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대전성폭력피해청소녀사망사건공동대책위원회'와 설동호 대전교육감(오른쪽 네번째)이 간담회를 갖고 있다. 이 자리에서 대책위는 이번 사건의 처리과정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 발표를 요구했다.
오마이뉴스 장재완
"여중생이 성인 남성으로부터 지속적인 성폭력을 당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이유가 생명존중의식이 부족해서였다고요? 대체 이런 인식으로 어떻게 대전교육을 책임진다고 할 수 있나?"11일 오전 대전교육청 앞. 설동호 대전교육감과의 면담을 마치고 나온 여성단체대표들이 분노를 터트렸다.
대전여성단체연합과 대전여성폭력방지상담소시설협의회, 탁틴내일 등 전국 377개 단체로 구성된 '대전성폭력피해청소녀사망사건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동대책위)'는 11일 오전 설동호 대전교육감과 간담회를 가졌다.
지난달 25일 대전 대덕구 송촌동 한 건물에서 투신해 사망한 여중생 사건과 관련, 학교와 교육청이 제대로 된 대응을 했는지, 피해자에 대한 보호는 적절했는지, 사망한 학생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에 대한 조치는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재발방지대책은 마련했는지 등을 묻기 위한 자리다.
그런데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 이후, 양측은 굳은 표정으로 간담회장을 빠져 나왔다. 1,2분가량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에 침묵이 계속되기도 했다. 한 여성단체 대표가 "분위기가 너무 무겁다"며 침묵을 깰 정도로,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결국 교육청 정문 앞에 마련된 '대전성폭력피해청소녀 추모 공간(분향소)'에 도착한 공동대책위 대표단이 '보고회' 형식의 말문을 열면서 참고 있던 분노가 터져 나왔다.
손정아 대전여성인권지원상담소 느티나무 소장은 "우리가 교육청에 요구한 것은 사망한 피해 학생과 가족이 경찰에 성폭력 피해 신고를 한 이후 교육청과 학교는 어떤 역할을 했는지 구체적인 내용과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해 발표하라는 것이었다"며 "그런데 교육청은 자신들은 적절한 절차와 조치를 취했고, 마치 이번 사건이 피해자 개인과 가족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처럼 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교육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반성이나 개선하려는 태도가 없다. 오히려 사망한 피해자나 가족 탓만 하고 있다"며 "심지어 (피해자와 가족에 대한) 부적절한 말로 2차 가해를 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그는 또 "교육청이 대책이라고 내놓는 것이 '생명존중교육', '피해학생에 대한 애도', '아이들에 대한 성교육'이었다"며 "우리가 볼 때 설동호 교육감과 대전교육청은 이번 사건에 대한 인식도 전혀 되어 있지 않고, 해결의지도 없는 것 같다. 정말 총체적 난국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