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과 찰스 헤이 주한영국대사 등 내빈들이 덕수궁 돌담길 개방행사에서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
서울시제공
3년만에 거둔 '결실', 그러나 남은 숙제도협의가 순조로울 것으로 기대되던 2016년 9월, 아쉽게도 영국대사관 업무빌딩의 보안문제가 결국 걸림돌이 되고 말았다.
2년여간 끈질기게 노력했지만 보안문제는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온전히 담보할 수 있어야 하고 더 많은 고민과 협의와 상호이해가 있어야 하며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인정되어야 할 것이었다. 결국, 우선 문제의 70m를 제외하고 100m만을 개방하기로 합의하였다.
추가 개방을 위해서는 그동안 방치되었던 도로와 돌담을 손보고 가로막았던 철문을 철거할 필요가 있었다. 문화재 현상변경이라는 심의를 통해 문화재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문화재 관련전문가 등이 참여하고 규정에 따른 심의를 통해 설계를 마무리했다.
공사는 좁은 장소에서 서울시와 영국대사관, 문화재청이 동시에 힘을 합쳐 수행해야 했다. 유난히 비가 많았던 여름 날씨에 문화재청의 적극적인 협조로 그동안 관리되지 못했던 덕수궁 돌담은 기와지붕과 연목을 모두 걷어내고 보수했다.
과거 회극문 자리에 덕수궁으로 통하는 협문도 만들어 덕수궁 내방객들이 출입할 수 있도록 했다. 도로는 돌담에 어울리는 화강석으로, 돌담 밑에는 선(線)조명을 넣어 돌담의 고고한 자태를 밝히도록 했다.
2017년 8월 30일 드디어 58년만에 숨겨진 역사의 뒤안길이 열렸다. 이날 서울시장은 지역주민과 인근 덕수초등학교 학생대표를 초청하고 시의회의장과 영국대사, 문화재청장 및 중구청장과 함께 개방을 축하하는 행사를 주관했다.
개방 이후 열흘이 지난 오늘까지 많은 시민들이 이곳을 찾았다. 특히 주말에는 수천 명의 남녀노소가 이 길을 찾아 즐기고 있다. 과거 힘없던 시절, 고종황제가 외롭고 힘들게 걸었겠지만 이제 이곳을 찾는 많은 시민들과 함께 그 외로움이, 아픔이 이 길에 다시는 없길 바란다. 오는 가을, 붉게 물들면 시간이 멈춰버린 이 길을 함께 걸어보자.
이번 추가 개방으로 조금은 부담을 내려 놓았지만 아직 숙제가 남았다. 시민들의 염원을 담아 돌담길을 따라 덕수궁을 온전히 돌 수 있도록 연결되기를, 나아가 경복궁에서 광화문광장을 거쳐 청계광장과 덕수궁길을 따라 구러시아공사관 자리, 정동공원으로 한 번에 걸어볼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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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돌담길 100m는 어떻게 열리게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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