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를 방문한 기독교 원로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이사장, 오른쪽 첫번째)와 김삼환 목사(명성교회 원로, 오른쪽 두번째)를 만나 국정현안에 관한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연합뉴스
의원님은 수원중앙침례교회 장로로 알려져 있습니다. 의회 안에서도 신앙 활동이 활발해 더불어민주당 기독신우회 회장을 맡고 있다고도 들었습니다. 또 한국기독교복음단체총연합이 주는 제12회 '한국교회 연합과 일치상' 수상자로 결정됐다는 소식도 언론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만약 의원님께서 개신교가 아닌, 다른 종교 신자이거나 아예 종교가 없거나 하면 의원님의 신앙적 배경을 끄집어 낼 필요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의원님께서 계속 종교인과세 시행에 발목을 잡으려 하시니 종교를 따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보수 개신교계는 줄곧 종교인과세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왔습니다. 더구나 공교롭게도 의원님께서 장로로 계신 수원중앙침례교회의 원로목사는 김장환 목사입니다. 김 원로목사는 보수 정권에 우호적인 인사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최순실 국정농단이 불거지며 위기에 처하자 김 원로목사를 청와대로 부르기까지 했습니다.
구체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정황을 따져보면 의원님께서 보수 정권에 우호적인 원로목사가 있는 대형교회 장로로서 보수 개신교계의 이익을 대변해 종교인과세를 늦추려고 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 지점에서 묻습니다. 도대체 왜 종교인과세를 늦추려 하시나요? 보수 대형교회의 민원 때문인가요? 아니면 의원님의 소신 때문인가요?
사실 이렇게 공개 편지를 쓰기보다 의원님으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어제(8월 10일) 의원실과 지역구 사무실로 수차례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의원실은 그 어느 누구도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지역구 사무실에서는 의원님께서 해외 휴가 가셨다고 알렸습니다.
참 씁쓸했습니다.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자신은 해외로 나간 모습이 그다지 낯설지 않아서입니다. 그런데 이날 <노컷뉴스> 보도를 보고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이에 따르면 의원님께서는 해외로 떠나기 전 발의에 함께 했던 의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과세당국의 준비상황을 충분히 점검하고 논의를 통해 조세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법안통과를 당부했다고 합니다. 여론은 들끓는데, 정작 본인은 해외로 나가고 그 와중에 공동발의한 의원들을 독려하니 도대체 의원님께 국민은 어떤 존재인지 모르겠습니다.
사회적 합의 이미 형성돼있어 의원님께서는 자주 '충분한 논의'와 '조세마찰 최소화'를 언급하고 나섰습니다. 그러나 이미 종교인과세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형성돼 있습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뷰'가 지난 6월28일부터 31일까지 성인 10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3%가 '(종교인과세를) 예정대로 내년 1월부터 시행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2년 더 유예한 후 2020년부터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은 13%에 불과했습니다. 또 가톨릭과 불교, 개신교 안에서는 대한성공회가 이미 세금을 내고 있습니다. 또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측도 우호적입니다. 결국 보수 대형교회만 종교인과세를 반대하고 있는 셈인데 의원님께서 과세 시기 유예를 위해 총대를 멨으니, 의원님의 진성성을 의심할 수밖엔 없습니다.
새정부가 들어서면서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런데 적폐가 박근혜 전 정권의 비정상을 바로 잡는 데 국한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1968년 처음 공론의장에 나온 이후 47년 만에 국회문턱을 넘었건만, 이 마저 시행을 가로 막으려는 김진표 의원님 같은 분 역시 적폐로 볼 수밖엔 없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묻습니다. 도대체 왜 종교인과세를 늦추려 하시나요? 보수 대형교회의 민원 때문인가요? 아니면 의원님의 소신 때문인가요?
만약 보수 대형교회의 민원 때문이라면 사과하고 철회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만약 신앙에서 비롯된 소신이라면 부디 잘못된 신앙을 전파하는 교회에서 속히 나와 올바른 신앙의 길을 걷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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