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어머니 예금 처분하려는데 안 된대요"... 이럴 때는

[법률홈닥터 고은솔 변호사의 취약계층 법률이야기 ⑥] '성년후견'에 대해 알아보자

등록 2017.09.29 10:45수정 2018.03.06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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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세의 어머니께서 몇 년 전 치매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지금까지는 큰 아들인 제가 모셔왔지만, 주변 문제와 병세 때문에 이제는 전문요양원에서 모시려고 합니다. 병원비나 요양원 입소를 위해서 어머니 명의의 부동산을 처분하고, 예금 통장에 있는 돈을 인출해야 하는데, 은행에서는 본인이 아니라 안 된다고만 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의뢰인 김아무개씨는 몇 년 전 치매 진단을 받은 어머니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얼마 되지 않아 치매가 찾아 온 어머니는 가족들을 잘 알아보지 못하는가 하면, 주변 이웃이 돈을 달라고 하거나 통장을 보여달라고 하면 아무런 의심 없이 꾀임에 넘어가 큰일 날 뻔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미리 재산 처분에 관한 위임장을 받아 볼까도 했지만, 나중에 형제들 간에 문제가 될까 걱정이 많다.

성년후견이 필요한 사례들

 치매가 있는 배우자·부모님 명의의 부동산을 담보 대출 또는 이를 처분해 병원비·생활비로 쓰기 위한 경우, 예·적금을 찾아서 요양원 입소 비용에 보태기 위한 경우 "본인이 아니면 안 돼요"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치매가 있는 배우자·부모님 명의의 부동산을 담보 대출 또는 이를 처분해 병원비·생활비로 쓰기 위한 경우, 예·적금을 찾아서 요양원 입소 비용에 보태기 위한 경우 "본인이 아니면 안 돼요"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pexels

2013년 민법이 개정되면서 시행된 '성년후견'은 다양한 사례에서 그 필요성이 인정되고 있다. 실제로 법률홈닥터를 찾아오는 의뢰인들은 치매가 있는 배우자 또는 부모님 명의의 부동산을 담보 대출 또는 처분해 병원비·생활비로 쓰기 위한 경우, 예·적금을 찾아서 요양원 입소 비용에 보태기 위한 경우가 많았다. 그 외에도 치매전문기관이나 노인요양원의 입소를 위한 계약서 작성이나 집 임대 계약 등과 같이 일상적인 신상보호의 목적도 상당수다.

이처럼 대부분은 문제에 직면해 사후적으로 성년후견을 고려하기도 하지만, 성년후견은 사전적으로 신청해 법적 대리의 공백을 막아두는 게 더 중요하다. 예컨대 "치매 노인에게 응급한 상황이 발생해 병원에 입원하거나 긴급하게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장래의 행정적·법적인 문제를 위해서라도 미리 성년후견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년후견은 치매나 질병으로 의사능력이 없거나 사무처리 능력이 결여된 사람들에게 법원이 의사결정을 대신할 법적 후견인을 선정해주는 제도로, 법원으로부터 후견인이 선임되면 피성년 후견인이 본인의 잔존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나머지 부족한 부분에 한해 후견인의 도움을 받게 된다.

아직도 성년후견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 많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성년후견 제도가 시행 된 지 벌써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성년후견에 대해 잘 모르거나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몰라 포기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의뢰인 김아무개씨도 성년후견에 대한 기초적 지식이 전혀 없어 고민을 하다가 주민센터에 연계돼 법률홈닥터를 찾아왔다.

성년후견은 관할 가정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성년후견심판청구는 피성년후견이 될 자의 정신감정이나 신체 상태 등을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전제이므로 비교적 시간이 오래 걸리고 후견인의 심사와 관련해서도 범죄경력회보조회서 등 준비할 서류들이 많다.


후견개시심판청구서를 꼼꼼히 작성해 관련 서류를 첨부하면, 법원은 관계인의 진술 청취 및 당사자 심문을 하고, 피성년후견이 될 자의 정신감정 또는 의사를 청취하는 절차를 거친다. 여러 절차 끝에 심판결과가 고지되고 후견인 선임이 확정되면 후견인 등기부에 후견인의 성명, 대리권의 범위 등을 공시하게 된다.

발달장애인은 공공후견 받을 수 있지만, '자력없는 치매 독거노인'은 문제

 자력이 없는 치매 독거노인의 경우, 이에 관한 별도의 규정이 없어 문제다.
자력이 없는 치매 독거노인의 경우, 이에 관한 별도의 규정이 없어 문제다.pexels

그런데 법률홈닥터가 상담을 하다보면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는 자녀를 돌봐야 하는 노부모의 사례 또는 자력이 없는 치매 노인임에도 돌봐줄 친족마저 없는 경우, 종종 문제가 된다.

현행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9조는 발달장애인의 경우(통상 지적장애인 또는 자폐성장애인 만을 의미)는 지방자치단체가 대신해 후견인 청구를 하고, 선임된 후견인의 후견사무의 수행에 필요한 비용의 일부를 국가가 부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공공후견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자력이 없는 치매 독거노인의 경우 이에 관한 별도의 규정이 없다. 따라서, 현행 제도상 치매 독거노인의 경우 성년후견 청구와 관련한 절차까지는 절차구조신청이나 법률구조공단 등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는 있으나 '후견인의 보수 문제(후견인은 보수 수여 청구권이 있다)'까지는 별도의 조력이 되지 않아 실무상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복지기관 담당자나 지자체 담당자도 선뜻 나설 수가 없다. 최근 쓰레기 집에 살던 치매 노인이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방치돼 사망했다는 뉴스는 쉽게 흘려보낼 수 없는 문제인 것이다.

의뢰인 김아무개씨는 다행히 경제적 자력이 있어 형제들과 의논해 성년후견인을 청구하겠다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상담실을 나설 수 있었다. 법률홈닥터는 지방자치단체에 상주하면서 취약계층의 성년후견심판청구의 절차 및 진행에 대해 안내하고 기본 서류의 작성을 도와드리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심판청구(가사비송)시 들어가는 인지대, 송달료 등과 감정비용에 대해 가사소송법 제37조의2 제1항에 따른 '절차구조신청서' 작성을 조력하기도 한다. 치매 등 정신장애로 성년후견에 관한 법률적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은 '따뜻한 변호사' 법률홈닥터를 통해 무료로 1차적 법률 서비스를 지원 받을 수 있다.

* 법무부 인권구조과 법률홈닥터는 찾아가는 법률주치의입니다. 장애인, 수급자, 차상위, 범죄피해자, 독거노인, 다문화가정 등 취약계층을 위한 무료 법률상담 및 나홀로 소송 조력, 법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전국 60개의 지방자치단체 및 사회복지협의회에 변호사가 상주하고 있습니다.

[법률홈닥터 홈페이지] http://lawhomedoctor.moj.go.kr/
[법무부 인권구조과] 02–2110-3868,3853,3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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