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학보 페이스북 캡처. 해당 사설은 페이스북에서 삭제된 상태다.
이대학보 페이스북 갈무리
"입결(입시결과)을 높이기 위해선 학교 차원에서 학원가에 적극적으로 자료를 제공하고 입시 상담을 강화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눈을 의심했다. 지난 3일에 발행된 이대학보 사설의 글귀 중 일부다. 이대학보는 '입결 문제, 학교가 제대로 나서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학교와 관련된) 사회적 평판과 이미지 제고는 입결 상승 뒤에 따라올 문제다"라며 학교에 입학 성적을 올릴 것을 적극 주문했다.
또 사설은 "언제까지 본교가 부모 세대에나 명문대, 거품 입결이라는 말을 들을 순 없다"는 글도 덧붙였다. 이 같은 사설이 이대학보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재되자 '학보가 학벌이라는 기득권 유지를 위해 노골적으로 나선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이어졌다. 현재 사설은 페이스북에서 삭제된 상태다.
지금 입시 결과가 문제인가이 사설에서 사회적인 고민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한국 사회의 병폐가 교육에 있다는 걸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흔히 말하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유아기부터 고액의 영어유치원에 보내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며 인격적으로 성숙의 과정을 밟는 게 아니라 성적을 통한 우위로 '누구를 밟을까' 궁리하는 게 지금의 교육 현장이다.
그러한 세태에 대한 고민은 없이 무작정 입결을 높이자고 학교를 닦달하는 학보의 모습은 다소 충격적이다. 학보 사설은 "본교 입결은 그간 평가절하돼 왔다는 게 대다수 본교생 생각"이라며 "학생들이 이 문제에 민감한 이유는 입결이 후려치기 당하면 열심히 공부해서 입학한 재학생 실력과 노력까지 싸잡아 후려치기 당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라고도 주장했다.
사설의 말마따나 지금 가진 학적을 따고자 들인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보상 심리가 끼어들고 학벌주의를 찬동하는 쪽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설은 실력과 노력을 오롯이 재학생의 수고로 돌리는 근시안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학적을 얻기 위해 학원과 교재, 인터넷 강의에 쏟아부었던 비용은 누가 준비했는가. 논술과 수시 준비에 들어간 비용은 그들이 말하는 재학생의 자력으로 마련이 가능했던가.
자녀교육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려는 기세를 보이는 게 한국의 가정이지만 실질 임금에서 뒤처진 중하위 가정으로선 수시 대비나 재수 비용을 명목으로 월 수십에서 수백만 원에 이르는 교육비는 사치일 수밖에 없다. 부모에 기대지 않고 입학한 재학생은 손꼽힐 것이다. 학보가 주장하는 그 노력과 실력이란 혼자 힘으로 세워진 게 아니다.
대학의 차별 의식, 사회 병폐 심화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