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있는 본부장 왔다"... "원로들 불러 쇼 하나"

박기영 과학기술본부장, 황우석 사태 책임 사과했지만 사퇴 요구는 일축

등록 2017.08.10 21:31수정 2017.08.10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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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 철회 요구 받는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참여정부 시절 ‘황우석 연구논문 조작 사건’ 책임 문제로 부적절한 인사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박기영 신임 과학기술혁신본부장(맨 왼쪽)이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과학기술계 원로 및 기관장과의 정책간담회’에
 참석한 뒤 떠나는 가운데, 민주노총 전국공공연구노조 조합원들이 임명철회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임명 철회 요구 받는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참여정부 시절 ‘황우석 연구논문 조작 사건’ 책임 문제로 부적절한 인사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박기영 신임 과학기술혁신본부장(맨 왼쪽)이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과학기술계 원로 및 기관장과의 정책간담회’에 참석한 뒤 떠나는 가운데, 민주노총 전국공공연구노조 조합원들이 임명철회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권우성

눈물까지 흘렸지만 11년 전 과오를 씻기엔 역부족이었다.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0일 과거 황우석 사태 책임을 뒤늦게 인정하고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까지 했다. 하지만 참여정부 때 자신이 만든 과학기술혁신체계를 다시 살릴 기회를 달라며 과학계 안팎의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지난 2005년 '황우석 사태'에 연루돼 사퇴 압박을 받아온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이날 오후 2시 30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에서 과학기술계 원로-기관장들과 정책간담회를 진행했다. 지난 7일 국가 과학기술정책 집행 컨트롤타워인 과학기술혁신본부장(차관급)에 임명된 뒤 첫 공식 일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장으로 들어서는 박기영 본부장을 맞은 건 사퇴를 요구하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공공연구노조 조합원들의 피켓과 외침이었다.

황우석 사태 책임 11년 만에 사과.. 과학계 사퇴 요구 일축

박기영 본부장도 황우석 사태 관련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박 본부장은 이날 "황우석 박사 사건은 모든 국민에게 실망과 충격을 안겨주었고 과학기술인들에게도 큰 좌절을 느끼게 한 사건이었기 때문에, 청와대에서 과학기술을 총괄한 사람으로서 전적으로 책임을 통감하면서 이 자리를 빌려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박 본부장은 "특히 황우석 박사의 사이언스지 논문에 공동저자로 들어간 것은 제가 신중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 때 좀 더 신중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점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과하는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참여정부 시절 ‘황우석 연구논문 조작 사건’ 책임 문제로 부적절한 인사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박기영 신임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과학기술계 원로 및 기관장과의 정책간담회’에서 고개 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사과하는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참여정부 시절 ‘황우석 연구논문 조작 사건’ 책임 문제로 부적절한 인사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박기영 신임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과학기술계 원로 및 기관장과의 정책간담회’에서 고개 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권우성

박기영 본부장은 참여정부 당시인 지난 2004년부터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지내면서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에 연루돼 지난 2006년 1월 물러났다.


박 본부장은 "황우석 사건 당시에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기에 아무 말하지 않고 매맞는 것으로 사과를 대신했고 그 이후에도 제대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고 싶었으나 기회를 만들지 못하여 지난 11년간 너무 답답했고 마음의 짐으로 안고 있었다. 그간 여러 번 사과의 글을 썼었으나 어느 곳에도 밝히지 못했다"고 뒤늦은 사과 배경을 밝혔다.

다만 박기영 본부장은 "과거의 잘못을 뼈저리게 알고 있다"면서도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과학기술혁신체계,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 "일할 기회를 준다면 혼신의 노력을 다해 일로써 보답하고 싶다"고 사퇴 요구를 사실상 일축했다.


사퇴할 생각이 없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도 박 본부장은 "(자리를) 고집한다기보다 제게 일할 기회를 허락해주면 우리 과학기술 발전과 국민의 성장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서 노력하고 싶다"고 계속 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황우석 연구비 집중은 국민의 높은 관심과 언론 보도 탓?

황우석 연구비 집중 지원 논란에 대해서는 오히려 당시 국민 여론과 언론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박 본부장은 "황우석 박사 연구에 액수가 많이 집중돼 보이는데 제가 청와대 있을 때 연구비 설계와 배분 역할은 주어지지 않았다"면서 "그 당시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관심들이 많이 반영돼 연구비 수주에 유리하지 않았나 싶다"고 밝혔다.

한 발 더 나아가 박 본부장은 "(연구비 배분에) 당시 국민 여론이 많이 반영된 결과이지 않았나 싶다"면서 "현장 연구 수요에 맞는 연구비 배분 체계로 냉철하게 결정되고, 전문가가 파악해 배분되는, 여론에 휘둘리지 않는, 실력에 따른 연구비 배분이 체계화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 지시로 황우석 박사 연구비를 책정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박 본부장은 "황우석 박사 연구가 난치병 치료 연구이고 장기적으로 생명과학 발전 분야여서 언론 관심도 높아 정부도 부담스러워 했다"면서 "(황우석 연구에) 왜 지원하지 않느냐는 기사가 신문 톱에 실리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박 본부장은 "황우석 박사 관련해서 몸둘 바 모를 정도로 머리 숙여 사죄한다. 국민들에게 어려움 드려 죄송하다"면서도 "다시는 이런 일이 없는 잘된 과학기술혁신체계,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아닌 시스템에 의해 좌우되는 체계를 만들었으면 하는 게 제 처절한 반성이고 받아주면 감사하겠다"고 자신의 역할을 강조했다.

인사말하는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참여정부 시절 ‘황우석 연구논문 조작 사건’ 책임 문제로 부적절한 인사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박기영 신임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과학기술계 원로 및 기관장과의 정책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인사말하는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참여정부 시절 ‘황우석 연구논문 조작 사건’ 책임 문제로 부적절한 인사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박기영 신임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과학기술계 원로 및 기관장과의 정책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권우성

과학계 원로들 "힘 있는 본부장 왔다"... 공공연구노조 "원로들 불러 쇼하나"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과학기술계 원로들과 기관장들도 박 본부장을 거들었다. 참여정부 당시 과학기술인공제회 설립 작업에 참여했다는 한 인사는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정무적 감각과 (청와대와 협력할 수 있는) 힘이 있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박기영 본부장이 적합한 인사라고 생각한다"면서 "보좌관 때 공과가 있는데 과오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과연 과학기술계와 출연연에서 반대만 할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참여정부 당시 과총 회장을 지낸 채영복 전 과학기술부 장관도 "박 본부장이 노무현 정부 때 황우석 문제 때문에 문제가 커지고 있는데 (공과) 2가지 측면에서 봐야 한다"면서 "과오를 디디고 다른 측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질과 여건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과에 대해 사죄했지만 많은 국민들이 오해하고 있으니 석고대죄 식으로 정리할 기회를 만들어라"고 주문했다.

역시 과총 회장 출신인 조완규 전 교육부 장관도 "사람을 능력으로 평가해야지, 과거 누구랑 가까웠다는 건 해프닝인데 한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는 되지 않는다"이라면서 "과학기술계에서 박기영 교수를 선택한 건 영리한 선택이고 현 정권과 가까운 분이라 과학기술계의 어려운 문제를 잘 해결하는데 노력할 걸로 생각한다"고 박 본부장을 적극 두둔했다.

간담회장 분위기는 이처럼 화기애애했지만 밖을 지키던 공공연구노조 조합원은 싸늘했다. 박 본부장은 1시간30여 분에 걸친 간담회를 마치고 퇴장하기에 앞서 감정에 복받친 듯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퇴장하는 박 본부장을 향해 과학기술정책 컨트롤타워 자격이 없다며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김준규 공공연구노조 위원장은 이날 "박기영 교수가 스스로 사퇴할 줄 알고 왔는데 11년 전에 했던 '쇼'를 다시 하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과학기술계 원로와 기관장을 초청해 삐에로처럼 만드는 걸 보면서 역시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황우석 사태 주역이자 설계자였던 박 교수가 11년 만에 돌아와서 사과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라면서 "박 본부장 사퇴나 임명 철회가 곧 과학기술인 사기진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기영 #황우석 #과학기술혁신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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