일축했다.
사퇴할 생각이 없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도 박 본부장은 "(자리를) 고집한다기보다 제게 일할 기회를 허락해주면 우리 과학기술 발전과 국민의 성장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서 노력하고 싶다"고 계속 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황우석 연구비 집중은 국민의 높은 관심과 언론 보도 탓? 황우석 연구비 집중 지원 논란에 대해서는 오히려 당시 국민 여론과 언론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박 본부장은 "황우석 박사 연구에 액수가 많이 집중돼 보이는데 제가 청와대 있을 때 연구비 설계와 배분 역할은 주어지지 않았다"면서 "그 당시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관심들이 많이 반영돼 연구비 수주에 유리하지 않았나 싶다"고 밝혔다.
한 발 더 나아가 박 본부장은 "(연구비 배분에) 당시 국민 여론이 많이 반영된 결과이지 않았나 싶다"면서 "현장 연구 수요에 맞는 연구비 배분 체계로 냉철하게 결정되고, 전문가가 파악해 배분되는, 여론에 휘둘리지 않는, 실력에 따른 연구비 배분이 체계화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 지시로 황우석 박사 연구비를 책정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박 본부장은 "황우석 박사 연구가 난치병 치료 연구이고 장기적으로 생명과학 발전 분야여서 언론 관심도 높아 정부도 부담스러워 했다"면서 "(황우석 연구에) 왜 지원하지 않느냐는 기사가 신문 톱에 실리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박 본부장은 "황우석 박사 관련해서 몸둘 바 모를 정도로 머리 숙여 사죄한다. 국민들에게 어려움 드려 죄송하다"면서도 "다시는 이런 일이 없는 잘된 과학기술혁신체계,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아닌 시스템에 의해 좌우되는 체계를 만들었으면 하는 게 제 처절한 반성이고 받아주면 감사하겠다"고 자신의 역할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