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암리 고분전시관에서 만난 옹관. 현대기술로도 어렵다는 대형 옹관을 당시 영산강 유역의 고대인들은 이미 만들어 쓰고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이돈삼
무덤들은 3단계에 걸쳐 형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맨 아래에는 옹관묘만 있었다. 옹관묘 전용구역이다. 그 위에 대형 석실이 만들어지면서 봉분이 조성됐다. 마지막으로 경사면을 파고 새로운 무덤들이 들어선 형태다.
원래 옹관 무덤을 사용했다가 이후 돌방무덤을 쓰면서 봉분을 네모꼴로 확장했고, 새롭게 백제양식 돌방무덤을 추가하면서 다수의 무덤방이 완성된 것으로 추정됐다. 매장 시기도 3세기부터 7세기까지 400년에 걸쳐 층층이 쌓은 것이었다.
그 가운데 3호 옹관에서 철기시대 유물인 각종 철제품과 구슬이 발견됐다. 3세기 경 백제 등장 이전, 마한시대의 무덤으로 추정됐다. 마한은 진한, 변한과 함께 한반도의 서남부지역을 차지했던 우리 고대사의 토착세력이었다. 석실의 출토유물로 미뤄 유력한 신분의 사람들 무덤으로 짐작됐다.
학계에서는 지하에 묻혀있던 고대의 블랙박스가 열렸다고 화들짝 반겼다. 하나의 봉분에서 수십 기의 무덤이 나왔다고 '아파트형 고분'으로 이름 붙였다. 나주 복암리 고분군이다. 국가사적 제404호로 지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