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효리네 민박' 화면 캡처
고재일
할아버지 : "말씀 좀 묻겠습니다. 거기 애월읍 민박집이죠? 지금 찾아가려고 하는데 거기 대중버스 가는 게 있습니까?"
이효리 : "아…대중버스는 없는데, 혹시 렌트 안 하세요?"할아버지 : "(당황한 목소리로)레...렌타요?"현재 방영중인 종합편성채널 JTBC의 예능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 4화의 일부다. 부푼 마음을 안고 제주공항에 발을 디딘 두 노부부를 당혹스럽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허술한 대중교통 체계.
결국 이효리씨의 남편인 이상순씨가 직접 차를 가지고 제주공항에 두 부부를 데리러 나서며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방송을 지켜보던 나는 제주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혹시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한 의도적인 편집이 아니었을까' 의심하며 스마트폰 지도 어플을 통해 길찾기에 나서본 나는 할말을 잊었다. 직선거리로 불과 13km에 불과한 민박집에 도착하기 위해 버스를 두 번 갈아타야 하는 것은 물론 30분 가량을 걸어가야 한다.
방송 내용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팩트다(이효리씨의 소길리 집이 시도 때도 없는 방문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기사의 취지와는 별개로 두 분의 생활은 외부 간섭 없이 보장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0년 전 싹을 틔운 제주올레의 영향으로 도보 여행자가 증가하고 대중교통이 활성화됐다고는 하나, 렌트카는 여전히 제주여행자들의 필수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제주의 대중교통은 도민들에게도 그다지 환영받지 못한 게 현실이다. 들쭉날쭉한 배차시간은 물론 일부 운전원들의 거친 언행과 난폭 운전 등으로 외면받아왔다. 가구당 평균 차량 등록대수가 1.9대로 전국 평균의 두 배에 육박하지만, 대중교통 수송 분담률은 2014년을 기준으로 11.2%에 불과해 전국 꼴지인 이유이기도 하다. 자가용으로 통학하는 대학생들도 부지기수다.
30년 만의 대중교통개편...1200원으로 제주섬 한 바퀴제주도가 오는 26일부터 대중교통 체계를 전면 개편한다. 지역 토호 세력과 기득권의 입김에 눌려 30년 동안 손을 대지 못한 버스 노선이 수술대에 오르는 셈이다.
그동안 대중교통 허브 역할을 수행해왔던 도심내 시외버스터미널의 기능을 축소하고 제주공항 주변에 대규모 광역 복합환승센터가 조성된다. 제주의 동서남북으로 4개의 환승센터가 들어서는 것은 물론 22개 읍면동에 환승정류장이 만들어진다. 서울 등과 같이 지하철에서 버스로의 환승이 아니라, 버스에서 버스로의 환승인 것이다.
크게 시외버스와 시내버스(공영, 민영)로 구분됐던 체계는 급행(빨간색)과 간선(파란색), 지선(초록색), 관광지순환(노란색)으로 세분화된다. 640여개에 달했던 버스 노선은 중복 노선 등을 최소화해 140개로 줄였다.
들쭉날쭉했던 요금 체계도 단순해진다. 제주 전역을 시내버스 요금인 1200원(성인)에 다닐 수 있으며, 70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은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 다만, 급행버스는 2천원의 기본요금에서 출발해 구간별로 최대 4천원까지 받게된다.
대중교통 우선차로, 누구냐 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