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밥으로만 살 수 있을까?

네팔에 보낼 양말인형 만들기 자원봉사를 다녀와서

등록 2017.09.27 08:59수정 2017.09.27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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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말로 만든 고양이 인형
양말로 만든 고양이 인형정혜윤

양말로 인형을 만들어요?


지난 23일, 황금 같은 토요일 오후에 특별한 자원봉사를 다녀왔다. 사단법인 희망씨의 하반기 열린 강좌로 진행된 이 날 자원봉사에서는 양말로 인형을 만들었다. 만들어진 인형은 올가을 네팔 뻘벗 지역의 아이들에게 학용품, 의류와 함께 전달된다고 했다.

새 양말을 뒤집어 도안을 그린 뒤 손바느질로 꿰매고, 자르고, 솜을 넣는 과정을 통해 3시간 동안 양말 인형 두 개를 만들 수 있었다. 손이 조금 더 빨랐으면 좋으련만, 배우고 만들기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양말과 양말인형
양말과 양말인형정혜윤

양말 vs. 양말 인형

한참 집중해서 만들다가 문득 궁금한 점이 생겨서 바느질을 하고 계신 담당 국장님께 물어봤다. "네팔 아이들한테 인형이 가는 건 처음인가요?" 국장님은 "네, 학용품이나 옷은 보낸 적이 있지만, 인형은 처음이에요. 어쩌면 아이들한테는 이 인형보다 양말이 더 필요할지도 모르지만..."

 양말인형 만드는 모습
양말인형 만드는 모습정혜윤

오랜만에 서툰 바느질을 하며 생각에 잠겼다. '내가 만든 이 인형은 누가 갖고 놀게 될까? 좋아할까?' 그리고 나의 첫 인형이 떠올랐다. 내가 기억하는 나의 첫 인형은 마론 인형이었다. 동네 언니들이 갖고 노는 걸 보고 엄마를 조르고 졸라 문구점에서 내가 고른 미미인형. 6~7살 즈음에 산 그 인형을 초등학교 4~5학년 즈음까지 잘 가지고 놀았었다. 나와 동네 언니들의 상상력에 힘입어 인형은 다채로운 삶을 살았다. 꼬깃꼬깃 모은 천 원짜리로 인형 옷도 사서 입히고, 머리도 땋아주고 하면서.


 네팔 뻘벗 지역의 아이들
네팔 뻘벗 지역의 아이들사단법인 희망씨

아이들이 자라는데 필수적인 것은 밥, 옷, 집도 있지만 '인형'도 있고 '장난감'도 있다. 물론 고가의 장난감이 필수라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갖고 놀 최소한의, 한두 개의 장난감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른들이 '밥'으로만 살 수 없는 것처럼 아이들도 '밥'만으로는 살 수 없으니까. 이번 추석에 집에 가면 내 어린 시절을 함께 했던 '미미'를 찾아봐야겠다. 아, 내가 만든 양말 인형은 네팔에서 어떤 이름을 갖게 될까?

덧붙이는 말 


"사단법인 희망씨"(http://cafe.daum.net/hopeC)는 노동자·서민이 중심이 된 아동청소년지원전문 나눔연대법인으로 위기아동청소년 발굴 및 지원사업, 취약계층 청소년 교복지원과 장학사업 등을 하고 있다.

#양말인형 #자원봉사 #희망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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