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앵커는 20일 JTBC뉴스룸 앵커브리핑에서 동성애가 대법원장 인준의 운명을 가를 변수로 떠오른데 개탄해 했다.
JTBC뉴스룸 화면 갈무리
"후보자의 자질과 업무수행능력을 검증해야 할 자리는 한순간 사상 검증의 심판대가 되어버렸고, 이제는 좌와 우를 구분하는 것도 모자라 동성애 차별에 찬성하느냐를 두고 대한민국 사법부 수장의 운명은 갈릴 판이다."보수 개신교계·보수 야당, '동성애' 매개로 기득권 부활 꿈꾸나?보수 개신교계의 입장은 확고하다. 성서가 동성애를 죄로 규정했다는 것이다. 일부 목회자는 동성애를 두고 하느님이 절대 용서하지 않을 죄악이라고 목청을 높인다. 이제는 이런 목소리가 총회를 통해 아예 법으로 명문화됐다.
물론 이들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른다. 성서가 죄악으로 규정한 건 비단 동성애뿐만 아니다. 또 성서에 기록된 동성애가 현대적 의미인지 여부는 논란이 분분하다. 더구나 당시에도 죄의 경중은 있었고, 성서 역시 이를 분명히 규정해 놓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성서는 성 소수자 보다 세속 권력자나 종교 지도자의 타락을 더 큰 죄로 여긴다는 것이다. 더구나 약자를 짓밟는 행위에 대해서는 하느님의 벌이 아낌없이 임했다.
그런데 보수 개신교계가 성 소수자를 '찍어' 공격하고, 보수 자유한국당이 이를 받아 정치공세를 벌이는 이유는 따로 있어 보인다. 보수 개신교계와 자유한국당은 그간 보수·반공 이념을 매개로 공생하면서 정치적 이득을 누려왔다. 이들이 성 소수자 의제를 적극 끌어들이는 것도 일정 수준 정치적이다. 이와 관련, <경향신문> 박경은 기자는 18일 자 칼럼에서 이렇게 적었다.
"동성애가 정치권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데는 보수 개신교계가 큰 몫을 했다. 소돔과 고모라처럼 죄악에 물들어가는 세상을 두고 볼 수 없어서 떨쳐 일어날 만큼 '순수'한 신앙심 때문일까. 안타깝게도 냉전·반공체제를 발판으로 함께 성장했던 수구보수체제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헤게모니를 되찾으려는 생존전략이라는 것을, 유통기한 지난 색깔론과 종북 타령을 대신해 혐오의 대상으로 삼기에 적절한 동성애를 선택했다는 것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게 아니라면 성경에 언급된 그 수많은 죄들이 지금도 도처에서 횡행하는데 왜 동성애에만 목숨 거는 건지 이해할 길이 없다."보수 개신교계와 자유한국당이 성 소수자 의제로 얼마만큼의 정치적 이득을 누릴지는 미지수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인준을 부결시켜 환호작약했으나, 김명수 대법원장 인준 부결은 관철시키지 못했다. 그러나 이들이 계속해서 혐오와 배제의 정치 공학을 관철시키려 할 가능성은 높다. 이런 이유에서 보수 개신교계의 성 소수자 혐오 법제화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보수 개신교계에게 한 마디 건넨다. 정치적 의도야 어찌됐든 소수자를 표적 삼아 정치적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는 건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위배하는 행위다. 또 인간적으로도 그러면 못쓴다. 보수 개신교계가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선지자 아모스의 경고를 반드시 새기기를 바라겠다.
"너희가 힘없는 자를 마구 짓밟으며 그들이 지은 곡식을 거둬 가는구나. 너희는 돌을 다듬어 집을 지어도 거기에서 살지 못하고 포도원을 탐스럽게 가꾸고도 너희가 나를 거슬러 얼마나 엄청난 죄를 지었는지, 나는 죄다 알고 있다. 죄 없는 사람을 학대하며 뇌물을 받고 성문 앞에서 가난한 사람을 물리치는 자들아! 너무도 세상이 악해져서 뜻있는 사람이 입을 다무는 시대가 되었구나. (중략)저주받아라! 너희 야훼께서 오실 날을 기다리는 자들아. 야훼께서 오시는 날, 무슨 수라도 날 듯싶으냐? 그 날은 빛이 꺼져 깜깜하리라. 사자를 피하다가 곰을 만나고 집 안으로 피해 들어가 벽을 짚었다가 뱀에게 물리리라." (아모스 5: 11~13 / 18~19, 공동번역 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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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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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개신교계 성소수자 배제·혐오 법제화, 노림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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