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루브르미술관의 ‘모나 리자'
이안수
모두가 그녀를 가까이서 보길 원합니다. 세계 각국에서 온 남녀노소 누구나 단 한 번이라도 정면에서 눈빛을 마주하길 갈망합니다.
그녀를 지키고 질서를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몇 명의 경비원의 노력은 끊임없이 밀려드는 인파에 안쓰러울 만큼 역부족이었습니다.
정숙한 자세의 '리자' 부인은 살며시 양손을 겹친 채 어떤 방향에서나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에게 눈을 맞추며 미소인 듯하면서도 아닌 듯한 표정으로 그 모든 소란을 내려보고 있었습니다.
눈썹이 없는 것에 관한 수많은 추측, 그녀의 신원에 관한 여전한 의문은 신비로운 미소를 극대화한, 윤곽선을 부러 흐릿하게 처리한 '스푸마토(sfumato)' 묘사처럼 자욱한 안개 속입니다.
가난한 농부의 맏딸이었던 지오콘도라가 20년이나 연상의 홀아비에게 시집 가 '리자' 부인이 되었다고 추정합니다.
1911년 8월 21일 그녀가 실종됐습니다, 바로 106년 전 오늘(2017년 8월 21일)입니다. 루브르가 발칵 뒤집혔고 군중들은 루브르 앞에서 통곡했습니다. 시인 기욤 아프리네르가 수사관의 조사를 받고 피카소도 용의선상에 올랐습니다. 2년 간이나 루브르에서 사라졌던 그녀는 그녀를 피렌체의 우피치미술관에 팔고 싶었던 범인 빈센초 페루자를 검거함으로써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리자 부인의 지금 형편은 페루자의 침대 밑에서 2년 간을 보낼 때와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방탄유리 속에 갇힌 것은 물론, 다시 군중 속에 포위된 채로 모든 낮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까요.
그녀의 아이콘인 신비로운 미소에 울 듯 말 듯 한 표정이 겹쳐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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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때문에 유리에 갇혀 사는 여인, 왜 슬퍼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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