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비엥.
정승구
귀신에 대한 믿음은 개도국이나 동양의 전유물이 아니다. 세속주의가 팽배한 일본에서도, 진보적이며 과학적인 북구에서도 귀신을 믿는 이들은 상당히 많다.
많은 이들은 종종 현실에서 마주치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으로 두려움을 느낄 때, 초자연적인 내러티브로 이를 해석하려 든다. 귀신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은 공포를 제어하는 능력을 얻고, 세상을 이해하는 시각을 함께 만들고 공유하고, 이야기의 스릴과 카타르시스를 공감하면서 연대감을 형성한다.
내가 접한 라오스의 귀신 이야기들은 크고 작은 영들과 이롭고 해로운 혼들이 넘쳐 나며 공동체의 평화와 권선징악을 강조한다. 라오스인들이 영혼을 믿으려는 노력에는 감정적인 동기부여와 윤리적 정의에 대한 갈망이 포함돼 있다. 그들도 우리처럼 삶의 유한함을 잘 받아들이지 못해, 사람이 알 수 없는 내세에 대한 환상을 자극하는 귀신 이야기를 즐기는 것 같다. 특히 억울한 죽음에 대한 귀신 이야기들은 현 사회의 정서뿐 아니라 근과거도 잘 보여준다. 익숙지 않은 세계로의 여행과 같은 귀신 이야기는 어쩌면 우리 안에 숨어 있는 괴물과 악령을 퇴마하고 치유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귀신을 찾아 라오스에 온 나는 정작 귀신은 만나지 못하고 귀신 이야기만 많이 듣고 있었다. 그렇게 라오스 귀신을 접하는 것을 포기할 무렵... 하루는 비엔티안을 거닐다 특별한 곳에 들를 수 있었다. 베트남전 당시 미국의 폭격으로 인한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단체 교정보철협동조합기구(COPE: Cooperative Orthotic & Prosthetic Enterprise)였다. 약 40평 남짓한 그곳에는 수많은 의족과 의수가 빽빽이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