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의 종착점인 카티딘 정상애팔랜치안 트레일 종주로 트리플 크라운 하이커가 된 양희종과 그의 아내 이하늘
양희종
- 우선 애팔레치안 트레일 완주를 축하드립니다. AT는 언제 출발해서 언제 마친 거죠?"먼저 관심과 응원에 감사드립니다. AT는 2017년 4월 29일 조지아 스프링거 마운틴에서 출발해 9월 19일에 메인 마운트 카타딘에 올랐으니 146일이 걸렸네요."
- 이번 AT 완주로 소위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습니다. 본인이 이룬 '트리플 크라운'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주세요."미국에는 대표적인 3개의 장거리 트레일이 있습니다. 멕시코-미국 국경에서 출발해 캘리포니아, 오레곤, 워싱턴주를 거쳐 미국-캐나다 국경까지 약 4300km를 걷는 서부의 PTC, 멕시코-미국 국경에서 출발해 뉴멕시코, 콜로라도, 와이오밍, 아이다호, 몬타나 주를 거쳐 미국-캐나다 국경까지 약 5000km로 이어진 중서부의 CDT, 마지막으로 조지아 주 스프링거 마운틴에서 시작해 메인 주 마운틴 카타딘까지 약 3500km를 걷는 동부의 AT입니다.
이 세 가지 트레일을 모두 종주하는 것을 장거리 하이킹 트리플 크라운(Triple Crown of Hiking)이라고 하며, 종주를 끝낸 하이커를 트리플 크라우너라고 합니다."
- 전세계 하이커들의 로망이라고 할 수 있는 트리플 크라운을 인증하는 제도가 있습니까?"히말라야 고산 등반과 같은 공식적인 인증제도는 없습니다. 다만 미국 장거리 하이킹 협회(ALDHA-WEST, American Long Distance Hiking Association-WEST)에서 트리플 크라운 명예를 선사합니다.
저는 2015년에 PCT를 걸었고, 2016년에 CDT를 걸었으며 2017년 올해 마지막 AT를 걸어 소위 말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습니다. 장거리 하이킹은 독특한 문화가 있습니다. 어떤 공식적인 기록이나 확인을 바라는 것보다는 자신의 만족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만약 자신이 이 세 개의 트레일을 걷고 트리플 크라운을 공식 인정받고 싶을 경우 ALDHA-WEST에 등록한 뒤 명예 시스템을 통해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하이커들은 자신만의 목표를 위해 각자 자신의 길을 걷고 있을 뿐, 특별히 타인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지는 않습니다."
- '자기 내면의 길'이라는 성격이 강한 거 같은데요, 그렇다면 지금까지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하이커는 얼마나 되나요?"ALDHA-WEST에 따르면 2017년 1월부로 290명의 트리플 크라우너가 등록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등록된 하이커의 숫자일 뿐 등록되지 않은 수많은 트리플 크라우너가 존재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지난해 CDT를 마지막으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윤은중(트레일 네임: 써모미터)님이 계십니다."
(* 트레일 네임이란 장거리 하이커들이 본명 대신 사용하는 일종의 별명이다. 양희종씨의 트레일 네임은 '스폰테니어스(spontaneous)'다. - 기자 주)