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디 작품이 주차표시로주차표시 조형으로 변한 가우디 작품
유명숙
이정표를 보며 '언어는 존재의 집'으로 유명한 하이데거를 불러냈다. 그의 존재적 사유는 하나의 별을 향해 가는 것이다. 하이데거는 철학적 도정인 그의 <이정표>에서 사유는 존재론의 도정이라고 피력한다. 도정에서 마주하는 존재가 발현되는 장소, 그 존재적 장소로의 귀환을 가우디와 구엘은 구엘공원으로 재현해내었다.
처음 구엘을 만난 것은 공원안내도이다. 안내도의 명시된 장소 곳곳에서 가우디와 구엘의 인연이 되어 세월의 흔적으로 탄생한 작품들이 빨리 오라고 손짓을 한다. 낯선 이방인에게 세심하게 장소를 찾아가는 길을 안내한다. 그 손짓을 따라 한 눈에 자신이 찾아가고자 하는 장소를 발견하고, 그곳으로 발을 옮긴다.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이 있다. 주차구역 표시조형물이다. '아니 이렇게도 주차구역을 표시할 수 있구나'하는 생각에 후후 웃음이 나왔다. 비행기, 구름, 파란하늘 그리고 가운데 검은 원 안에 도마뱀 문양이 바탕을 채운다. 도마뱀 문양 속에 빛나는 주차번호 4가 있다. 이 그림은 마치 방문객에게 '이제부터 동화 속으로 들어오실 준비를 하세요'하는 듯하다.
태양이 바로 내리쬐는 긴 의자에 앉는다. 의자는 도마뱀 문양으로 만들어졌다. 의자에 앉아 손으로 색채의 문양을 따라가 본다. 허리를 펴고 가슴을 펴고 의자에 등을 기댄다. 앉은 자세에서 정확히 허리 위치를 따라 허리받이가 한 줄로 길게 죽 이어져 있다. 인체공학적 관점으로 작품을 설계한 그의 섬세함이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