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분위기패전후 일본은 평화국가 건설을 맹세하며 부흥에 힘썼으나 최근 다시 전쟁 분위기로 몰고 가고 있는 점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텔레비전 촬영)
이윤옥
순진한 눈으로 이날 방송만을 보고 있으면 일본이 대단한 '피해국' 인양 느껴지지만 과연 일본은 전쟁의 피해자인가를 묻고 싶어졌다.
"1945년 8월 9일 오전 11시 2분.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은 한순간에 도시를 폐허로 만들고 수많은 시민과 소중한 목숨을 앗아갔다. 다행히 목숨만은 건진 피폭자들에게도 평생 치유될 수 없는 마음과 몸의 상처, 방사선으로 말미암은 건강장해를 남겼다. 우리는 이러한 희생과 고통을 잊지 않을 것이며 이에 심심한 애도의 뜻을 바친다. 우리는 원자폭탄에 의한 피해의 실상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후세에 전할 것이며 이러한 역사를 교훈 삼아 핵무기 없는 영원히 평화로운 세계를 구축할 것이다.(1996.4)"
이는 몇해전 국립 나가사키 평화기념관에 갔을 때 이 기관에서 만든 홍보용 전단에 적혀있는 글이다. 여기에도 일본은 피해자로 비칠 뿐 그 어디에도 전쟁을 일으킨 가해자 인식은 없다.
하지만 일제 침략의 혹독한 역사를 겪은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일본의 이러한 '피해자 의식'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일본이 제2차세계대전을 일으킨 당사자이면서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이런 류의 방송은 '과거의 역사를 올바로 인식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궤변으로 가득한 역사인식이요, 역사왜곡이라는 생각에 씁쓸함마저 느끼게 된다. 이러한 역사인식이라면 아무리 종전(終戰)을 돌아보고 평화를 지향한다고 하지만 그 진정성은 찾기 힘들다.
일본은 전쟁을 일으킨 가해자의 입장에서 진정성 있는 반성을 단 한번이라도 했는가 묻고 싶다. 1947년 5월 3일 전쟁하지 않는 나라, 일본을 지향하여 만든 '일본국 헌법'을 최근 뜯어 고치려는 모습을 볼라치면 일본의 전쟁야욕을 또 다시 보는 것 같아 우려감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